........... 동문선에서 나온 아티크 라히미의 소설 '흙과 재'를 읽었습니다. 짧은 소설인데도, 다 읽는 데 나흘이나 걸렸습니다. 아프간의 풀뿌리 백성들, 그 슬픔과 고통에 가슴 먹먹하여, 대여섯 줄 읽고, 한참 마음으로 울다가 대여섯 줄 읽고, 또 한참 울다가 그렇게 읽었습니다.  거기에다 이번 책 3-4월호에는 선생님께서 써주신 찬드라 구릉 이야기 외에도,  '우리'가 도처에서 저지르고 있는 폭력과 야만적 횡포에 관한 이야기들이 여러편 실리게 되었습니다.  북한산 관통 고속도로, 동물실험, 테러와 전쟁, 자동차와 도로... 교정지를 읽기가 고통스러울 정도입니다.  전에는, 이런 '정보'들에 닥칠 때마다, '그래, 그러니까 더 열심히 싸우고 노력해야 해' 하고 주먹을 쥐곤 했는데, 요즘은 어째 자꾸 울기만 합니다. 그리고 어째서 '남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스스로 '사람과 자연에 대한 존경심'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한지, 그리고 어째서 작은 친절과 배려, 겸손과 예의가 우리에게 중요한 것인지 배워가고 있습니다.  그럴수록 우리 풀꽃세상의 존재와 활동이 의미있고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 며칠, 잠도 제대로 못 주무시고 원고를 써주신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어느 봄날 오후, 또 풀꽃방에 불쑥 들르겠습니다. 그때는 어디 진달래 피어있는 양지뜸에라도 앉아 막걸리 한잔 올리지요.  안녕히 계십시오.

풀꽃방 일꾼들은 그분의 메일을 받고, 한동안 일손을 놓고 가만히 앉아 있어야 했습니다.
울면서 책을 만드는 그 풀씨님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어떤 편집장이 흐느껴 울면서 교정지를 읽고 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희망'에 대해서 말할 수 있게 됩니다.
그 메일을 보낸 분은 그 잡지의 편집장이신 변홍철 풀씨님이셨고,
그가 흐느껴 울면서 만드는 책은 <녹색평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