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도 재물을 땅에다 쌓지 말고 하늘에 쌓으라는, 다산과 비슷한 말씀을 하셨지요. 그 말씀을 우리는 '저 위의 하늘'이 아니라 '이 땅에서 이룰 하늘'로 이해합니다. 
시민 환경단체에 적으나마 재물을 쌓는 일은 자녀들에게도 자랑스러운 일로 기억되리라 생각합니다.
바로 그 자녀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재물(財物)을 오래 보존하는 길

세상에서 의식(衣食)이나 재화(財貨)는 환상이고 공상이다. 옷이란 입으면 닳기 마련이고 음식은 먹으면 썩고 만다. 자손에게 전해준다 해도 끝내는 탕진되고 만다. 단 한가지 가난한 친척이나 가난한 벗에게 나누어 준다면 영구히 없어지지 않는다.
의돈(□頓 :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대부호)의 창고 속에 감춰둔 것도 이제는 흔적이 없고 소부(疏傅 : 옛중국의 이름난 부자)의 황금도 떠들썩하게 소란만 피웠고 금곡(金谷 : 진(晋)나라때 부자이던 석숭(石崇)이 살던 별장이 있던 곳. 석숭은 부자의 대명사로 음탕과 부패의 본보기이기도 함)의 화려하던 장막(帳幕)도 이제는 티끌로 변해 버렸고 범려(范□ : 초나라의 부자)의 깁 보리 실어나르던 배(舟)도 오히려 시끄럽기만 했었지 남아있는 게 없다. 왜 그런가 하면 형태가 있는 것은 쉽게 파괴되고 형태가 없는 것은 없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그렇다. 자기 스스로 자기 재물을 사용해 버리는 것은 형태를 사용하는 것이고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정신적으로 사용한 것이 된다. 물질로써 물질적인 향락을 한다면 닳고 무너지는 수밖에 없고 형태 없는 것으로 정신적인 향락을 누린다면 변하거나 없어질 이유가 없다.
무릇 재화를 비밀리에 숨겨두는 방법으로는 남에게 시혜(施惠)하는 방법보다 더 좋을 게 없다. 시혜해 버리면 도적에게 빼앗길 걱정이 없고 불이 나서 타버릴 걱정이 없고 소나 말이 운반하느라 힘들 것도 없다. 그리하여 자기가 죽은 후 꽃다운 이름을 천년 뒤까지 남길 수도 있다.
자기 몸에 늘 재화를 지니고 다닐 수 있는 방법은 그렇게 하는 수가 있으니 세상에 그처럼 유리할 수가 있겠느냐? 붙잡으면 굳어지고 또한 붙잡으려 하면 빠져 나가려고 더욱 미끄러운 게 재물이니 재물이야말로 메기같은 물고기라고나 할까?

--박석무 역, 정다산서한집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시인사, 1985, 130~131쪽에서
(* □는 한자를 찾지 못한 부분입니다. 꼭 한자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분은 <풀꽃문고>에 텃밭풀꽃님(김기선 님)께서 기증한 위의 책이 잘 보관되어 있으므로, 풀꽃방에 들러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