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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많은 생명들의 보금자리, 서천군 장항갯벌 |
글쓴이 :  풀꽃세상
날짜 : 06-11-07 13:52
조회 : 6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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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새만금사업,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 계획
- 수많은 생명들의 보금자리, 서천군 장항갯벌
금강하구에 위치한 서천 장항갯벌이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토지공사가 총 1조 5천억원을 들여 374만평의 갯벌을 간척한 후 매립하여 장항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겠다면서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환경부와 협의 중에 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이미 1990년에 기본계획을 확정하였으나 그동안 미루어져 왔었다. 간척규모는 새만금사업 면적의 40분의 1밖에 되지 않지만, 이 지역의 갯벌은 간척 이전의 새만금갯벌 만큼이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아직 살아있는 장항갯벌의 생태를 직접 확인하고 어민들의 삶의 모습과 심정을 직접 보고 듣기 위해 지난 29일 이 지역을 찾았다. 새볔 6시 송림포구에 도착하니 새볔이 밝아오면서 안개가 자욱하다. 바닷물이 가장 많이 들어오는 만조시간이여서 도요물떼새들을 볼 수 있을 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도착하니 흑꼬리도요, 붉은어깨도요, 큰뒷부리도요, 뒷부리도요, 알락꼬리마도요, 좀도요 등 1만5천여마리의 도요새ㆍ물떼새들이 군무를 펼치다가, 갯벌에 내려 앉더니 먹이사냥에 여념이 없다가 발 하나에만 의지한 체 잠을 자기도 한다. 시베리아, 중국 북동부, 알레스카에서 알을 낳고 부화하여 새끼를 키운 뒤 벌써 내려온 것이다. 이들 새들이 이동중 들르는 중간기착지에서 잡아 다리에 가락지를 부착한 새들이 발견되었는데, 왼쪽다리에 노랑색 가락지를 단 붉은어깨도요 2마리와 큰뒷부리도요 2마리, 왼쪽다리의 윗부분에 검정색과 아랫부분에 하얀색을 단 붉은어깨도요 3마리와 큰뒷부리도요 1마리, 위 아래부분에 하얀색과 검정색이 뒤바뀐 붉은어깨도요 1마리가 발견되었다. 지난 5월 하순경에는 북상하던 도요새ㆍ물떼새들이 9만여마리 발견된 적이 있었다. 수백마리의 갈매기들이 날아오르자, 농게, 칠게들이 급하게 구멍으로 숨는다. 이같은 모습을 보니, 죽음의 문떡에서 신음하고 있는 새만금갯벌이 떠오른다. 간척사업 이전에 새만금갯벌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었던 모습이기 때문이다.
배를 타고 유부도 갯벌로 건너가, 동죽과 백합 등 조개를 잡으려는 어민들의 하나 둘 모여들었다. 60세가 넘으셨다는 한 할머니는 “요즘 하루에 4-5시간 일해서 3-4만원 벌어요. 시집와서 여기서 일한지 한 30년 넘었지. 도시에 가면 이 늙은이 오라고도 안혀, 쳐다도 않여. 누가 써 주가니. 바다갔다 오는 사람들은 다른 일도 못혀.” 라고 말했다. 바로 옆 가공공장을 찾으니, 아주머니 4명이 껍질이 제거된 알맹이만을 봉투에 600그램씩 담고 있다. 간척사업에 대해 한 아주머니에게 물으니, “안 막는게 좋지요. 지난주 토요일 갯벌에 나가 조개를 잡았는데 5만 4천원 벌었어요. 어디서 그 많은 돈을 줘요. 여기가 한국은행이에요.”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한 아주머니도 “생금밭이에요. 생금밭.”이라고 말했다.
바닷물이 빠져서 다시 마서면 월포마을로 이동했다. 경운기 십여대가 사람들을 태우고 갯벌안으로 나란히 들어간다. 경운기를 타고 들어가 조개잡이에 여념이 없는 한 아저씨에게 다가가 물으니, “하루에 10만원 정도 벌어요.”라면서 “매립하면 안되죠. 바다만 보고 사는데. 이곳에서 나가봐야 무엇을 하겠어요.”라고 되묻는다. 주변을 둘러보니, 40여명의 주민들이 흩어져서 갈코리로 동죽 조개를 잡아 바구니에 담고 있다. 매일 나와서 잡다보니 잡히는 양이 많이 줄었지만, 농사짖는 것 보다 재법 소득이 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갈고리질 하는 어민들 넘어로 한 무리의 도요새ㆍ물떼새들도 먹이 사냥에 바쁘다. 유부도와 이곳 갯벌에서 겨울보내는 검은머리물떼새도 400여마리 보인다. 작은 조개들을 잡아 먹고 있을 것이다. 만약 이곳 갯벌이 사라진다면 이 지역 뿐만이 아니라 주변 해역에 막대한 생태계 파괴와 어민생존권에 많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정원문 비인면 어촌계장은 “황금알을 낳고 있는 서천의 앞바다를 내 후손들에게 영원히 물려주고 싶다. 하루도 빠짐없이 수천 명의 우리 어민들에게 몇 만원부터 몇 백만원까지 돌려주고 있는 우리의 바다를 우리 어민들이 스스로 지키고 가꾸었으면 한다.”며 “12년에 몇 푼의 보상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바다의 소중함과 갯벌의 가치를 제대로 알기 전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한 일일 뿐이었다. 이것으로 주민들을 협박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한편 여길욱 서천환경연합 사무국장은 “서천의 바다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의 생산량을 금액으로 환산하면, 김이 1천-2천억원, 어패류가 5백-1천원이며, 1만명의 고용효과가 있어 지역경제의 근간이 되고 있다.”며 “경제 활성화란 이유로 장항갯벌을 매립하는 것은 지역경제와 문화, 자연생태 모두를 파괴하는 것이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서천 장항갯벌을 살리기 위해 나선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장항국가산단 및 서천장항갯벌매립 반대 서천군주민대책위’를 구성하고 집회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더욱이 협의 중인 환경영향평가서가 부실하게 작성되었음이 확인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이와같은 상황을 볼 때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은 서천 장항갯벌과 서천군 전 해역을 죽일 수 밖에 없고, 결국 수많은 생명들을 죽음으로 몰아 넣고 있는 제2의 새만금사업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서천군과 정부는 새만금사업으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을 올바로 인식하고, 서천 장항갯벌을 살리면서 지속가능한 서천만들기에 나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
주용기 환경운동가, juyk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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