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 전쟁
종자를 이용한 세계 지배 전략
미국 석유메이저의 계열회사인 종자회사 간부가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며 종자 판매의 상담을 벌이고 있다. 007 가방 속에 갖고 다니는 것은 몇 알의 ‘벼’ 씨앗들이다. ‘하이브리드(hybrid, 잡종 벼)벼’의 씨앗인 것이다. 수확량이 기존 볍씨와 2배에서 2.5배나 된다고 한다.
그러나 잡종이기에 이 씨앗에는 생식능력이 없다. 즉 1대뿐인 것이다. 1대뿐이지만 보통 벼의 2배 이상 수확을 올릴 수 있으니 농민들로서야 더 이상 바랄 수 없는 품종이다. 그러나 이런 씨를 일단 구입해 쓰면 다음 해가 문제 된다. 다시 미국으로부터 이 볍씨를 수입해 들여오는 길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이 뿐만이 아니다. 유전자 조작 기술로 이들이 만든 농약을 써야만 발아가 되거나 특정 해충을 방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종자와 농약을 팔아 꿩 먹고 알 먹는 장사를 하고 있다. 그리하여 농민은 영원히 미국회사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석유로 경제를 지배했던 메이저들이 이제 세계 전략의 하나로서 종자를 포함하는 유전자를 지배함으로써 전세계의 식량을 지배하려 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바야흐로 세계의 여러 거대기업들은 ‘유전자 자원을 긁어모아라’ 하는 소위 ‘종자전쟁’ 캐치프레이즈 밑에 불꽃 튕기는 새로운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유전자 자원의 보고라고도 할 동남아시아, 중근동, 동아시아 산야 또는 원산지에서 자생하는 벼와 소맥, 또는 보리의 야생종을 찾아 눈에 보이지 않는 종자전쟁(seed war)에 열을 올리고 있다.
왜 이들은 야생종의 벼나 소맥의 씨앗들을 찾고 있는가.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들 야생종은 적어도 수 백만 년, 혹은 수 천만 년, 수 억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끈질기게 죽지 않고 자생해온 종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환경의 변화에도 끄떡 않는다. 즉 내병성, 내한성 등등 환경변화에 매우 강한 특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을 재료로 하여 세포융합, 유전자조작기술, 세포대량배양 등등의 유전자 조작 기술로 새로운 종자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품종 개발 전쟁
현재 세계적으로 연간 300억달러 규모의 종자가 유통되고 있다． 미국이 45억달러, 중국과 일본이 각각 25억달러, 프랑스가 15억달러 규모다 우리나라는 벼와 특용작물, 사료작물 등을 제외한 채소종자 시장만 약 1억2500만달러 규모로 형성돼 있다．
종자전쟁의 제2 전선은 누가 더 우수한 품종을 만드느냐 하는 싸움이다. 특히 지금과 같이 거의 모든 일류 종묘회사가 다국적 거대회사 산하에 속한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우수 품종을 육성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97년 서울종묘가 노르바티스사에 3200만달러에 넘어간 데 이어 98년에는 흥농과 중앙이 멕시코계 회사인 세미니스에 1억달러 및 1800만달러에 합병돼 종자주권과 우리 유전자원 및 육종기술의 해외 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유전자원 전쟁
실험실에서는 임의로 필요한 유전자를 합성할 수 없다． 따라서 다국적기업 간이나 국가 간에 육종전쟁이 가열되면서 육종의 기본 소재가 되는 유전자원의 확보에 필사적인 경쟁이 일고 있다．
미국은 원래 유전자원의 빈국이었으나 19세기 말부터 전세계적으로 유전자원 확보에 나서서 지금은 43만점의 유전자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 유전자원 부국이 됐다．미국 다음은 중국 36만점, 러시아 35만점, 일본 21만점, 인도 18만점, 그리고 우리가 14만점 등이다．
전통적으로 유전자원 부국들은 대부분 제3국에 속하는 가난한 나라들이다．이들은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자신들의 유전자원을 거의 무료로 가져가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을 보고 뒤늦게 자국의 유전자원 보호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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