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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골룡풀님 일단 검색기사 올려봅니다. (2) |
글쓴이 :  말북
날짜 : 13-06-12 04:59
조회 : 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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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여자 1.
<사랑, 닿지 못해 절망하고 다 주지 못해 안타까운>
내게는 혁명이었고 그들에겐 배신이었던 사랑
가네코 후미코 (1903~1926)
일명 '괴사진 사건'의 원인이 된 감옥 안에서 찍은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의 사진이다.
감옥 안에서는 당연히 사진을 찍는 게 금지되어 있었고, 야당은 대역범죄인을 우대했다며
이 사진을 정치 문제화시키며 와카쓰키 내각의 사퇴를 요구했다.
결국 의회가 사흘이나 정지되었고, 사건 담당판사인 다테마쓰 카이세이가 사퇴하였다.
사진을 찍게 된 경위는 아직도 말이 많다. 박열의 부탁에 다테마쓰가 호의를 베풀었다,
두 사람을 회유하기 위한 덫이었다, 다테마쓰 자신이 기념하기 위해서였다는 설 등이 있다.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
일명 '괴사진 사건'의 원인이 된 감옥 안에서 찍은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의 사진이다.
신은 끔찍한 현실을 그저 보고만 있었다.
가네코 후미코
1924년 10월 25일 도쿄 지방 재판소
9차 예심 : "언제 천황제를 모독하는 사상을 처음 접하였는가?"
<청년조선>을 읽다 박열의 '개새끼'라는 시를 접했다. 이것은 내 이야기였다.
10차 예심 : "어떻게 박열과 만나게 되었는가?"
그와 만난건 늦겨울이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난 그의 사상뿐만 아니라 그의 전부를 사랑하게 되었다.
박열과의 관계를 들은 아버지는 집안을 더럽혔다며 부모자식 관계를 끊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11차 예심 : "무정부주의 운동을 시작한 것도 그때였는가?"
우리의 신혼집은 무정부의자들로 가득 찼다. 조선인도 일본인도 사상으로 뭉쳤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하고, 유치장에 갇히기도 했다.
그래도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12차 예심 : "무정부주의자가 어떻게 나라를 위해, 그것도 식민지 조선의 독립을 위해 이런 일을 꾸몄는가?"
박열을 처음 사랑하던 그 순간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어쩌면 나도 박열의 식민지 조선 독립운동에 휘말릴지 모른다고. 아무리 독립운동이 나의 사상에 반하는 것일지라도.
나는 박열을 사랑했다. 사랑받고 있는 것은 타인이 아니다.
사랑하는 타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다. 즉, 그것은 자아의 확대라 할 수 있다.
나는 박열을 사랑했고, 박열은 조선을 사랑했다.
그래서 조선을 사랑했고 조선독립을 위해 나섰다.
1926년 2월 26일 일본 대심원 대법정 제 1회 공판
나는 원삼 족두리를 쓰고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받쳐 입었다.
간수에게 차 한 잔을 청해 마시며 지에푸의 단편소설을 읽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우리의 결혼식이었다.
검사가 우리의 혐의를 읊으며 구형했다.
"형법 제 73조와 폭발물단속벌칙 위반으로 사형!"
내가 원했던 대로 우리 둘 모두 사형이었다.
판사는 박열을 피고라고 하지 않고 '그편'이라고 부르고 박열은 판사를 '그대'라고 호칭하였다.
재판장은 직권으로 우리 두 사람에 대한 정신감정을 하려 했다.
정신적 문제가 발견되면 감형을 고려하겠다는 사탕발림에도 우린 끝까지 정신감정을 거절했다.
1926년 3월 23일, 우린 이치가야 감옥에서 혼인신고서를 작성했다.
그렇게 우린 정식 부부가 됐다.
박열은 혼자만의 계획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난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의 신문기사들
나는 박열을 알고 있다. 박열을 사랑하고 있다.
그가 갖고 있는 모든 과실과 결점을 넘어 나는 그를 사랑한다.
나는 지금 그가 나에게 저지른 과오를 무조건 받아들인다.
먼저 박열의 동료들에게 말해두고자 한다. 이 사건이 우습게 보인다면 우리를 비웃어달라고.
다음으로 재판관들에게 말해두고자 한다. 모든 것은 권력이 만들어낸 허위이고 가식이다.
부디 우리를 함께 단두대에 세워 달라!
나는 박열과 함께 죽을 것이다. 박열과 함께라면 죽음도 오히려 만족스럽게 여길 수 있다.
그리고 박열에게 말해두고자 한다.
설령 재판관의 선고가 우리 두 사람을 나눠놓는다 해도,
나는 결코 당신을 혼자 죽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디 우리를 함께 단두대 위에 세워 달라!
나는 박열과 함께 죽을 것이다.
사형선고를 받기 직전의 가네코 후미코와 박열
사형!
난 곧바로 일어서서 두 손을 번쩍 들며 만세를 외쳤다.
박열도 "재판은 비열한 연극이다"라고 소리쳤다.
우린 사형 선고 따위에 흔들리지 않았다. 우린 끝까지 당당했다.
퇴장하는 판사를 향해 박열이 덧붙여 말했다.
"재판장, 자네도 수고 많았네!
내 육체야 자네들 맘대로 죽이지만, 내 정신이야 어찌하겠는가."
형무소 측은 우리를 갈라놓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작별인사는 하게 해주었다.
박열은 내 손목을 잡고, 나는 박열의 옷깃을 잡고 서로의 마지막 모습을 눈에 새기며 하염없이 울었다.
서서히 감기는 눈꺼풀 사이로
무성한 초록빛 잎사귀가 가득했다.
스무 살, 우린 사랑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앓았다.
다시 한 번 사랑을 앓아보자.
이유 없이, 조건 없이, 아낌없이, 끊임없이, 죽을 만큼... 사랑에 아파하자.
비겁하게 숨기고 계산하는 사랑보다 바보같이 풍덩 빠져 허우적대는 사랑이
어쨌든 더 행복하므로...
사랑 닿지 못해 절망하고 다 주지 못해 안타까운
작가최유경출판21세기북스발매2011.06.30평점리뷰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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