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 이름방 | 풀씨 동아리 | 열린 울타리 | 자원활동  
ID/PW찾기 | 회원가입

풀꽃상을 드립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풀꽃세상'을 위해 감사나 북돋움이나 연민 등의 다양한 표현으로 우리의 생각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그 표현의 형태를 우리는 '풀꽃상'이라 붙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동강의 비오리, 보길도의 갯돌, 가을 억새, 인사동 골목길, 새만금 갯벌의 백합, 지리산의 물봉선, 지렁이, 자전거, 논, 간이역, 비무장지대, 우리씨앗 앉은뱅이밀에게 풀꽃상을 드렸습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란 풀꽃세상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풀꽃상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공생의 가치에 대하여 늘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대하듯이 자연을 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풀잎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런 마음을 '풀씨의 마음'이라 부르려고 합니다. 그러한 마음의 힘을 우리는 믿고, 또한 개개인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풀씨의 마음을 뿌리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든 풀씨들을 북돋고자 합니다.

  다가오는 공포, 굶주림 _동요풀 박병상님
  글쓴이 : 풀꽃세상     날짜 : 14-07-16 01:25     조회 : 3884    
다가오는 공포, 굶주림 _동요풀 박병상님

권정생 선생의 7주기가 얼마 전 지나갔다. 조촐한 추모 행사가 열렸는데, 가고 싶어도 머뭇거리게 된다. 적지 않은 인세가 들어와도 청빈보다 평생 가난하게 산 권정생 선생은 생을 거둘 때까지 자신의 영혼을 더럽히지 않았는데, 그가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지났어도 세파에 찌든 몸으로 찾아갈 수 없었다. 북한 주민의 3분의1이 굶주린다는 말이 들릴 때, 서글픈 세상에서 기쁜 이야기를 쓸 수 없다던 권정생 선생은 “죽을 먹어도 함께 살자”며 독자에게 북한 지원을 호소한 적 있다.

“밥은 바빠서 못 먹고, 죽은 죽어도 안 먹고, 술만 술술 잘 넘어간다.”는 주당의 너스레가 있는데, 동지 때 아내가 팥죽을 챙기지 않는다면 죽 먹을 기회는 거의 없다. 술술 잘 넘어가는 술로 고주망태가 된 다음날 전문식당을 찾은 적이 드물게 있고, 아메리카노가 지겨울 때 단팥죽을 주문할 따름이다. 그저 죽은 별식일 따름인데 죽으로 끼니를 이어야 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 그런 죽이 쇠약해진 몸을 거뜬히 일으키는 모습을 보았다. 지율스님이 KTX 천성산 구간 터널의 부당함을 알리며 100일 가까이 수행하던 단식을 마칠 적이었다.

50년이 넘는 기억 속에 돈이나 먹을 게 없어 굶은 적은 없지만 두어 차례 단식은 했다. 지율스님을 응원하려 조계사 앞에서 시민단체들이 마음을 모을 적에 고작 하루 3끼를 굶었고 물론 견딜만했다. 그날 함께 단식한 수녀들은 24시간 먹는 이야기만 꺼냈다. 팔도음식을 거쳐 각종 샐러드로 이어질 때마다 군침을 다셔야 했는데, 청양고추를 넣어야 샐러드도 제맛이라는 말에 기가 질리기도 했다. 단식을 마치면 조계사 앞 수레에서 파는 수수팥떡부터 먹으리라 다짐했건만 그 시간에 수레는 떠나고 없었다.

타의로 끼니를 거른 적 없으니 굶주림의 고통을 이해할 리 없는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간 적은 있다. 아직 젊었던 30대 후반의 일이다. 굴업도 핵폐기장을 반대하며 들어간 단식이었다. 주위에서 하도 겁을 줘 잔뜩 긴장하기도 했지만 3일 만에 중단했으니 배고플 기회가 없었다. 10끼 굶고 찾은 식당에서 허연 죽을 미지근한 물에 풀어 내주었는데, 그걸 조금 마시고 일어서니 참기 어려운 허기가 갑자기 밀려왔다. 단식보다 복식이 어렵다니 죽보다 부드러운 음식, 하필 초콜릿을 골랐다. 이후 얼마나 배가 아팠는지. 족히 일주일은 고생해야 했다.

마른 논에 물 들어가고, 자식들 입에 이팝 들어가던 때
청주의 명물 중 하나는 입구 4차선 도로를 덮은 가로수 터널일 테지만 시민들이 지켜낸 산남동의 ‘원흥이 방죽’도 빼놓을 수 없다. 2003년 산남3지구 주택 개발 사업이 예정된 곳은 계단식 논이 넓었다. 공사가 시작될 즈음 법원과 검찰청이 예정된 터에서 조금 떨어진 원흥이 방죽에 새카만 두꺼비 올챙이들이 거대한 무리를 이루며 이동하고 있었다. 보호대상종이던 두꺼비의 오랜 산란터라는 걸 확인한 청주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뭉쳐 행동했고, 부족하나마 원흥이 방죽의 훼손을 막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6천 가구가 넘는 산남동의 번듯한 아파트에 살림살이를 들여놓은 이 가운데 원흥이 방죽을 기억하는 이 드물다. 그래서 그런가. 산란하는 두꺼비가 해마다 줄어든다.

법원과 검찰청으로 이어지는 넓은 도로의 양 측편은 이팝나무 가로수가 독특한 풍경을 연출한다. 5월 초 회의 참석을 위해 원흥이 방죽 근처의 ‘두꺼비 마을’을 찾았더니 이팝나무 가로수들은 저마다 작고 하얀 꽃을 활짝 펼쳐놓았다. 과연 흰밥 한 주발을 엎어놓은 모양 그대로였다. “마른 논에 물 들어갈 때와 자식들 입에 이팝 들어갈 때” 가장 뿌듯하다는 말이 있다. 이때 이팝은 흰 쌀밥을 뜻한다. 농경사회에서 24절기의 입하(立夏)는 한참 배고플 시기였을 것이다. 그때 꽃이 피니 입하나무로 불렀다는 말도 있는데, 겉보리도 수확하기 전이다.

저장해둔 쌀이 벌써 다 떨어진 입하 무렵이었을까. 들판의 보리가 봄 가뭄으로 타들어갈 즈음, 권전생 선생은 마을 할머니에게 듣던 안동지방의 굶주림을 가만가만 전한다. 방문 닫아걸고 밥을 먹고 있으면 문을 부수고 느닷없이 들어선 거지가 밥주발을 빼앗아 달아났다고 한다. 뺨을 후려쳐 뱉어낸 밥알까지 긁어 먹었던 시절, 뒷산 애기무덤은 발 디딜 틈 없이 애기들이 묻혔고 날보리를 껍질 째 손바닥으로 비벼 먹은 거지들이 주린 배를 움켜쥐며 떼로 죽어갔다는 노인의 기억은 권정생 선생이 태어나기 전, 1920년대 우리 조상의 피눈물나는 고통의 한 단면이었다.

겉보리도 먹지 못하고 죽어간 조상의 후손은 요즘, 요령 있게 밥, 아니 칼로리를 줄이려 애를 쓴다. 밥은 별로 먹지 않는다. 하루 3끼, 일주일 21끼 중에 밥은 식단의 절반도 차지하지 못한다. 아침을 거르는 경우도 많지만 국수나 빵으로 대신하거나 저녁 때 술 한 잔과 안주로 때우기 일쑤다. 어젯밤 술 때문에 아침을 마다할 적이 많으니 이래저래 쌀 소비량은 줄어든다. 1970년대에만 해도 밥주발에 한 주발을 더 엎어놓은 듯, 고봉을 눌러 담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주발보다 작은 그릇에 채워담지 않아도 으레 남긴다.

허기진 구석을 조금도 찾을 수 없는 요즘 사람들은 칼로리의 대부분을 밥보다 반찬에서 챙긴다. 주문하는 도시락도 밥보다 반찬이 훨씬 많다. 밥은 그저 짜고 맵고 단 반찬을 중화시키려 먹는 용도로 전락했는데, 굶주림을 잊은 우리는 쌀 이외 음식의 자급률이 3%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을 잊곤 한다. 쌀 자급률마저 80%대로 떨어지고 말았으니 원산지 표시가 허술한 식당의 밥이나 편의점 삼각김밥의 쌀 출처는 의심해볼 일이다.

비만은 가난의 상징?
맨 처음 뷔페식당에 들어간 게 언제였던가. 1980년대에만 해도 대단한 부자가 아니라면 엄두 낼 수 없었는데, 어느덧 일상으로 다가왔다. 결혼식이나 생일에 초대받아 찾는 뷔페식당마다 가득 쌓은 음식. 출처는 과연 어디일까? 접시를 몇 차례 교환하며 받아오는 산해진미의 원산지를 확인하는 손님은 거의 없다. 시장이나 슈퍼마켓에서 포장지 뒷면의 깨알 같은 글자를 유심히 살피는 소비자일지라도 유전자를 조작한 농산물인지, 광우병 위험이 높은 고기인지, 후쿠시마 일원에서 잡아온 물고기인지 뷔페식당에서 따지지 않는다. 버리는 음식도 상당할 것이다.

해마다 우리나라에서 버리는 음식 쓰레기는 얼마나 될까. 2008년 환경부는 일인당 하루에 평균 280그램을 버린다고 조사했으니, 인구를 곱하면 하루 14000톤이고 해마다 510만 톤의 음식 쓰레기가 발생하는 셈이다. 처리비용도 만만치 않을 텐데, 식량의 70% 이상 수입하는 처지에 지나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부는 식당이나 가정에서 배출하는 쓰레기가 많다고 밝혔지만 식품회사보다 많지 않을 것이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가정에서 그렇게 많은 음식 쓰레기를 배출할 리 없다. 식품 제조공장의 발생량은 영업비밀일까?

먹는 양보다 상해서 버리는 고기가 더 많을 때가 드물지 않은 나라가 미국이다. 가공과정에서 대장균이나 식중독 균에 오염된 사실이 밝혀지면 그 회사의 같은 제품을 지체없이 폐기하기 때문이다. 주로 대형 식품회사의 제품에서 문제가 발생하는데,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2004년 만두소 파동과 2008년 중국산 유제품의 멜라민 오염 사건을 생각해보라. 얼마나 많은 음식이 상품화 전에 버려졌던가. 멀쩡해도 버린다. 오스트리아 최대 도시인 비엔나에서 하루에 버리는 가공식품은 두 번째로 큰 그라츠에서 소비하는 양과 같다. 포장도 뜯지 않은 빵과 유제품이 유통기한 지났다는 이유로 전량 폐기된다.

멀쩡한 상태로 버린 음식을 일부로 찾아 먹는 사람을 ‘프리건(freegan)’이라고 한다. 낭비적 삶을 행동으로 비판하는 미국 프리건의 상당수는 고학력 전문직이라지만 그들이 소비하는 음식의 양은 얼마 되지 않는다. 유통기한에 근접해 폐기 대상인 식품을 모아 저소득 계층에 무료로 나누어주는 정부나 민간단체의 ‘푸드뱅크(food bank)’ 사업은 우리나라도 실시하지만 결식 시민을 없애지 못한다. 어차피 버릴 음식이므로 식품회사에서 기꺼이 푸드뱅크에 내놓지만, 유통기한 지난 재고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모두 내놓으면 새로 팔 물건이 그만큼 줄어들지 않은가.

음식 쓰레기가 넘치는 세상이건만 굶주리는 이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무료 급식소마다 점심 줄이 길어지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그 덕분인가? 굶어서 죽어가는 사람은 아주 드물지만 비만이 가난의 상징이 되었다. 예전에 없던 역설이다. 여유가 없어 값싼 가공식품을 허겁지겁 먹는 가난한 계층에 비만이 늘었다는 건데, 필수 영양소나 비타민이 결핍된 가공식품에 의존하다 젊거나 어린 나이에 성인병에 접어들기도 한다.

녹색혁명과 유전자조작
내일도 3끼 먹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갖는 사람은 세계에 얼마나 될까?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30명은 진종일 굶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30명은 3끼 먹을 자신이 없다. 분쟁과 갈등으로 구호식량이 제대로 분배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만 근본 원인은 다른 데에서 찾아야 한다. 식량을 생산해오던 기름진 농토에 말뚝을 박은 다국적기업이 플랜트농업단지를 만들어 돈 많은 국가에 팔기 위해 기호식품이나 농산물을 재배한다. 식량은 언제 어디에서나 기본적으로 이웃과 나눴지만 지금은 아니다. 상품이다. 돈이 없으면 열외일 수밖에 없다.

록펠러와 포드재단의 후원으로 1943년 멕시코 소노라 주에서 시험한 녹색혁명은 대성공을 거뒀다. 적시 적량의 물과 엄선한 화학비료를 적기 투입하자 밀은 3배, 옥수수는 2배의 수확을 올렸다. 과학자가 개발해 종자회사가 공급하는 다수확품종이다. 그 씨앗에 맞는 농사법을 엄격하게 적용하자 2모작은 물론 3모작까지 가능했다. 기아로 허덕이는 지역의 식량은 충분히 공급하게 될 것으로 믿을 만했다. 다수확품종을 심는 농민은 이윽고 조상이 물려준 씨앗을 버렸다.

다수확품종을 대규모로 심기 위해 농민은 소박하게 농사짓던 농토를 바꿔야 했다. 무거운 농기계에 맞춰 경작지를 커다랗고 반듯하게 정리한 다음, 적지 않은 석유를 소비해야 했다. 막대한 투자에서 소외된 농민들은 농사를 포기해야 했다. 남은 농부는 돈이 들어가는 만큼 수확한 농작물은 적정 이윤이 보장된 시장에 팔아야 했는데, 씨앗을 남기면 계약위반이다. 농부는 해마다 다수확품종의 씨앗을 종자회사에서 구입해야만 했다. 내년에 심을 씨앗을 몰래 갈무리했다 들키면 감당 못할 벌금이 부과된다.

녹색혁명 이후 농작물은 엄연한 상품이다. 가난한 지역의 인구는 농산물을 구입할 수 없다. 농작물의 생산과 소비 뿐 아니라 운송과 유통까지 통제하는 다국적 식량 자본은 다수확 농작물의 공급 방향을 바꿨다. 과잉 생산된 곡물을 가축의 사료로 공급하는 편이 훨씬 이익이라는 걸 간파한 뒤의 일이다. 요즘 미국의 축산자본이 공급하는 쇠고기가 그렇다. 쇠고기 1킬로그램은 16킬로그램의 옥수수를 먹인 결과물이다. 옥수수는 어떤가. 100칼로리에 해당하는 옥수수를 수확하려면 그 10배인 1000칼로리 열량의 석유를 들이부어야 한다. 농기계와 운송트럭이 태우는 석유만이 아니다. 석유를 가공한 농약과 화학비료도 만만치 않게 사용한다.

옥수수뿐이 아니다. 콩이나 감자도 마찬가지다. 시금치와 당근, 사과나 포도, 아몬드나 땅콩, 돼지고기나 닭고기, 그 가공식품, 우유와 낙농제품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음식이 아니라 석유를 먹는 것과 같다. 그 과정에서 낭비되는 물도 상당한데 강이 오염되거나 지구온난화 여파로 물줄기가 줄어들자 농부는 지하수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러느라 소비되는 석유도 무시할 수 없는데 우리나 미국이나 농촌의 지하수맥은 점점 깊어진다.

제초제와 살충제의 피해가 확산되면서 녹색혁명은 생명공학에 권위를 넘기게 되었다. 세계적으로 옥수수의 30% 이상, 콩의 절반이 유전자조작(GMO)이다. 세계의 곡물창고를 자임하는 미국은 그 비중이 더욱 크다. GMO 씨앗 역시 기업에서 구입해야 한다. 경작에서 가공, 운송애서 저장에 이르는 과정마다 막대한 석유가 들어가야 하는 건 마찬가지다. 지역 단위의 종자회사에 구속되는 녹색혁명과 달리 GMO는 몇 개 안 되는 다국적기업에 세계의 농부와 소비자가 종속된다. 녹색혁명은 지역적 단작을 몰고왔지만 GMO 농작물은 세계가 동일하다. 농작물 고유의 유전적 다양성은 줄어들고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떨어진다.

유전적 다양성을 잃은 농작물
우리나라에도 흔해빠질 정도로 수입하는 바나나는 시방 멸종위기를 맞고 있다. 튤립처럼 뿌리를 뜯어 심는 바나나는 여러해살이 풀이지만 사실상 세계가 한 그루를 심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타고난 유전적 다양성이 거의 사라진 상태다. 그 바나나에 곰팡이가 돌기 시작했다고 한다. 유전적 다양성을 잃은 농작물을 빼곡하게 심으면 질병은 순식간에 퍼진다. 목적에 맞춰 극단적으로 육종한 닭이나 오리는 유전적으로 단순하다. 그런 가금에 조류독감이 쉽게 퍼지듯, 바나나 곰팡이도 무섭다. 전파를 막으려면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검출된 축사 안전반경 이내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하듯, 넓은 농장을 한꺼번에 불태워야한다.

유전적 다양성을 잃은 GMO 씨앗에 포함된 조작된 유전자는 엉뚱한 식물의 유전자를 오염시킨다. 다국적 농화학기업 몬산토가 독점 공급하는 GMO 중에 특정 제초제에 저항성을 갖는 씨앗이 있다. 몬산토가 독점 판매하는 ‘라운드업’(Roundup, 한국 상품명은 ‘근사미’)을 뿌려도 끄떡없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것인데, 콩과 유채 속의 조작 유전자가 옮겨가면서 잡초까지 끄떡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른바 ‘수평이동’이다. GMO를 개발할 때 몰랐던 독성이 생태계를 오염시키고 먹는 가축이나 사람에게 피해를 안기는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다. GMO에 질병이 번진다면 대책 세우기 무척 어렵다. 생산량이 급감해 굶주림이 만연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에 이은 기상이변은 유전적 다양성을 상실한 농작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곡창지대의 가뭄으로 옥수수와 밀 생산량이 줄어들자 국제 곡물가격은 크게 치솟았다. 2010년과 2012년 발생한 러시아의 가뭄은 국제 밀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져 아프리카 지역의 국가에 기아를 부추기고 말았다. 북중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값싼 미국 옥수수가 멕시코로 밀려들어가자 원산지인 멕시코의 옥수수 농업이 붕괴되고 말았다. 자급 기반을 잃은 멕시코 민중은 미국 옥수수로 또띨라를 반죽할 수밖에 없었는데, 가뭄은 옥수수 가격을 끌어올렸다. 식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계층이 폭동을 일으켰지만 미국 기업의 세계무역기구 제소를 두려워하는 멕시코 정부는 진압 이외에 다른 대책을 세울 수 없었다.

바이오디젤로 가공해 챙기는 이익이 옥수수 수출보다 크자 다국적기업은 수출 물량을 줄였고 옥수수의 가격은 더욱 치솟았다. 옥수수를 사료와 식용유 재료로 수입하는 우리나라에 큰 영향은 없을까? 식용유와 사료 가격의 상승은 가계소비 위축을 넘어 가공식품과 축산업계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로 아직 큰 문제가 없다지만 마냥 안심할 수 없다. 수출전선에 차질이 생기면 식량 부족 현상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다. 한두 기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반도체와 자동차는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판단하는 정부는 노동쟁의를 가혹하게 억압한다.

구입할 돈이 충분해도 식량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16세기 거대한 노천은광에서 큰돈을 벌어들인 볼리비아 포토시의 스페인 출신 귀족은 유럽에서 식량을 실은 배가 제때 접안하지 못하면 굶거나 쥐를 잡아먹어야 했다. 유전적 다양성을 잃은 농작물은 환경변화에 약한데 지구온난화는 가뭄과 홍수가 느닷없이 곡창지대를 휩쓸게 한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수입할 식량이 없으면 예나 지금이나 굶주릴 수밖에 없다. 다국적기업에 식량의 4분의3을 의존하는 우리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석유로 돌아가는 농업, 다가오는 굶주림의 공포
예로부터 “사흘 굶어 도둑질하지 않을 놈 없다”고 했다. 식량은 부족하지 않아야 돈도 명예도 유지될 수 있다. 지급된 건빵을 병사에게 나눠주던 군종장교도 고된 훈련으로 배가 고프면 슬며시 숨긴다는 게 아닌가. 평화(平和)는 밥을 공평하게 먹는 일로 해석할 수 있다. 식량 자급률이 처참한 우리나라는 프랑스의 드골 대통령 기준으로 진정한 독립국이 아니다. 드골 대통령 취임 당시 80%였던 식량 자급률을 프랑스는 현재 200%에 육박할 정도로 끌어올렸다. 프랑스에서 농부는 존중된다. 덕분에 먹고 사는 시민들에게 고마운 존재인데 우리는 어떤가. 고마운 마음은커녕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석유농업이 확산되고 고기 소비가 비약적으로 늘어나는 중국도 식량 수입국가가 되었다. 수출하는 식량보다 수입량이 많아졌지만 자급할 농토는 아직은 충분하다. 그래도 자국의 농촌과 농민, 그리고 농업의 안정적 유지를 지원하는 관료와 지식인이 늘어나는데, 우리는 경각심조차 배양하지 못했다. 정부와 지식인들은 가족농이나 소농보다 시대착오적으로 기업형 농장을 지원할 따름이다. 귀농 인파가 늘어나는 현상과 관계없이 농부가 천대받는 분위기에서 농토는 점차 사라진다. 투기 목적으로 농토를 구입한 외지인은 개발 기회를 엿보지만, 주택이나 공업단지, 또는 연구시설로 농토를 대규모로 매립하는 정부에 비교하면 애교에 불과하다.

서울시의 인구 과밀화를 분산하기 위한 세종행정수도는 보호대상종인 금개구리가 분포하는 논밭을 넓게 매립했다. 충북 오송 생명과학연구단지와 오창 과학산업단지도 논밭이었다. 행정을 위하든 연구를 위하든, 특별시에서 논밭을 없앤 도시로 주소를 옮긴 시민들도 날마다 무언가 먹어야 한다. 아파트 숲으로 뒤바뀐 옛 김포평야에 입주한 시민들도 무언가 먹는다. 인천 아시안게임의 경기장은 하나같이 논밭을 깔고 앉았다. 오는 9월 21일부터 보름동안 경기장에 모여들 아시아의 선수와 인원, 그리고 관중도 먹어야 하는데, 논밭을 매립한 우리는 무엇을 권해야하나.

나날이 과도해지는 화석연료 사용이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키는 요즘은 석유위기 시대다. 이제 석유가 고갈을 눈앞에 두고 있다. 뽑아올리기 위해 들어가는 에너지의 양이 늘어나면서 석유 가격이 치솟고, 가격 상승으로 석유 소비가 억제되어도 올라간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석유로 짓는 농사는 머지않아 한계를 만날 수밖에 없다. 악몽의 전조는 벌써 시작되었으니 식량과 에너지 부족이라는 이중고가 지구촌을 엄습할 텐데 자식 키우는 우리는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나.

굶주리는 국가의 곡창지대에 플랜트농업단지를 조성하는 행태는 지탄의 대상일 뿐, 전혀 정의롭지 않다. 막대한 석유를 소비해야 하는 플랜트농업은 전혀 지속가능하지 않다. 수확한 농작물의 저장과 운송 과정에서 막대한 석유가 낭비될 뿐 아니라 음식 쓰레기가 발생한다. 상당한 화학물질을 운송 도중인 농작물에 살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도시에 농사를 위한 빌딩을 짓고 LED 조명으로 수경재배하는 이른바 ‘수직농장’도 석유위기 시대에 대안이 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다. 소비자와 거리가 가까운 만큼 농장주에 배타적인 이윤이 발생할지 모르지만, ‘로컬푸드’로 분류할 수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까운 거리에서 만나 얼굴을 마주하며 안전한 농작물을 거래하며 마을을 나눌 때 비로소 로컬푸드라 말할 수 있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아도 수직농장이 유기농업일 수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물론이고 생태계와 문화까지 두루 유기적으로 이어져야 유기농으로 인정할 수 있다.

어떻게든 내 땅에서 석유 소비를 줄이며 식량을 자급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농토를 더는 개발하지 않아야 하고, 개발된 농토를 경작지로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그를 위해 정부는 인력을 양성하고 실행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모자라지 않은 영양분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식단을 다양하게 연구하고 널리 보급해 식탐과 낭비를 부추기는 말초적 식문화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곡물사료 사육으로 얻는 육류의 소비를 줄이면 소비자와 환경이 크게 개선될 뿐 아니라 식량 자급률도 크게 높일 수 있다. 전통 가족농과 소농을 적극 지원하고 천혜의 갯벌을 보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갯벌은 수많은 어패류의 서식지이자 산란장이고 지구온난화를 예방하며 태풍으로 인한 해일을 완충하지 않은가.

아무리 노력해도 뾰족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을지 모른다. 많은 인구가 먹을 수 있는 유기농산물을 자급할 농토가 충분하지 않은 현실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를 감안해 국가와 전문가, 그리고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종합적이고 체계적이며 정의로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사막화 확산으로 방목 위주인 전통 축산업에 위기를 맞은 몽골을 유기농업으로 지원하며 사막화를 방지하는 방법은 없을까? 몽골과 우리가 상생하며 만족할 대안을 함께 논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춘궁기를 두려워하던 조상을 모시는 우리는 늦기 전에 배고픔을 모르는 자식과 행복하게 살아갈 내일을 준비해야 한다. 기억은 물론 상상조차 어려운 굶주림의 공포가 코앞으로 다가오기 전에 대안을 절박하게 모색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기쁨과희망, 2014년 6월호)


게시물 219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19 밥과 사람은 한울님 - 허정균 (변산바람꽃님 페북 글) 풀꽃세상 03-18 4459
218 “준표 형님, 형님 팔자 고친 것도 ‘밥심’이었잖아요” - 이계… 풀꽃세상 03-17 4198
217 '밥'에 대한 단상 - 김훈 (한겨레 컬럼) 풀꽃세상 02-26 4816
216 17회 풀꽃상 “밥”을 모시며 드리는 메시지 풀꽃세상 01-27 2960
215 [녹색당] 릴레이 정책 강연 "생존" (1) - 쌀과 농업 풀꽃세상 08-08 3972
214 내가 한 밥상... 녹평독자의 짧지만 큰 울림 말북 07-27 3870
213 다가오는 공포, 굶주림 _동요풀 박병상님 풀꽃세상 07-16 3885
212 "'생명 급살' 세월호, '생명 서살' 우리 밥… 풀꽃세상 07-14 4118
211 나와 가족을 넘어 공동체를 위해 행동할 때 풀꽃세상 07-14 3585
210 생산 과정 전체를 유기적으로 바라본다 풀꽃세상 07-14 3833
209 밥 한 그릇 속에 온 우주가 들어 있다 말북 07-01 4499
208 광주 518주먹밥카페 이야기 말북 07-01 4509
207 원주 한그릇애 이야기 말북 07-01 4350
206 원주 십시일반 이야기 말북 07-01 4241
205 인천 민들레 국수집 이야기 말북 07-01 4427
 1  2  3  4  5  6  7  8  9  10    

select count(*) as cnt from g4_login where lo_ip = '35.172.236.135'

1016 : Can't open file: 'g4_login.MYD'. (errno: 145)

error file : /home/bbs/board.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