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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상을 드립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풀꽃세상'을 위해 감사나 북돋움이나 연민 등의 다양한 표현으로 우리의 생각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그 표현의 형태를 우리는 '풀꽃상'이라 붙입니다. 지금까지 우리는 동강의 비오리, 보길도의 갯돌, 가을 억새, 인사동 골목길, 새만금 갯벌의 백합, 지리산의 물봉선, 지렁이, 자전거, 논, 간이역, 비무장지대, 우리씨앗 앉은뱅이밀에게 풀꽃상을 드렸습니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입니다'란 풀꽃세상의 생각에 공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풀꽃상을 추천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공생의 가치에 대하여 늘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을 대하듯이 자연을 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셀 수 없이 많은 풀잎들 중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런 마음을 '풀씨의 마음'이라 부르려고 합니다. 그러한 마음의 힘을 우리는 믿고, 또한 개개인의 작은 실천이 세상을 조금씩 변화시키리라 믿습니다. 우리는 풀씨의 마음을 뿌리고, 함께 살아가고 있는 모든 풀씨들을 북돋고자 합니다.

  밥 한 그릇 속에 온 우주가 들어 있다
  글쓴이 : 말북     날짜 : 14-07-01 14:08     조회 : 4498    

밥 한 그릇 속에 온 우주가 들어 있다

글 김현

이철수 판화가의 <밥 한 그릇>은 한살림의 밥 이야기를 오롯이 보여준다.
해와 달, 산과 흙과 물을 모두 품고 있는 밥그릇은 하나의 커다란 우주이다.

 

밥은 말을 걸기에 좋은 ‘재료’다. 우리는 종종 “밥을 먹었는지” 인사를 건네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 혹은 어떤 요리를 즐겨 하는지 따위를 물어보며 그 사람을 보다 가까이 알게 되곤 한다. 한살림의 시작에도 그러한 ‘말 걸기’가 있었다. 농약과 화학비료 대신 더 많은 품을 들여 농사지은 쌀과 생명이 살아 있는 유정란에는 저마다의 특별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들려주며 “함께 한살림 하면 어떻겠느냐?”고 권했다.

추측일 따름이지만 이때의 한살림은 그야말로 ‘한집살림’과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고향의 가족 같은 생산자가 지어 보내주는 쌀과 채소를 도시의 소비자들이 고맙게 먹고, 또한 소비자들은 생산자들이 건강한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도록 쌀값, 채소값을 보내주는 사이. 그런 관계들이 돈독해지고 넓혀지는 가운데 밥상이 살아나고, 그 밥을 먹는 사람들과 농사짓는 땅이 더불어 건강해졌다. 이렇게 시작한 한살림의 밥 이야기는 현재진행 중이다.

 

한 그릇의 밥을 안다는 것은

 한 그릇의 밥으로 한살림의 밥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혹 부족함이 있을까? 예컨대 이철수 판화가의 그림 <밥 한 그릇>은 간결하면서도 그 자체로 충분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해와 달, 산과 흙과 물을 모두 품고 있는 밥그릇은 하나의 커다란 우주이며 모두의 협동, 그리고 농부의 땀이 더해져 한 그릇의 밥이 만들어 진다는 이야기.

그러한 세계에 내가 속해 있고 즉, 내가 그 세계의 일부이며 내가 먹는 것과 나의 생명은 그 우주와 동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순간, 매일 먹는 밥이 다시 보인다. “이 밥이 어디에서 왔을까?”를 묻는 것이 곧 밥상살림의 출발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또는 눈감고 싶은 우리가 ‘반생명’이라 규정하는 농약과 방사능, 각종 화학물질들 또한 그 안에서 우리와 공존하고 있을 것이다. 건강한 물과 공기, 흙이 없이 건강한 먹을거리란 존재할 수 없다는 깨달음은 한살림의 밥 운동을 생활 속 실천과 환경운동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밥상을 살리는 일과 밥그릇 속에 든 우주(세상)를 살리는 일이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밥 한 그릇을 아는 것은 모든 것을 아는 것’이라 했다. 식일완만사지이다. 동학농민운동을 이끈 해월 최시형의 법설 가운데에는 이처럼 밥 먹는 일을 중하게 여긴 말들이 있다. 동학에서는 사람뿐 아니라 모든 만물을 살아 있는 것으로, 그 안에 한울이 깃들어 있는 존재로 보았기에 내 안에 한울(우주)이 있을 뿐 아니라 내가 먹는 밥에도 한울이 있어 한울로서 한울을 먹는다고 했다. 이천식천이다. 이는 비단 밥 먹는 일뿐 아니라 나라는 존재가 다른 존재로 인해 생명을 유지한다는 뜻인데, 거꾸로 보면 나 역시 누군가의 밥이 되어야만 하는 존재다. 말하자면 서로가 서로의 밥이 되어주는 관계랄까?

<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은 《살림이야기》 창간호(2008년)에서 “네가 나의 밥”이라 할 것이 아니라 “내가 너의 밥”이 되자고 했다. 사실 두 말은 결국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서로에게 먹고 먹히는 존재. 사람 사이뿐 아니라 온 우주 만물과 우리는 그러한 순환 속에 놓여 있다. 밥이란 말이 또 이렇게 새롭다.

 

세상을 바꾸는 밥 한 그릇

얼마 전 “고기에는 좌우가 없다”는 말이 난데없는 고깃집 파문과 함께 우스갯소리처럼 퍼져 나간 일이 있었다. 말인즉 ‘고기는 고기일 뿐!’이라는 것.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시절 밥 한 그릇으로부터 새로운 사회운동이 움텄듯이, 누군가에게는 그저 일용할 양식에 지나지 않는 밥이 어떤 이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기도 했다. 1986년 한살림농산이라는 작은 쌀가게가 문을 열었던 즈음, 정치적 행동과 투쟁으로 사회를 바꾸려는 거대한 물결의 한편에 날마다 먹는 밥, 즉 생활과 삶의 자리에서 사회 변혁을 꿈꾸었던 작은 물줄기가 있었다. 식일완만사지의 앎으로부터 일어난 “밥 한 그릇이 세상을 바꾼다”는 믿음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전과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음에 틀림없다. 여기에도 한살림의 밥 이야기가 갖는 힘이 있다. 그리고 기꺼이 그 이야기에 동참한 사람들이 있다.

농촌의 생산자와 도시의 소비자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각자의 이익만을 생각하던 것이 당연시 되던 시절, 밥상을 살리는 일이 곧 농업을 살리는 일임을 깨닫고 서로에 대한 고마움으로 함께 사는 길을 택한 사람들이다. “생산자는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진다”는 말은 곧 서로가 서로의 밥이 되어 주는 관계의 한살림식 표현이다. 그래서 한살림의 밥상은 “농촌과 도시에서 함께 짓는 농사”의 결실이다.

오염되고 병들어가던 땅이 살아나는 한편 도시 곳곳에서는 함께 밥 먹는 풍경이 되살아났다. 물품을 함께 공급받던 공동체는 자연스레 밥상공동체가 되었고, 닫혀 있던 이웃의 문을 열게 했다. 한살림 초기에 함께 공급받는 조합원들끼리 서로를 배려해 볼품없는 물품을 먼저 골라갔다는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한살림 마음’의 상징처럼 두고두고 회자된다. 밥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웃과 만나고 음식으로 공동체를 회복하는 것, 함께 사는 일이 밥으로부터 가능해지는 경험이 마을과 동네, 지역 안에서 오늘도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밥상살림은 농업살림과 떼어낼 수 없고, 지역살림의 출발이면서 세상을 보다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힘을 가진 말이 되었다.

 

함께 차리는 밥상문화, 함께 만드는 밥상살림

2014년 우리 밥상의 모습은 어떨까?

2000년대 들어 ‘잘 먹고 잘사는’ 데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사람들의 욕구를 충족하고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갖가지 웰빙 식품이 쏟아져 나왔다. 좋은 먹을거리에 대한 정보도 넘쳐났다. 하지만 아직도 밥상의 많은 부분은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거대 식품산업과 제도의 지배 아래 놓여 있다. 그래서 밥을 먹는 일은 여전히, 아니 갈수록 더욱 중요한 선택의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 밥상이 어떠해야 할까?’라는 물음이 다시 필요한 때로, 밥을 둘러싼 새로운 흐름들을 살펴야 할 때다.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친환경, 유기농 먹거리를 고르는 것이 더 이상 어렵지 않은 일이 된 지금, 한편에서는 ‘유기’라는 말이 갖는 의미 중 ‘관계’의 측면에 무게가 실리면서 로컬푸드, 직거래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물리적, 정서적 의미를 포함하는 한살림의 가까운 먹을거리, 그리고 제철꾸러미와 도농교류를 통해 생산-소비 거리를 좁히는 시도들도 그 가운데 한 모습이다. 말 그대로 ‘얼굴이 있는 생산물’이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이것은 단지 안전한 먹을거리를 넘어 더 좋은, 모두에게 이로운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 속에서 등장한 또 하나의 선택지이자 새로운 먹을거리 문화다.

지금껏 ‘무엇을’ 먹는가에 집중해 왔다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어떻게’에도 보다 많은 물음표가 필요하다. 앞서 얘기한 동학의 이천식천, 그리고 나를 향해 밥(제사)상을 차린다는 ‘향아설위’ 등은 모두 밥 먹는 마음가짐과 태도, 나아가 세상과 관계 맺는 데 대한 훌륭한 가르침이다. 우리 안에 있는 이 풍성한 말들을 오늘의 언어와 실천으로 생생하게 살아있도록 만드는 일이 지금 필요한 밥상문화, 밥상살림의 모습이 아닐까? 밥을 차리고 먹는 일을 보다 ‘즐겁게’ 만드는 것, 그리고 가능하다면 ‘함께’.

적잖은 식당에서 1인용 좌석이 늘어가면서 혼자 밥 먹는 일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역시나 밥은 함께 먹는 것이 제맛이다. 예전의 마을잔치와 같은 풍경은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단오와 대보름날 그리고 가을걷이가 끝난 들녘과 마당에서 한데 모여 큰 솥 밥을 나눈다. 그렇게 밥 먹는 일이 함께하는 이들에게는 즐겁고 보는 이들에게는 함께하고 싶은 장면으로 기억될 때만이 ‘함께 밥 먹고 함께 한살림 하자’고 말을 건넬 수 있지 않을까?

‘크게 지어 나누어 먹는 밥’. 꼭 한자리에 모이지 않더라도, 나와 우리 집 밥상뿐 아니라 당신과 그들의 밥상 또한 안녕한지 묻고 살피는 일에서 밥상공동체는 되살아나고 진화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모두 이 세상이라는 큰 솥에서 함께 밥을 지어 먹는 사이이므로.

 

↘ 김현 님은 모심과살림연구소에서 한살림과 생명운동 관련 자료 및 새로운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널리 퍼트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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