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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숙한 시간 - Rainer Maria Rilke (김광규 역)
  글쓴이 : 말북     날짜 : 14-07-31 15:55     조회 : 3193    
엄숙한 시간 - Rainer Maria Rilke (김광규 역)


지금 이 세상 어디선가 울고 있는 사람은,
까닭없이 이 세상에서 울고 있는 사람은,
나 때문에 우는 것이다.

지금 이 밤중 어디선가 웃고 있는 사람은,
까닭없이 이 밤중에 웃고 있는 사람은,
나를 위해 웃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세상 어디선가 걷고 있는 사람은,
까닭없이 이 세상에서 걷고 있는 사람은,
나에게로 오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세상 어디선가 죽어가고 있는 사람은,
까닭없이 이 세상에서 죽어가고 있는 사람은,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오늘 원주 시내에 들러 일을 보고 버스로 들어오는 길에 할머님 한 분이 다음 정류장에서 올라오시기에 맨 뒷자리에 앉아 있던 나는 냉큼 일어나 자리를 내어드렸습니다. 그리곤 그렇게 버스가 출발했는데, 곧 왠일인지 할머님 곁이 웅성거립니다. 아들 이야기가 나오고 뉴스 이야기가 나오기에 머뭇거리다가 이내 조심스레 여쭸습니다. 무슨 일이 있으신지... 그러자 얼마 전 추락한 소방헬기의 조종사가 할머님의 외아들이었다고 다른 분이 답해주셨고, 할머님은 세월호 때문에... 유병언 때문에... 내 아들이 죽을 줄 어찌 알았느냐고 억울해 하시며 울먹이셨죠. 갑자기 머리는 복잡해졌지만 아무 말을 할 수는 없었습니다. 슬프고 답답하고 캄캄했습니다. 돌아와서도 내내 버스를 타기 전 우연히 읽게 되었던 릴케의 시가 더욱 가슴을 치기에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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