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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헛된 꿈을 접을 시간이다.
  글쓴이 : 변산바람꽃     날짜 : 06-05-21 17:00     조회 : 7280    
헛된 꿈을 접을 시간이다
- 박영근 시인의 영전에


백무산

 
바람 찬 거리에서 언발로 너는 왔다
기름밥 세월 속에서
짓물러 터진 입술로
눈부셔 눈이 부셔 그 이름 부르며 너는 왔다.

쇳가루 뒤덮인 공단 거리에서
지문도 닳아진 손바닥 위로
울분처럼 쏟아지던 피, 붉은 핏빛이
눈부셔 눈이 부셔 돌멩이로 밤하늘 가르던
어두운 거리에서 너는 왔다

늦은 밤 졸음에 겨운 어린 누이들 어깨 위로
진눈깨비 살을 파던 공단 담벼락 위로
빈 손 언 손 부비며 취업공고판 앞에서
무너지던 가슴으로 너는 왔다

새벽 철창살 아래 너는 왔다
눈부신 새들의 날갯짓으로
벽에 이마를 찧어대던 그 긴 밤들 속으로
그 이름 그 아름다운 이름 부르며
목이 쉬어 부르며 너는 왔다.
너의 눈물 너의 노래는
너의 술과 너의 일탈은 저행의 몸부림이었다
너의 몸짓 너의 주정 너의 뗑깡과 억지와 막무가내도
그 무엇과 타협할 수 없기에
그 무엇과도 흥정할 수 없기에
그것은 순결의 절규이기에

그리하여 시인이여
시인이 시를 놓은 시간에
주정뱅이가 아니면 그는 가짜 시인이다
거렁뱅이가 아니면 타락한 시인이다
반란을 꿈꾸지 않는 시인은 오염된 시인이다
제 명을 다하고 죽는 자 엉터리 시인이다
오, 그것은 거대함으로 오는 줄 알지만
밤하늘의 주먹별로 오는 줄 알지만
혁명은 저 순결한 주정뱅이의 노래 속에 있었네
인류의 쓸모없는 쓰레기들이 토해내는 구역질 속에 있었네

그리하여 시인이여
이제 그만 머뭇거리지 말고 가라
오염된 계급이여, 이 땅의 노동자들조차 등을 돌린 꿈들을
시인의 가슴에조차 열정이 사라진 이 시대를
놓아버리고 너는 가라

순결은 다만 오염된 자들의 대속물일 뿐
순결한 자들이 있어 혁명은 소멸한다
그러니 너는 가고 아비규환의 세상만 남아라
저 피투성이 세상, 그래 저것이 세상이다
그런 세상만 남기고
시인이여 이제 꿈을 접을 시간이다
이제 헛된 꿈을 접을 시간이다
세상 한 모퉁이를 텅 비워버릴 시간이다
순결로도 진실로도 채울 수 없는 허공이게 하라
사랑으로도 꿈으로도 채울 수 없는 허공이게 하라
지금은, 지금은 다만
부재의 혁명이게 하라

티모시 프…   06-06-02 13:24

루미 지혜
-위대한 수피 스승의 날마다 가르침-에서

4월 8일
어디를 가든지.
언제나 그것이
보물 주인을 찾아가는 너의
여행이 되도록 하여라

풍경소리 200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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