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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 파블로 네루다
  글쓴이 : 풀꽃세상     날짜 : 10-09-07 11:48     조회 : 11741    
 시(詩)
 
                                파블로 네루다 (Pablo Neruda)


  그러니까 그 나이였다. 시가 날 찾아왔다.

  난 모른다, 어디서 왔는지
  겨울에 선지 강에 선지.
  언제 어떻게 왔는지.
  아니, 목소리는 아니었다,

  말(言)도,
  침묵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느 거리에 선가 날 부르고 있었다.
  밤의 가지들로부터,
  느닷없이 타인들 틈에서,
  격렬한 불길 속에서.
  혹은 내가 홀로 돌아올 때,
  얼굴도 없이 거기에 지키고 섰다가
  나를 건드리곤 했다.


  난 뭐라 말해야 할지 몰랐다.

  나의 입은 이름 부를 줄 몰랐고,
  나는 눈멀었었다.
  그런데 무언가 내 영혼 속에서 꿈틀거렸다,
  열병 혹은 잃어버린 날개들이.
  그 불에 탄 상처를 해독하며,
  난 고독해져갔다.
  그리고 막연하게 첫 행을 썼다.
  형체도 없이, 어렴풋한, 순전한 헛소리,
  쥐뿔도 모르는 자의 순량한 지혜.
  그때 나는 갑자기 보았다.
  하늘이 걷히고
  열리는 것을,
  혹성들을,
  고동치는 농장들을,
  화살과 불과 꽃에
  만신창이가 된,
  구멍 뚫린 그림자를,
  소용돌이치는 밤을, 우주를 보았다.


  그리고 나, 티끌만한 존재는,
  신비를 닮은,

  신비의 형상을 한,
  별이 가득 뿌려진
  거대한 허공에 취해,
  내 자신이 심연의
  순순한 일부임을 느꼈다.
  나는 별들과 함께 떠돌았고,
  내 가슴은 바람 속에서 멋대로 날뛰었다.
 
 
 
 
 
 
 
                              시인(詩人)
 
                                                    파블로 네루다



옛날에, 쓰라린 사랑이나마 거머쥐려고
삶의 구석구석을 뒤졌다,
옛날에, 수정과 같은 작은 추억이나마 간직하려고
눈을 삶에 고정시켰다.
사람의 마음을 돈으로 샀고
탐욕의 시장에서 서성거렸고
질투의 가장 은밀한 향기를 들이마셨다,
가면 뒤에 숨긴 비인간적인 적의(敵意)를,
나는 진흙탕이 넘실대는 세상에서
살았다, 갑작스레 꽃이, 흰 백합이 떨리는 거품을
내뿜으며 나를 삼켜버리는 곳에서,
그리고 어디로 발을 내딛든간에 나의 영혼은
미끄러져 갔다, 입을 쩍 벌린 심연(深淵)속으로
이리하여 나의 시는 태어났다 ___ 쐐기풀로
몸값을 치르기가 무섭게
형벌처럼 고독을 붙잡아야만 했다,
정원에서는 가장 신비로운 꽃을, 매장이라도 하듯이,
불순한 것들과 떼어놓아야만 했다.
이처럼 깊은 바닥에서 사는 탁류처럼
나는 스스로를 고립시켰고
모든 존재의 고독을 찾아, 매일매일의
증오를 찾아 쏘다녔다.
가장 낯선 바다에 사는 물고기처럼,
저들이 인생의 반을 숨김으로써 번성한다는 것을
나는 알았고, 거대한 진흙더미에서
나는 죽음을 만났다.
문과 길을 여는 죽음을.
벽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죽음을.
 

달아꽃   10-09-11 10:39

얼마전에 영화 일포스티노의 원작인 우편배달부와 네루다를 읽었습니다.
일포스티노는 수능시험이 끝나고 학교에서 보여줬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파란 바다와 네루다의 집, 두 사람이 얘기나누는 장면 등만 기억이 나고 참 재밌게 봤었지 했습니다.
책으로 읽으니 또 다른 느낌이더군요. 영화도 다시 한번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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