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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스커트의 지퍼 - 오세영
  글쓴이 : 풀꽃세상     날짜 : 10-01-27 11:40     조회 : 9881    
오세영 시인이 그의 신작시집 '푸른스커트의 지퍼'를 풀꽃방에 보내오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푸른 스커트의 지퍼
 


농부는
대지의 성감대가 어디 있는지를
잘 안다.
욕망에 들뜬 열을 가누지 못해
가쁜 숨을 몰아쉬기조차 힘든 어느 봄날,
농부는 과감하게 대지를 쓰러뜨리고
쟁기로
그녀의 푸른 스커트의 지퍼을 연다.
아, 눈부시게 드러나는
분홍빛 속살,
삽과 괭이의 그 음탕한 애무, 그리고
벌린 땅속으로 흘리는 몇 알의 씨앗.
대지는 잠시 전율한다.
맨몸으로 누워 있는 그녀 곁에서
일어나 땀을 닦는 농부의 그 황홀한 노동,
그는 이미
대지가 언제 출산의 기쁨을 가질까를 안다.
그의 튼실한 남근이 또
언제 일어설지를 안다.
 
 
 
 
(서울=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오세영(68) 시인이 자연과 생명을 향한 찬가를 묶어 생태시집 '푸른 스커트의 지퍼'(연인M&B 펴냄)를 출간했다.
  이 시집에는 그동안 작품 속에서 생태와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표현해온 시인이 쓴 70여 편의 생태시가 담겼다.
  무심한 인간과 문명을 향해, 자연의 목소리를 빌려 던지는 시인의 경고는 제법 준엄하다.
  "지구의 습진으로 피부가 짓물었다. / 농경이다. 개발이다. 파헤치는 산과 들, / 가려움 참을 수 없어 지친 몸을 뒤튼다. // 따끔따끔 쏘는 빈대, 사정없이 무는 벼룩, / 혈관에서 뽑는 석유, 살 속에서 캐는 석탄, / 괴로움 참을 수 없어 팔다리를 비튼다."('지진')
"곳곳마다 파헤친 들과 숲 / 자연은 지금 온통 분노와 증오에 떨고 있다. / 드디어 인내의 한계에서 폭발한 저 민중의 / 절규, / 걷잡을 수 없는, 통제불능의 / 폭력 시위다. / 쓰나미, 대홍수 그리고 / 유례없는 지진과 대 기근."('분노' 중)
 
  환경 파괴에 따른 결과를 '녹색 테러'로 지칭할 정도로 시인의 현실 진단은 냉혹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염세적으로 흐르지는 않는다. 시인이 내세우는 해법은 복잡하지 않다. "나를 지우고" 자연 속으로 녹아들면 되는 것이다.
  "산에서 / 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은 / 산이 된다는 것이다. / 나무가 나무를 지우면 / 숲이 되고, / 숲이 숲을 지우면 / 산이 되고, / 산에서 / 산과 벗하여 산다는 것은 / 나를 지우는 일이다."('나를 지우고' 중)
  "대지는 내 자신이자 어머니이며 나의 현주소이자 나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시인에게, 대지의 "푸른 스커트의 지퍼"를 열고 대지를 전율시키는 '농부'는 환경을 염려하는 '시인'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바닥이 수평을 잡아야 / 가뭄에도 / 물이 잘 들 수 있는 무논처럼 / 편견 없는 마음이 / 정직한 글을 쓴다. // 비료나 제초제는 가능한 / 쓰지 마라. / 온종일 들판에서 생명을 키우는 / 유기농경작 농부, / 우리들 시인."('경작을 하며' 중)
 

 


풀꽃세상   10-01-27 11:58

대지에서 태어난 인간은 결국 대지로 돌아가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대지는 내 자신이자 어머니이며 나의 현주소이자 나의 고향이다.
 그 부드럽고 찰진 흙은 내 살이며, 졸졸졸 맑게 흐르는 물은 내 피이며, 아름답게 우거진 수목들은
 내 머리털이며, 장엄하게 출렁이는 푸른 바다는 내 심장이며, 찬란하게 빛나는 하늘은 내 영혼이다.

 - 오세영의 '생태시 선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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