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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 시
  글쓴이 : 파블로 네…     날짜 : 00-12-30 16:46     조회 : 5755    
파블로 네루다

1

여자의 육체, 하얀 구릉, 눈부신 허벅지,
몸을 내맡기는 그대의 자태는 세상을 닮았구나.
내 우악스런 농부의 몸뚱이가 그대를 파헤쳐
땅 속 깊은 곳에서 아이 하나 튀어나오게 한다.

터널처럼 나는 홀로였다. 새들이 내게서 달아났고
밤은 내 가슴으로 거세게 파고들었다.
난 살아 남기 위해 그대를 벼렸다, 무기처럼,
내 활의 화살처럼, 내 투석기의 돌멩이처럼.

그러나 이제 복수의 시간은 오고, 난 그대를 사랑한다.
가죽과, 이끼와, 단단하고 목마른 젖의 몸둥이여.
아 젖가슴의 잔이여! 아 넋잃은 눈망울이여!
아 불두덩의 장미여! 아 슬프고 느릿한 그대의 목소리여!

내 여인의 육체여, 나 언제까지나 그대의 아름다움 속에 머물러 있으리.
나의 목마름, 끝없는 갈망, 막연한 나의 길이여!
영원한 갈증이 흐르고, 피로가 뒤따르고,
고통이 한없이 계속되는 어두운 강 바닥이여.

7

해질녘엔 몸을 굽혀 대양(大洋) 같은 그대의 두 눈에
나의 슬픈 어망을 던진다.

거기 높이높이 솟구치는 불길 속에서 나의 고독이
조난자처럼 두 팔 휘저으며 활활 타오른다.

등대가의 바다처럼 물결치는
멍한 그대 눈에 나는 적신호를 보낸다.

아득한 나의 여인이여, 그댄 어둠만을 머금고 있구나.
그대 눈길로부터 가끔씩 공포의 해안이 나타난다.

해질녘엔 몸을 굽혀 나의 슬픈 어망을 던진다,
대양 같은 그대의 두 눈을 뒤흔드는 그 바다에.

밤새들은 그대를 사랑할 때의 내 영혼처럼
반짝이는 첫 별들을 쪼아댄다.

밤은 검은 암말을 타고 질주한다,
들판 위로 푸른 이삭 흩뿌리며.

15

마치 네가 곁에 없는 것 같아 난 말없을 때의 네가 좋다.
넌 멀리서 내 말에 귀기울이고, 내 목소리는 네게 닿지 못한다.
네 두 눈은 멀리 날아가버린 듯하고
한번의 입맞춤이 너의 입을 걸어잠근 것만 같구나.

만물이 내 영혼으로 가득 차 있듯
너는 내 영혼으로 흘러 넘치며, 사물들로부터 온다.
꿈꾸는 나비여, 넌 내 영혼을 닮았구나.
넌 우수(憂愁)란 말을 닮았구나.

난 네가 말하지 않아 멀리 있는 것 같을 때가 좋다.
그리움에 우는 나비여, 넌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것만 같구나.
넌 멀리서 내 말에 귀기울이고, 내 목소리는 네게 닿지 못한다.
너의 침묵을 통해 나도 침묵하게 해다오.

등불처럼 밝고, 가락지처럼 소박한
너의 침묵을 통해 네게 말하게 해다오.
넌 별이 총총한, 고요한 밤 같다.
그토록 아득하고 소박한, 너의 침묵은 별에서 온다.

마치 네가 곁에 없는 것 같아 난 말없을 때의 네가 좋다.
마치 딴 세상 사람인 듯 아득하고 애처로운 너.
그땐 한마디 말, 한번의 미소로 족하리라.
난 기쁘다. 어렴풋하다는 게 기쁘다.



◈ 수크렁 ─ 네루다의 시는 광대무변, 울림이 큰 시지요. 우리는 불행히 네루다의 시만큼 스케일이 큰 시인을 만나기 어렵습니다.불행이도. 아, 원어 스페인어로는 그 얼마나 음악이 넘칠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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