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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찬 딸/김진완 |
| 글쓴이 : 풀꽃세상
날짜 : 04-07-20 11:55
조회 : 8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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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찬 딸
다혜자는 엄마 이름, 귀가 얼어 톡 건들면 쨍그랑 깨져버릴 듯 그 추운겨울 어데로 왜 갔던고는 담 기회에 하고, 엄마를 가져 싸아한 진통이 시작된 엄마의 엄마가 꼬옥 배를 감싸쥔 곳은 기차 안. 놀란 외할아버지 뚤레뚤레 돌아보니 졸음겨운 눈, 붉은 코, 갈라터진 입술들뿐이었는데 글쎄 그게, 엄마 뱃속에서 물구나무를 한번 서자,
으왁!
눈 휘둥그런 아낙들이 서둘러 겉치마를 벗어 막을 치자 남정네들 기차 배창시 안에서 기차보다도 빨리 '뜨신 물 뜨신 물' 달리기 시작하고 기적소린지 엄마의 엄마 힘쓰는 소린지 딱 기가 막힌 외할아버지 다리는 후들거리기 시작인데요, 아낙들 생침을 연신 바르는 입술로 '조금만, 조금만 더어' 애가 말라 쥐어트는 목소리의 막간으로 남정네들도 끙차, 생똥을 싸는데 남사시럽고 아프고 춥고 떨리는 거기서 엄마 에라 나도 몰라 으왕! 터지는 울음일 수밖에요.
박수 박수 "욕 봤데이." 외할어비지가 태우신 담배꽁초 수북한 통로에 벙거지가 천정을 향해 입 딱 벌리고 다믄 얼마라도 보태 미역 한 줄거리 해먹이자, 엄마를 받은 두꺼비상 예편네가 피도 채 덜 닦은 손으로 치마를 걷자 너도나도 산모보다 더 경황없고 어찌 할 바 모르고 고개만 연신 주억였던 건 객지라고 주눅든 외할아버지 짠한 마음이었음에랴 두말하면 숨가쁘겠구요. 암튼, 그리하야 엄마의 이름 석자는 여러 사람들이 은혜를 입어 태어났다고 즉석에서 지어진 것이라,
多惠子.
성원에 보답코자
하는 마음은 맘에만 가득할 뿐
빌린 돈 이자에 치여
만성두통에 시달리는
나의 엄마 다혜자씨는요,
칙칙폭폭 칙칙폭폭 끓어오르는 부아를 소주 한잔으로 다스릴 줄도 알아 "암만 그렇다 캐도 문디, 베라묵을 것, 몸만 건강하모 희망은 있다."
여장부지요
기찬,
기ㅡ차ㅡ안 딸이거든요.
惡物
지금도 가마이 생각해보모 내가 왜 그랬나 싶은 기 쳐녀때 밭을 매다 오줌이 누고 싶어가 들어간 기 죄받으러 들어간기라 눈알이 쌔까만 기 사슴새끼였든기라 뭐 이리 이쁜게 다 있노 싶어가 대바구니에 담아 집에 안왔드나 그리 안하는 긴데 촌에 머 묵을 끼 있나 고마 누룽지 팅팅 뿔은 거 줘봐야 쳐다보기나 하나 젖도 안 떨어진 그기 을매나 울어쌓든지...... 지 에미 또 저거 찾아 애터지이 산길 헤맬꼬 싶은 기 안되겠다 싶대 꼬내 해가 있다가 날이 밝자마자 그 자리로 도로 안 놔뒀드나 얼매나 울었든지 그 참엔 소리도 안 나오는기라 죄받는다 죄받아 고마 어무이 말 듣고 내 그리 안하는 긴데 모리긴 해도 몬 살았지 싶어 지금도 가마이 생각해보모 내 이리 고생하는 기 다 그기 악물이 되가 앙갚음하는 거 아인가 싶기도 하고 말다
난 앞발을 쳐들며 당장 뛰어나올 듯한 삼천원짜리 호랑이족자를 벽에 걸었다
들뜬 벽지가 호랑이를 자꾸 밀었다.
피난
안고 업고 칭얼대는 어린것에 물릴 젖은 가물어 살비듬 위로 길을 내는 땀과 오줌 왠수가 따로 없이 징하여 차마 겨드랑이 쉰내로 다시 끌어안고 소매 끝이 까맣게 반질거리는, 난리도 생 몸소리나는 난리. 흉포한 천지를 내달리는 땀찬 가랑이, 거지 중에 상거지 一家로 외할매 부추 심근 앞마당
왈칵, 어푸러뜨릴 적
누고?
화이고마! 섬뜩시럽다.
이기 누꼬.
성님 내요.
굶기를 밥묵드기 딱 죽었다 인자 살았구나 싶어
두 손 움킨 흙에 뿌리내려 있던 봉숭아나 민들레
누이여, 몸 좋은 달 아래 첨매주었던 그 부푼 가슴이 부끄러웠던가
누이여, 품 좋은 바람에 홀려 자취를 영 놓친 出嫁外人이 설웠던가
하나있는 딸년은 쥐를 먹고
부쩍 쥐가 들끓어 아침마다 이빨자국 난 비누와, 찬장을 쏠아 바닥에 흩어진 톱밥을 물 한바가지로 씻어내리며 더럽다고, 이게 사람 사는 집이냐고 동생녀석이 하도 짜증을 내는 통에 어머닌 부러, 전에 살던 동네에까지 가서 고양이 한 마릴 얻어 오셨다. 축 늘어진 쥐를 물고 캭캭 쏘아대는 푸른 눈에 기가 질린 적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몇 달을 입만 벌린 채 번번이 제 목젖만 따멕히고 온몸에 녹만 빨갛게 뒤집어쓰고 있는 덫에 비하자면 용하고 기특하기도 했지만, 대가릴 깨물고 연신, 쏘아대는 푸른 눈빛은 아무리 이쁘게 봐줄래도 여엉 섬찟스런 것이라.
것 보라지 싶게 집안이 조용해지자 밤이슬을 밟는 눈치라 동네 쥐를 잡으려는가보다 했더니 웬걸, 불룩한 배가 땅에 끌릴듯 보기에도 무겁더니
"절마 저거 새끼 뱄는갑다."
아버지 말씀은 들어맞아
한날은, 쌀을 담가둔 물에다 한참이나 정신없이 코를 박고 있길래 웬 안하던 짓인가 하고 봤더니
홀쭉,
"새끼 낳는다꼬 얼매나 힘들었겠노 시상 가엾어라."
미역국에 멸치 섞어 말아주는 많다 싶은 밥도 어귀차게 먹어대고, 이상한 건 젖을 물린 후론 쥐를 물고 쏘아봐도 그 표독스럼이 한겹 걷어진 듯이 눈 푸른 빛이 영 옅어진 듯 느껴지던 거.
나이는 못 속여 부쩍 어깨가 결리시대서 농삼아 저걸 삶아먹으면 좋다던데 하자, 짐승 듣는데서 함부로 죄받을 소리 한다고 나무라시곤,
"그래 새끼들 걷어먹이느라 니 고생 참 말도 아니다. 니나 내나 사는 기 고단타."
........
"우리 나비 우유 하나 사멕이자. 우리 집에 딸년이라 하나 있는 기 요즘 부쩍 예빘다."
섬유공장을 늘 섬유회사라 발음하시는 아버지. 그 노역의 만근수당까지 꼬박 채운 누런 봉투에서 나온다. 푸른 돈이 나오신다.
얼마 후 볕 좋은 데다 옮겨놓은 제 집으로 어디서 물고 오느지는 몰라도 목덜미를 가볍게 한 마리씩 물고 들어와 낳은애를 안고 친정에 들른 딸자식마냥. 아버지 퇴근 때까지 젖도 물렸다가 사람마다 따라다니기도 했다가 들떠선 안절부절 못하는 눈치였는데 늦게 돌아오신 아버지, 한 마리씩 번갈아 쓰다듬으시며 "사냥을 잘 가르치라" 하나 있는 딸년에게 당부를 챙기시고
밤새 뒤채며 오글거리는 고 다섯 마리는 눈이 떠져 따뜻한 백성들의 가난한 살림살이를 저들 스스로의 눈 안에 들이느라 저저로 내질러지는 그 고음의 탄성이 밤새 잠든 식구들의 귓속으로 가느다란 길을열자 딸년의 젖이 모자라 새끼들이 보채는 모양이라고 꿈인지 생신지 분간은 뒤로 미룬 채, 식구들은 입안에 걸 뱉어 모으기 시작했다.
-김진완, 1994년 [창작과 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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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가 바뀐이후 처음으로 올리네요... 너무 많이 기다리시게 해서... 그나마 오시던 분들 마저 발길을 끊으신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아무시나 올리고 싶지 않아서 고르느라 늦었다는 변명은.. 그야말로 변명같네요 -_-; 그래도.... 간만에 올린 시가 제맘에는 너무 좋아서 흡족합니다^^ 시창을 사랑해주시는 풀씨님들도 그러셨으면.....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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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아님.. 그동안 이름란에는 시인의 이름을 올라왔는데 보드변경으 이후로는 로그인 아이디 이름이 들어갑니다. 그래서 자동으로 풀꽃세상이 입력됩니다. 제목에 알아서 잘 넣어주셨네요. 그리고 댓글도 자동으로 '풀꽃세상'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그럴 때는 로그아웃을 하시면 싱아님 이름으로 댓글을 다실 수 가 있습니다. 위의 댓글, 제가 살짝 고쳐놓았습니다. 예전과 달리 이제는 댓글은 수정이 불가능합니다. 글쓰기, 삭제만 가능합니다. 오랫만에 시창에 만난 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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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에 지쳐 조금씩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자유를 그리워했는데 한4개월 자유해 보니까 이젠 또 가끔씩 사람이 미치도록 그립네요 ^^ 아직 보라카이는 못가고 민도르 섬에는 두어번 다녀왔습니다. 황혼이 너무 좋아서...그리고 물 속 세상이 너무 좋아서 돌아서기가 싫었습니다. 구수한 글 읽으며 지난번 약속드린 보라카이의 황혼을 아직 담지 못해 빚진 기분으로 몇자 남깁니다 ^^ 민도르섬 와이트비치의 황혼은 내일 제 풀씨마을에 올릴 예정입니다....내내 평강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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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풀님/ ^^ 그렇군요.. 너무 오랜만이라 죄송합니다. 여기 시창에서 자꾸 죄송죄송. 이런말만 하게 되어 또 죄송합니다.. 이번주 일요일 산행에서 뵙겠지요 그땐 도라지풀님도.. 참나무마을풀님도..모두뵙게 되겠네요. 그땐 죄송하다는 말보다는 반갑다는 말을 할수 있을것 같아서 들뜹니다..
겨울길님/스킨스쿠버를 하시는가봐요.. 야.. 멋있다. 하긴 거긴 스쿠버들의 천국이라지요.. 필리핀의 그림같은 섬들은 모두 스쿠버들 때문에 알려졌다지요.. 민도르섬도 소문으로 들었습니다. 산호가 깨져 만들어진 화이트비치에 내리는 황혼. 생각만해도 가슴 벅차네요. 빨간색에서 노란색 물감으로.. 확 쏟아놓은듯한 그 황혼말이죠..^^ 내일 겨울길님 방에 마실갈게요. 두근두근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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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시녀)
성산포에서는
바람은 바다의 시녀
사람은 바다의 곤충이고
태양은 바다의 화약인데
산만은 제 고집으로
한 천년 더 살리라.
(산)
성산포에서는
언젠가 산이 바다에 항복하고
산도
바다처럼 누우리라.
(생사)
가장 살기 좋은 곳은
가장 죽기도 좋은 곳
성산포에서는
생과 사가 손을 놓지 않아
서로 떨어질수 없다...............................(이생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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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수십번 여행을 다녀도
건성으로 지나간 성산포
몇년전에,이 시집을보고
불연듣 그리움에 하던일 제처두고 성산포을 찾아갔다,
그 기억이 아스라할때,어제 부산 서면 책방에서
그리운 성산포 시집을 다시만났다.
친구에 생일이라 늦은시간에 부산에 왔어도
친구와의만남보다,작은 시집과의만남에
마음이 더욱 애잔해 집니다,,,,,,,,^^*
낙동강 하구,부산에서 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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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봉이선달님 반갑습니다. 이생진시인의 그리운 성산포는... 선물로만 주고 저는 정작 가지고 있지 않은 시집인데요.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그리운 성산포의 한구절이 낡은 부채에 씌여진것을 보고 아.. 이 동아리에 가입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시절이 있었지요..^^ 봉이선달님을 위해 '옛날시' 올린다는게 아직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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