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래된 집을 떠나며 外 |
| 글쓴이 : 장이지
날짜 : 04-01-27 16:30
조회 : 7555
|
|
|
|
-장이지
질산(窒酸)의 달이 부어지자
집 마당 동판(銅版) 위에
내 그림자가 녹아들고 있었지
그런 밤 나는 집이 나를
가지고 싶어한다 느꼈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에 빠졌었어
박쥐가 가고일(gargoyle)*처럼
처마에 매달려 침침한 눈으로
초점을 모으려 애쓰는 밤의 집
시궁쥐들의 은밀한 대화와
장구벌레들의 행군 소리에도
집의 계략은 숨어 있었네
마루 밑의 신발들-운동화와 구두
짝이 다른 슬리퍼 두 짝은
닻을 올리라는 선장의 말을 기다렸지
포세이돈이라 불리는 늙은 개가
항상 배를 숨기는 일을 즐겼으므로
내 신발들은 약간 초조해했네
그러는 동안에도
방안 벽엔 융털 같은 곰팡이가 번졌고
무좀처럼 균열은 거슬리는 징후였었어
은하(銀河)의 밤 나는 떠날 수 있었네
낡은 집이 시인을
동판화 속에 가두기 전에
보풀이 일어난 속옷을 버리고
정원에서 발견한 에메랄드 빛 구슬과
오래된 해태 타이거즈 모자를 버리고
포세이돈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머리가 빠져 중세 수사(修士)처럼 된 아비와
처지는 살을 슬퍼하는
찐빵을 많이 닮은 어미를 버리고
* 고딕 건축에서 괴수(怪獸)의 머리 모양을 한 지붕의 홈통 주둥이.
장 꼭도와 나
-장이지
우리들 세기가 장 꼭도(1889~1963)를
말하지 않는 건 잘못이에요
저는 어느 생물 시간
현미경으로 본 양파의 껍질 세포 안에서
그를 처음 보았지요
다음엔 잠자리의 눈에서,
피카소의 입체적 그림들에서,
마지막으로 「진혼곡」 연작(1962)에서도,
그러나 그의 소설 『무서운 아이들』(1929)에서
비로소 그와 만날 수 있었답니다
우리들 옆으로 마을 아이들은
눈싸움을 하고 있었지요 아마
다르겔로의 돌멩이를 넣은 눈뭉치가
한 아이의 가슴에 상처를 냈지 뭐예요
그 아이가 누이 엘리자베스와의
섹스 없는 근친상간의 밀실에서
성장을 멈추고 있었을 때,
다르겔로가 찾아와 신비의 독(毒)뭉치로
죽음을 불러들였고 상징이 완성되었어요
장 꼭도는 자주 사실을 말했고
이건 거짓말이라고 거짓말했고
요절한 친구 레이몽 라디게를 말할 때
언제나 목이 잠겼으므로
저는 『무서운 아이들』과 라디게와
장 꼭도를 연관지었습니다
그는 영화 『오르페II』에서 자신을 지웠고
다른 필름 안에서도
시간의 흐름을 조작하는 수법으로
자신의 스케치를 지우는 데 열중했어요
저는 예술이란 것의 본질이
'서명하는 행위'와 '그것을 지우는 행위'
속에서 구성되는 것을 그에게 배웠고
그의 선(禪)을 그렇게 이해했지요
제가 상처 입었고
음독사(飮毒死)할 것이며
제 서명을 지우는 데
열중해야 할 거란 걸 가르쳐준
장 꼭도를 말하는 건 어쩜
저와 제 시의 운명인지 모르겠어요
 click="fork('mail_form')" href="http://www.fulssi.or.kr/technote/main.cgi?board=poem&command=guest_email&tomail=tammy3m@hanmail.net&toname=바냔나무" target=hxg>바냔나무: *
*
시인 장이지는 이 봄, 2004년의 봄이 오기도 전에 대한민국 국방부의 부름을 받았다.
피가 뛰는 젊음, 신품 일등품인 그 젊음을 국방의무에 바쳐야하는 것이다. 축국공을 잘
차면 군대를 면제받기도 하고 특정 악기만 잘 다뤄도 군악대에 차출될 수도 있다는데
시를 잘 쓴다고 군특혜를 받는 사례는 대한민국에 없을 것이다. 아니 시인을 쫓아내는
시대가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플라톤의 말처럼 시인이란 무용지물, 재생 재활용도 안 되는 그야말로 쓸모 없는 존재
인지도 모른다. 이 젊은 시인 장이지의 시를 보라. 얼마나 엉뚱하고 무용한가. 얼마나
쓰잘데기 없는 단어들의 나열이란 말인가. 그의 시에서는 하나도 유용할만한 것이 없다.
애당초 시에서 아무 것도 기대한 바 없던 나 같이 얼치기 얼띤 독자에게 그러나 그의
시는 얼마나 청량하며 귀가 번쩍 뚫리는 사건이란 말인가. 무엇이? 그의 시가 청량하며
귀가 번쩍 뚫리는 사건을 말하고 있다고? 그렇다. 나에게는 그렇다. 그의 목소리는 세
파에 휩쓸리지 않았다. 그는 이 사회에서 본대로 느낀대로만 아무 의미 없고 아무 의표
도 요구도 없는 말을 꾸밈없이 그냥 낭낭하게 발설할 뿐이다. 뭐라고? 미치광이의 웅변
같지 않으냐고?
그런가? 그대들은 이 산을 저 바다로 옮겨 달라고 외치는, Never in my back yard 라
던가, 그런 구호만이 가치 있고 유용하며 정당하다고 진정 믿으려는가?
때로는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는 삶이 고결하며 가치 있다는 가설에 접근해 보려 한 적
은 전혀 없는가?
쓸모, 유용, 쓸모 없는 존재... .
나는 소위 성현 老子가 설파하는 허리 굽어 목재로도 못 쓰고 그냥 길목에 버려져 도무
지 쓸 재목이 아닌 탓에 오히려 장수를 누렸다는 한 그루의 나무가 늙어 고목이 되어 유
용하기 그지없는 그늘을 만들더라는, 소위 무용지유용론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차원의 이야기라면 나는 오히려 시를 읽지도 쓰지도 않으련다.
아 한 젊은이가 전방으로 떠난다. 그가 사용하다 남은 낯선 어휘들을 남겨두고.
한 2, 3년 후 그의 젊음이 적당이 식은 후에 꺼내 볼 수 있게 되리라.
그의 옴팔로스(omphalos), 오마테움(Ommatum)의 다면경 복식안구를 이리저리 굴리며.
-바냔나무
오마테움(Ommaateum)*
-장이지
1
유진은 술을 끊었고 소영은 잠적했다.
명준은 카페 다뉴브의 구수한 맛의 비밀을 캐냈고
이군은 서랍 속에 수면제를 모았다.
대학 영문과 조교로 일하는 미스 윤은
풀브라이트 재단에 장학금을 신청했고
석진은 코르덴 바지 뒷주머니에 문고본 『화사집』을
넣고 다녔다. 이 모든 일의 배면(背面)엔
마르셀 마르소 가면이 숨어 있었다.
2
오마테움(ommaateum)은 먼저 피사체를
분열시켰고 재통합의 순간에 파멸했다.
석양(夕陽)은 문예창작과 교수 같은 얼굴로
밤이 걷는 길에 대해 설명할 것을 요청했고,
그녀의 제자인 까마귀는 눈 하늘 저편으로
날아올랐다. 그것은 마치 암호문처럼 보였고,
그날, 밤이 정말 걸어오는 길 전봇대 옆에
마르셀 마르소 같은 사내도 암호처럼 서 있었다.
3
'시(詩)는 어째서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할까'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 끝없는 교성(嬌聲)의 거미줄로
분열했고, 돈오(頓悟)도 에피파니(epiphany)도,
역시 재통합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거울 안에서
그날, 거미가 피에로 분장을 하는
사내의 피를 다시 빨고 있었다.
*곤충의 복안(複眼)
*장이지: 200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01/27-16:31]--
 Click="fork('mail_form')" title='phdlet@hitel.net'>동요풀: 바냔나무님, 시인이 특혜받는 군대! 멋진 생각이십니다. 시인이 군혜택 받는 시절, 군의 부조리는 사라지겠지요? --[01/28-00:47]--
|
|
|
|
|
<img src='./image/face/img44.gif' border=0 alt='211.210.232.103'> <a href="./main.cgi?board=poem&command=guest_email&tomail=1005alien@hanmail.net&toname=서현호" target='hxg' onClick="fork('mail_form')" title='1005alien@hanmail.net'><b>서현호</b><br></a> 컴퓨터를 잘 모르는 어벙한 사람인데 우연히 선운사를 찾다가 풀꽃세상이란 창을 봤는데...들어가보고 싶어도 들어가는 길을 몰라서...혹 무슨 자격 심사가 있거나 아무나 들기 힘든데 인지요. 아니면 길안내 좀 부탁 합니다 --[01/21-06:52]<br>-- <hr size=1 color=#eeeeee> <br><img src='./image/face/img44.gif' border=0 alt='211.211.17.189'> <b>바냔나무 </b><br> 서현호님, 선운사를 찾아헤매다가 풀꽃세상을 만났다니 참 재미있는 인연입니다. 풀꽃세상의 풀씨가 되는 데는 <br> 아무 자격 요건도 심사도 없답니다. 그냥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되지요. <br> 온라인으로 회원가입을 하려면 풀꽃세상 사이트 맨 오른쪽 상단에 있는 <회원가입> 창을 꾹 누르시고, 인적 사항<br> 을 적으시면 회원등록이 끝납니다. 회원이 되신 후 이곳 <시창>에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01/24-01:21]<br>-- <br> *<br> 모든 것이 정상적인 질서 안에 반어법과 억측, 독설과 모순, 터무니없음과 허무맹랑도 <br> 존재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혼란, 자가당착이 오히려 아름답게 빛을 발하<br> 여 조화와 통일로 가납되는 순간 시는 태어납니다.<br> 사람들은 시인이 거창한 존재이기를 원하지만 사실은, 누구나가 시인이며 때때로 시인<br> 인 우리는 엉뚱해지고 싶은 것입니다. <br> 그 엉뚱함이란 어리석음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것이며, 순수한 욕망이라는 생각입니다. 이 <br> 순수한 욕망이 얼음처럼 차가워져 고결한 결정체로 남거나 기체로 승화되어 하나의 표상<br> 을 낳는군요.<br> 그 때 하나의 시는 마침내 언어의 깃발로 나부낄 뿐입니다. <br> 아아, 이런 부질없는 글, 쌀이 되지 않는 잡다한 생각들로 나는 지금 불면의 밤을 지새우<br> 고 있군요. 나는 그러나 낮에 할 일을 다한 사람입니다. 마땅히 군대에도 갔다왔습니다.<br> 그러므로 시인이 아니면서 시인이도 한 나는 말합니다. <br> 모차르트에게 투구를 씌우지 말라! -바냔나무 <br> --[01/28-04:01]<br>-- <hr size=1 color=#eeeeee> <br>
|
| |
|
|
|
|
|
<img src='./image/face/img44.gif' border=0 alt='219.241.46.154'> <b>아꽁</b><br> 장이지 시인에 군에가서 혹 고문관으로 분류돼, 몸이 고달프더라도 시심을 간직한채 돌아오길 바랍니다. --[01/28-13:12]<br>-- <hr size=1 color=#eeeeee> <br><img src='./image/face/img44.gif' border=0 alt='203.241.146.3'> <b>winterroad</b><br> Hi, everyone !<br> I am studying English now.<br> I stay Samsung Group Foreign Language Development Center<br> Our class consists of 6 guys and our native instructors are 10 persons<br> I get up at 6:00 and go to bed at 01:00 every day.<br> I didn't finished today's homework yet.<br> I use almost time, practice ! practice ! practice !, <br> speak ! speak ! speak !, listen ! listen ! listen ! in English.<br> But I love English. English hates me ^^<br> I am missing you always and I expect we can meet before winter goes.<br> Good care and God bless you ! <br> 2004. 1.28 lately night.....winterroad <br> --[01/28-23:11]<br>-- <hr size=1 color=#eeeeee> <br><img src='./image/face/img44.gif' border=0 alt='203.241.146.3'> <b>겨울길</b><br> 14년만에 다시 배워보는 서툰 영어로 몇자 근황을 남기고 나니 <br> 마음안에 여리고 애뜻한 아픔들이 비릿하게 퍼덕거리는 밤입니다.<br> 그것은 아마도 중천에 걸린 반달이 저리도 아름답게 빛나기 때문은 아닐런지요.<br> 몸은 조금씩 근원을 향해 부패해 가더라도 <br> 마음만은 제발 저 별빛에 닿아 있기를, <br> 그리고 언젠가는 제 몸 마저도 솔체꽃처럼 걸림없이 자유할 수 있기를...<br> 덧글 : 저는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3월중순에나 하산할 것 같습니다.<br> 그리움이 사무쳐 못견디게 되면 묵은 우전이나 곡차 한잔 나누러 인사동에 한번 다녀갑지요.<br> 그때는 제발 박대하지 마소서 (굳이 누구라고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br> 내내 마음속 평강과 건강하시길 빕니다.<br> 겨울길...손모아 마음모아 <br> ***<br> --[01/28-23:41]<br>-- <hr size=1 color=#eeeeee> <br> 창밖에 어둠이 깔리고 하염없이 눈이 내릴 것만 같이 포근하여 밖에 나가보았더니 그러나 맑은 하늘이 <br> 아직은 차갑게 바람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오늘 날씨가 많이 풀렸으나 역시 겨울 날씨였던 것입니다.<br> 실눈을 뜬 초승달은 벌써 넘어가고 어두워진 빈 하늘에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몇몇 별들이 모여 <br> 총총 빛나고 있었지요. 도시의 하늘. 나는 양재천을 걷다가 뺨이 시려워 방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리고<br> 여기서 겨울길님을 만났습니다. 어제밤엔 불면으로 꼬박 밤을 세었는데 오늘은 밤이 나를 품어주기를 <br> 기다리며 시창에 와서 겨울길님을 만난 것이지요. <br> 날씨가 풀리는 3월에 하산하실 때는 봄을 데리고 내려오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리운 사람들과 인사동<br> 에서 함께 만날 수 있다는 꿈을 간직하며 영어공부 열심이 하시기 바랍니다. --[01/29-02:06]<br>-- <hr size=1 color=#eeeeee> <br>
|
| |
|
|
|
|
|
숙제때문에 시를 둘러보고 있었는데, 정말 잘 읽었습니다. 역시 제가 쓰기에는 어려운것 같지만 많은 참고가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한번 써 볼까요~ 그래도 역시 쉬운게 아닌 것 같습니다. --[05/31-23:12]<br>-- <br>
|
| |
|
|
.gif)
.gif)
.gif)
.gif)
.gif)
.gi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