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 이름방 | 풀씨 동아리 | 열린 울타리 | 자원활동  
ID/PW찾기 | 회원가입
  세상을 앓던 사람
  글쓴이 : 박남수     날짜 : 00-11-28 18:28     조회 : 4534    
박남수


검은 두루마기는 무릎을 덮은 일이 없고
당신의 옥같은 몸은 비단에 감겨 본 일이 없다.
한국의 촌부가 짠
씨날이 굵은 무명으로도
당신은 족히 자랑을 만들었다.

살눈썹에 서리는 자부러움 뒤에서
당신의 작은 눈은 늘 타고 있었고
옳은 일이면 동강 부러질지언정
구부러져 휘이는 일 없었다.

오늘 누구도
그니의 생사를 아는 이 없다.
머리에 붕대를 감고 세상을 앓던 사람
그 육신은 사로잡혀 적(赤)의 볼모가 되었지만
그니가 우리의 둘레를 떠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슴마다에 사겨진 그니의 모습은 지워지지 않고 있다.
가져다 준 해방의 어려운 터전에 십자가를 스스로 지고
지금 어디서 당신은
은전에 팔려간 형제들을 굽어 보시는가.

오늘 누구도
그니의 생사를 아는 이 없다.
철조(鐵條)로 가로질린 남북 삼천리
갈리고 흩어진 몸 고달픈 형제들도 많지만
당신은 더 멀리 당신은
더 고달픈 어디에서 지금도
머리에 붕대를 감고 세상을 앓고 계시리라.







◈ 詩풀 ─ 바다풀님께서 <유쾌한 싸움판-위대한 장군>에 올리신 시입니다. 시의 '그 분'은 고당 조만식선생님이십니다.


게시물 692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62 또 다른 고향 윤동주 12-02 4553
61 序 詩 윤동주 11-30 4641
60 소 팔리는 날 이정언 11-30 4723
59 세상을 앓던 사람 박남수 11-28 4535
58 가을날 릴케 11-28 4311
57 온 중생과 더불어 우리는 함께 서약한다 게리 스나… 11-28 4255
56 밥을 먹는 자식에게 이현주 11-27 4791
55 미라보 다리 기욤 아폴… 11-26 4592
54 각설이 타령 ....... 11-24 5347
53 絶命詩 황현 11-22 3925
52 겨울밤 보리스 파… 11-22 5687
51 복 종 한용운 11-21 4707
50 망향 예이츠 11-20 4492
49 봄, 유년, 코카콜라 뚜껑 현상언 11-20 4727
48 내가 가진 것 모두 너에게 주었나니 스윈번 11-20 4504
   41  42  43  44  45  46  47  

select count(*) as cnt from g4_login where lo_ip = '3.239.192.241'

1016 : Can't open file: 'g4_login.MYD'. (errno: 145)

error file : /home/bbs/board.ph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