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권



나는 사랑합니다 우리 나라의 숲을, 늪 속에 가라앉은 숲이 아니라
맑은 신운神韻이 도는 계곡의 숲을, 사계四季가 분명한 그 숲을
철새 가면 철새 오고 그보다 숲을 뭉개고 사는 그 텃새를
더 사랑합니다,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오신다든가 뱁새가
작아도 알만 잘 낳는다든가 하는 그 숲에서 생겨난 숲의
요정의 말까지를 사랑합니다

나는 사랑합니다, 소쩍새가 소탱소탱 울면 흉년이 온다든가
솔짝솔짝 울면 작다든가 하는 그 흉년과 풍년 사이
온도계의 눈금 같은 말까지를, 다 우리들의 타고난 운명을 극복하는
말로다 사랑합니다, 술이 깬 아침은 맑은 국물에 동동 떠오르는
동치미에서 싹독싹독 도마질하는 아내의 흰 손이 보입니다, 그 흰 손이
우리 나라 무덤을 이루고, 동치미 국물 속에선 바야흐로 쑥독쑥독
쑥독새가 우는 아침입니다

나는 사랑합니다, 햇솜 같은 구름도 이 봄날 아침 숲길에서
생겨나고, 가을이면 갈꽃처럼 쓸립니다, 그보다도 광릉 같은 데,
먼 숲길쯤 나가보면 하얗게 죽은 나무들을 목관악기처럼 두들기는
딱따구리 저 혼자 즐겁습니다

나는 사랑합니다, 텃새, 잡새, 들새, 산새 살아넘치는
우리 나라의 숲을, 그 숲을 베개삼아 찌르륵 울다 만 찌르레기새도
우리 설움 밥투정하는 막내딸년 선잠 속 딸꾹질로 떠오르고
밤새도록 물레를 감는 삐거덕, 삐거덕, 물레새 울음 구슬픈
우리 나라의 숲길을 더욱 사랑합니다




- 시집 「지리산 뻐꾹새」(미래사, 1991)에서

참나무마을풀:

우리 동네 뒷산은 도시 안에 갇힌 작은 섬 같은 곳. 이 작은 야산에도 '텃새, 잡새, 산새, 들새'들이 제법 살고 있습니다. 지난 봄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직접 만난 새들은 많지 않은 종류이긴 하지만 이렇습니다.

까치, 참새, 박새, 뻐꾸기, 꾀꼬리, 멧비둘기, 꿩, 직박구리, 붉은머리오목눈이, 청딱따구리, 쇠딱따구리,오색딱따구리(!), 어치(산까치), 그리고 가을 들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쇠솔새, 쑥새....


* 붉은머리오목눈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이름인지요. 뱁새라고도 불리는 작은 새입니다. 동작이 재빠르고 움직일 때 긴 꽁지를 좌우로 쓸듯이 흔드는 버릇이 있습니다. 이 작은 새의 둥지는 뻐꾸기가 노리는 이른바 '탁란(託卵)'의 목표가 되기도 한답니다.

- 몸 길이 13cm. 머리, 날개, 부리는 짙은 갈색, 그 밖의 부분은 잿빛을 띤 갈색.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하는 흔한 텃새. 초지, 관목, 덤불, 갈대밭 등지에서 생활하며 겨울에는 수십 마리가 무리를 이룸.

* 직박구리

무리를 지어 시끄럽게 지저귀는 탓에 '숲속의 수다장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봄날 해질 무렵 나무 꼭대기에 혼자 앉아서 또다른 곡조로 지저귀는 이 새의 소리는 가히 한 편의 음악 수준입니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부르는 소야곡(세레나데)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 겨울에도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새라고 합니다. 포도, 감 같은 과일도 썩 잘 먹는다는데, 열매를 특별히 좋아해서 그런 목소리를 가졌는지도 모릅니다. 날 때는 날개를 퍼덕여 날아오른 뒤 날개를 몸 옆에 착 붙이고 큰 곡선을 그리면서 맵시 있게 날아가지요.

- 몸길이 약 27.5cm. 몸 전체가 잿빛을 띤 어두운 갈색. 머리는 파란빛이 도는 회색이고 귀 근처의 밤색 얼룩무늬가 두드러짐. 여름철에는 암수 함께 살고 이동할 때는 40∼50마리에서 수백 마리에 이르는 큰 무리를 지을 때가 있음. 주로 나무 위에서 살고 땅 위에 내려오는 일은 거의 없음. 날 때에도 잘 울며 한 마리가 울면 다른 개체가 모여들어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음.(사진:앙성댁의 시골일기/2003.9.1)

* 어치(산까치)

우는 소리는 별로지요. 하늘색 바탕에 감색 줄무늬 어깨쭉지 깃털이 단연 눈에 띕니다.

- 몸 길이 약 33 cm. 머리는 갈색. 머리 꼭대기에 검은 줄무늬. 뺨의 무늬와 날개는 검은데 날개에는 흰 무늬가 있으며 등은 회갈색, 가슴, 배는 황갈색. 외딴섬을 제외한 우리나라 전역에 사는 텃새. 야산이나 들판보다는 울창한 산림과 높은 산에 흔함. 참나무류의 분포와 일치하는 것이 특징.

*오색딱따구리

지난 10월 27일 오후 뒷산 동쪽 기슭에서 아랫배의 붉은색도 선명한 이 녀석을 딱 한 번 만났습니다. 놀랍고 반가워서 심장이 다 벌렁거렸지요. 잎을 떨군 산벚나무 둥치에 매달려 잠시 먹이를 찾는 듯 하다가 산 너머로 훌쩍 날아가버렸습니다. 북한산 같은 깊은 산속에서나 사는 줄 알았는데, 아마 잠깐 마실이라도 다니러 온 게지요.

- 몸 길이 약 23.5cm. 부리, 머리 꼭대기, 부리에서 윗 가슴과 뒷머리로 연결된 선, 등, 꼬리는 검고 등에는 거꾸로 된 八자 모양의 커다란 흰색 무늬. 턱밑, 배는 희고 아랫배는 붉으며 뺨은 갈색. 수컷의 뒷머리는 붉음. 흔한 텃새로 산림 속에서 서식하며 홀로 또는 암수가 함께 생활.

* 쇠솔새

쁘잇, 쁘잇 우는 소리가 슬픈 작은 나그네새입니다. 먹이를 찾기 위해 땅 위에 내려오는 일은 거의 없고 나뭇가지에서 가지로만 재빨리 옮겨 다닙니다.

- 몸 길이 약 13cm. 머리 꼭대기, 뺨, 등은 녹회색. 날개와 꼬리는 갈색. 눈썹선, 가슴, 배는 옅은 노란빛을 띤 흰색. 어깨에는 3~4개의 작은 흰 점이 줄지어 있음. 우리나라 전역을 봄, 가을에 통과하는 나그네새. 일본 북부 지역에서 번식하며 이동할 때 한국과 중국 동부를 지남.

* 쑥새

츳, 츳, 혀 차는 소리를 내는 이 녀석은 멋진 도가머리를 기르고 있습니다. 여름 호숫가 갈대밭에 숨어서 개객개객 마른 조갑지 갈 듯 노래하는 개개비도 이런 세운 머리깃을 가졌습니다. 머리에 깃을 세운 쑥새를 앞쪽에서 바라보면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인디언부족의 용사얼굴처럼 보인다고 누가 썼더군요. 그러나 너무나 작고 귀엽기만한 용사입니다.

- 몸 길이 약 15cm. 여름깃의 머리는 검고 겨울깃은 갈색. 눈썹선, 턱밑, 배는 흰색, 등은 갈색으로 검은 줄무늬가 있으며, 옆구리, 허리, 가슴의 세로 줄무늬는 붉은빛을 띤 갈색. 우리나라 전역에 흔히 찾아오는 겨울 철새로 주로 경작지 주변이나 구릉, 산림 등에서 적게는 20~30 마리, 많게는 100~200 마리 이상이 무리지어 생활.
(사진: www.web.edunet4u.net/~donghae)

※ 도가머리 : 1. 새의 대가리에 길고 더부룩하게 난 털, 또는 그러한 새. 2. '부수수 일어난 머리'를 놀리어 이르는 말....「동아 새국어사전」 93년 6쇄판 해설(89년 초판임). 그런데 '새의 대가리'(?)라....


--[11/25-18:56]--

그린풀: 어느 분이 우리나라 새들의 소리만을 농음해서 시디에 담아주셔서 들어본적이 있습니다. 참 여러가지 소리들이었는데 평소에는 듣기가 어려운 새소리도 있었습니다. 동고비라는 새의 울음소리가 생각나네요. 꼭 어쩌구 저쩌구라고 말하는것같았거든요.^^ --[11/28-02:25]--

참나무마을풀: 숲속에는 모습만 보아서는 아직 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도 있고, 소리만 들리고 모습은 내보이지 않는 새들도 있습니다. 직박구리의 경우처럼 한 새가 여러가지 소리를 내기도 하더군요. 지난 봄날, 소리 아름답기로 알려진 꾀꼬리가 웬일인지 영 다른 소리를 내길래 꾀꼬리가 아닌 줄로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린풀님이 이야기하시는 동고비는 아쉽게도 그 모습도 소리도 들어보지 못했네요.



--[11/28-19:48]--

물봉선다음풀: 저는 휘파람새 소리가 각인되어있어요. --[11/29-16:01]--

참나무마을풀:

들어본 적 없는 고운 목청이다
창밖을 내다보니
주목나무 잎 사이에서 단풍나무 가지로 옮겨 앉으며
상큼한 꼬리만 얼핏 보여주고
담쟁이덩굴 너머로 날아가버렸다
어린 꾀꼬리도 산 까치 새끼도 아니었다
나뭇가지만 잠깐 흔들거렸다
내다보면 어느새 자취 없이
사라지는 새
노랫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지 않고
왜 자꾸만 새를 보려고 하는지



- 김광규 詩 '목청 고운 새' 전문


'호잇 호잇 호잇' 새 소리가 들려 창밖을 내다 봅니다. 나뭇가지 사이로부터 소리는 들려오는데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쪽에서 부르면 저쪽에서 같은 소리로 대답을 하니 짝들 끼리 부르고 답하는 소리임은 분명합니다. '노랫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지 않고 / 왜 자꾸만 새를 보려고 하는지' 그 심사를 짐작해 보려하는
11월의 끝날 저녁.
물봉선다음풀님, 휘파람새 소리를 직접 들어보진 못했는데요. 풀꽃세상 '즐겨찾기'의 추천사이트 'Birds of Korea'에 들어가면 온갖 새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복사가 되질 않아 이곳에 옮기지 못하는 게 아쉽습니다.
--[11/30-18:25]--

길풀: 나는 사랑합니다.... 그리고 새 공부 열심히 하고 갑니다. 참나무마을풀님 문득 안부를 여쭙고 싶네요. --[12/02-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