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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外 |
| 글쓴이 : 황인숙
날짜 : 03-08-27 19:27
조회 : 6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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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 황인숙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무관심의 빵조각이 퉁퉁 불어 떠다니는
어딘지 알 수 없는 음습한 호수에서.
자기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고,
우리는 철새처럼.
플라타너스야, 너도 때로 구역질을 하니?
가령 너는 무슨 추억을 갖고 있니?
나는 내가 추억을 구걸했던 추억밖에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굴욕스런 꿈속에 깨어 있다 잠이 들고
자면서도 나는 졸리웠다.
ㅁ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황인숙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나는 툇마루에서 졸지 않으리라.
사기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가시덤불 속을 누벼누벼
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 살금
참새떼를 덮치리라.
그들은 놀라 후다닥 달아나겠지.
아하하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톡 건드려
놀래주기만 하리라.
그리고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버리고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 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좇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ㅁ 그가 '영혼'이라고 말했을 때
-황인숙
그가 '영혼'이라고 말했다.
가을 햇살 속에 떨어지는 첫눈처럼
이국어처럼
이국에서 듣는 모국어처럼
그것은 부드럽게 신선하게
내 귀에 스며든다.
방금 지나가는 노란 택시는
이 순간 고요하고 투명하다.
덜컹거리며 들어서는 외기를
햇살은 감싼다.
햇살은 또 내 가슴속으로
출렁거리며 들어와 순식간
나의 영혼을 일구어
외기로 범람시킨다.
커피잔과 흰 탁자와 유리창, 바깥 거리가
물 속에서처럼 흔들린다.
어떤 말 속에서 우연히
그가 '영혼'이라고 말하자
가랑잎들은 동요하여 되뇌인다.
'영혼' '영혼'이라고.
그가 '영혼'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야, 되게 신!
오렌지처럼 향가로운 햇빛!
피에 산미를 더해 주는 바람!
나의 핏톨들은 햇살을 가르고
수억 개의 팔랑개비처럼 돌아간다.
*시집,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에서
 바냔나무: 8월의 마지막 수요일인 오늘, 종일 비가 나리는군요. 마음조차 눅눅해지는 듯합니다.
삶이 괴롭고 짜증날 때 그 어떤 한 편의 詩가 마음의 위로가 되던가요?
모르겠습니다. 비는 내 마음에 젖고 나는 적당한 시를 찾으려 애써보았을 뿐입니다.
비 그친 후의 대기는 생기를 뿜어낼 것이다.
아직 내가 보낸 글을 너는 읽지 않았구나
여름날의 소낙비
나는 냇가으로 걸어나가
장마에 불은 황토색 냇물을 바라본다
올 핸 너무 비가 잦군요. 한 때 우리의 젊음이 저러했듯이 가는 곳 알 수 없는 목적지를 향해 빗물은 거세게
강뚝을 무너뜨릴 기세로 위세를 떨칩니다. 양재천 산책로가 다시 물에 잠겼습니다.
--[08/27-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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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image/face/img44.gif' border=0 alt=''> <b>참나무마을풀</b><br> 앙성풀 님, 비 오는 소리에 새벽 이른 잠이라도 깨셨나봅니다. 이곳에도 또 한 차례의 비가 지나갔습니다. 일희일비...를 이야기하신 적이 있지만, 시골살이가 쉽지 않음을 잘 알지요. 부디 힘 내시기를... --[08/21-08:46]<br>-- <br><hr size=1 color=#eeeeee> <br></a> 가을 햇살 속에 떨어지는 첫눈처럼.. 이국어처럼.. <br> 이국에서 듣는 모국어처럼 그것은 부드럽게 신선하게 <br> 내 귀에 스며든다. ... 정말, 부드럽고 신선하게 내귀에 스며든다는 표현이 실감이 나는 듯 합니다. 흐~음 ^^ --[08/27-23:16]<br>-- <br><hr size=1 color=#eeeeee>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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