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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한다 外 |
| 글쓴이 : 조하혜
날짜 : 03-08-02 01:42
조회 : 5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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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사랑한다
조하혜
눈이 어두운 두더지를 사랑한다, 두더지라는 조금 징그런 이름을 사랑한다
허허로운 겨울 산책길에서 만난 철모르는 개나리꽃을 사랑한다
철모르고 불쑥 피었다가 시들 새도 없이 죽은 것들을 사랑한다
새끼를 사산한 후 심드렁한 슈퍼집 개 누렁이를, 누렁이의 흰창눈을 사랑한다
매서운 바람부는 어느 추운 날, 꼭---다문 여자의 입술을 사랑한다
한없이 떠는 것들 속에서 떨면서 떨지 않는 그 입술을 사랑사랑한다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마음을 훔치는 사기꾼을 사랑한다
뻔한 거짓말로 마음을 훔치는 기술을, 그 호주머니 안으로 밀려오기까지
자라지 않는 어린아이 같은 여자의 마음들을 사랑한다
시골 장터에서 만난 곰보 여자의 얽은 얼굴을 사랑한다
살성보다 더 늘어진 그녀의 웃음을, 팔자보다 더 늘어진 그 웃음의 주름을 사랑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군의 전선에서 불려졌다가 지금은 찬송곡이 된 노래를 사랑한다,
가사가 바뀌어도 곡조가 남아 '영광'을 찬양하는 이 치욕을 사랑한다
미워하고 미워하기에도 때로 너무 미운 것들을
사랑한다
사랑하고 사랑하기에도 하나도 사랑스럽지 않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절에,
사랑해선 안 될 것들을 사랑한다
ㅁ가난하다
조 하혜
이른 새벽에 양말부터 찾아 신는 발은 가난하다
당신과 이별한 다음날, 고구마를 삶아 먹던
허기는 가난하다
고구마를 찌르던 젓가락은 가난하다
고구마를 제 몸 안으로 삼키던 창자는 가난하다
사랑한다면서 손이 어여쁜 여인은 가난하다
시간이 없어서 밤낮 고단한 사람은 가난하다
가난해서 이별하는 사람은 가난하다
가난 때문에 가난해진 사람은 가난하다
가난함으로 인해 전혀 가난하지 않게 된 사람은 가난하다
낙엽진 단풍나무에게서 앙상한 가지를 기억하는
눈은 가난하다
가난하다고 말하는 이 엄살은 가난하다
가난보다 더 빈곤하다
*조하혜의 시집, [도넛, 비어있음으로 존재한다] 중에서
천년의시작, 2003.3.3일 간
 Click="fork('mail_form')" title='tammy3m@hanmail.net'>바냔나무: *
조하혜 시인은 이제 갓 서른을 넘긴 젊은 여류시인입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절에/사랑해선 안 될 것들을 사랑한다>고 쓸 수 있는 패기와 정열은
그의 젊음에서 발원한 에너지라고 봐야하겠지요.
사랑을 하는 데는 사랑을 하는 방법도 물론 중요하고 사랑할 대상의 선택은 더욱 더 중요하겠지요.
그런데 이 시인은 도대체 우리가 상식선에서 좋아하고 선택하는 그런 평이한 대상만을 골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엉뚱한 대상에까지 손을 뻗어 어루만지고 다가가 애정을 표시하는군요.
사랑해야 할 대상이 너무 많아 선택의 폭이 그만큼 커진 이 젊은 시인의 포용력은 어디서 연유하는 것입니까.
< 여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마음을 훔치는 사기꾼을 사랑한다>고 까지 읊을 수 있는 마음 도량을 읽게 되니
이 세상은 그래도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여겨져 마냥 즐거워집니다.
<미워하고 미워하기에도 때로 너무 미운 것들을
사랑한다
사랑하고 사랑하기에도 하나도 사랑스럽지 않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시절에,
사랑해선 안 될 것들을 사랑한다 한다>
햇볕 절정에 오른 팔월, 이 눈부시다 못해 눈이 시린 이 계절에 만물이 더위에 녹고 어떤 기억은 햇볕에 표백될 것
같이 타오르는 팔월의 햇살 아래 홀연, 일상을 떠나 장난처럼 <사랑해선 안 될 것들조차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빌어봅니다. -바냔나무
--[08/02-01:51]--
길풀: 바냔나무님~~ 안녕하시죠. 오늘 오후 젊떨들과 잔차를 타러 한강에 가기루 했답니다. 실은 언제 한번 잔차질에 도곡동 바냔나무님 사무실에도 가보자고 했는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ㅎㅎ 지지난주 앙성에 갔다가 앙성풀님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앙성풀님, 선배시라구요..ㅎㅎ 하여간 풀꽃세상은 잊고 지냈던 동문까지 찾아드리는 아주 좋은 단체인가 보네요. 지난 봄 편찮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젠 건강하신거지요? 무더운 여름 이 길풀도 사랑해선 안될 것들조차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냔나무님, 참나무마을풀님과 시창에 좋은 시 늘 감사드립니다. --[08/06-13:51]--
바냔나무: 길풀님, 제가 앙성에 갔던 그 토욜날 저녁, 거기서 함께 만나지 못한 게 아쉽군요.
도곡동 내 사무실 앞은 바로 양재천이 흐르는 곳입니다. 여기서 동쪽으로 2Km를 냇가으로 걸으면
탄천과 만나는 자연학습장이 나오고, 반대로 서쪽 2Km 쯤 그 역시 양재천 냇가으로 걸으면
아름다운 <양재시민의 숲>과 또한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사람이 거의 없이 한가한 <문화예술공원>에
이르릅니다. 양재천 냇가으로의 잔차타기는 환상적이 될 것입니다만, 불행히 주변에 잔차 대여점이 없습니다.
여러군데 알아보았더니 성내역 앞 한강에 대여점이 있긴 있는데 역에서 내려 한참 걸어야 한다는군요. --[08/08-12:38]--
Click="fork('mail_form')" title='mj1204@hanamail.net'>나무의자: 바냔나무 님의 시와 시 소개를 가끔 들여다 보다가 요번엔 이 면우 님의 시집을 주문했습니다. 한 권은 절판이 되었더군요. 오늘은 들러 이 젋은 시인의 시를 실어 갑니다
혼자 읽다가 좋은 이에게 권하려구요. 괜찮으시죠?
--[09/04-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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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image/face/img44.gif' border=0 alt=''> <b>참나무마을풀</b><br> 늦게서야 지리소님의 댓글을 보았습니다. 문맥상 긍정적인 뜻으로서의 '주인공'이 더 적절하겠네요. 관심을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09/03-10:38]<br>-- <br><hr size=1 color=#eeeeee> <br></a> 괜찮고 말구요. 나무의자님,<br> 이면우 시인의 첫 시집 <저 석양>은 구할 수 없지만 다른 시집 두권은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br> 젊은 시인 조하혜 시인과 이면우 시인의 시는 각기 특성이 다르겠군요. 읽으신 후 여기 시창이나 <br> 저에게도 소개하여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두 시인과의 대화도 가능합니다. 조 시인은 저와 이멜을 몇 번 주고<br> 받았고 이면우 시인은 절친한 사이여서 자주 소통하며 지내고 있답니다. <br> --[09/06-18:33]<br>-- <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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