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초롱꽃/2003.정발산)

파블로 네루다



어째서, 손에 이 붉은 불꽃을 들고,
그들은 홍옥(紅玉)을 태울 준비를 하고 있나 ?

어째서 황옥(黃玉)의 심장은 노란
벌집을 드러내고 있는가 ?

어째서 장미꽃은 그의 꿈의 색깔을
바꾸면서 좋아하는가 ?

어째서 에메랄드는 침몰한
잠수함(潛水艦)처럼 떨고 있는가 ?

어째서 하늘은 유(六)월의
별 밑에서 창백해지는가 ?

어디에서 도마뱀의 꼬리는 신선한
색채의 공급을 받는가 ?

어디에 카아네이션을 재생시키는
지하(地下)의 불이 있는가 ?

어디에서 소금은 투명한 그의
섬광(閃光)을 얻는가 ?

어디에서 탄소(炭素)는 새까맣게
깨어 있는 잠을 잤는가 ?

또한 어디에서 호랑이는 슬퍼하는
그의 줄무늬, 황금빛의 줄무늬를 사오는가 ?

언제부터 밀림(密林)은 그 자신의
향기를 깨닫기 시작했는가 ?

언제부터 소나무는 그 자신의 향기로운
냄새가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는가 ?

언제부터 레몽은 태양과 똑같은
법칙을 배우게 되었는가 ?

언제부터 연기는 날을 줄 알게 되었는가 ?

언제 나무뿌리들은 서로 말을 하는가 ?

어떻게 물은 별에서 사는가 ?
어째서 전갈은 독을 품고,
코끼리는 자비로운가 ?
무엇을 거북은 그렇게 생각하는가 ?
어디로 그늘은 사라지는가 ?
무슨 노래를 비는 되풀이하는가 ?
어디로 새는 죽으러 가는가 ?
그리고 어째서 나뭇잎은 푸른빛을 하고 있나 ?

우리들이 아는 것은 아주 적고,
그러면서 우리들은 제법 많이 아는 체하고,
아주 느리게나 알게 되기 때문에
우리들은 질문만 하다가, 죽고 만다.
차라리 우리들은 이별하는 날의,
죽는 사람들의 도시(都市)를 위해서
우리들의 자존심을 간직해 두는 편이 좋을 게다,
그러면 거기서, 바람이 그대의
해골의 구멍 속을 뚫고 지나갈 때,
그 바람이 그대에게 그대의 귀가 있던
공간(空間)을 통해서 진실을 속삭이면서
그런 수수께끼들을 풀어줄 것이다.




- 창작과 비평 (1968, 여름, 김수영 역)

참나무마을풀:

언제 직박구리는 상수리나무 꼭대기에서 처음을 노래하는가
어디서 벙어리뻐꾸기는 제 노래의 다음 마디를 놓치는가

자작나무는 어째서, 저문 호숫가에서 제 몸을 저토록 희게 뒤척이는가
섬초롱꽃은 어째서 6월 초저녁이면 별보다 먼저 흰 등을 매다는가

갯벌은 어떻게 처녀인 바다와 두 번 작별하는가
파도는 어떻게 어루만질 얼굴을 잊지는 못해 버리는가

바람꽃은 왜, 변산에서 봄눈처럼 피었다 금방 지는가
석산(石山)은 왜, 그 자리에 서 있다 없는가

..........................


(우리는 질문만 하다가, 죽고 마는가)

--[06/27-1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