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도
이슬은 꽃들의 눈물인가
안개가 피어나 산 위로 올라간 뒤의 아침은 온통 꽃들의 소리로 가득한 세상이다
지난 봄에서 여름을 거쳐 쌀쌀한 이 계절에 이르기까지 꽃들은 피고 또 피었다 색색의 향기를 날리며 그 무엇을 불렀다 조그만 땅덩이를 일구어도 일은 쌓여 꽃들에게 눈짓 한번 주지 못하던 중에도 꽃은 피었다
동박꽃 송이 같은 병아리들과 소리를 맞추어, 꽃들은 피어나 울었다
어리석은 반성
낫을 들어 집가의 꽃들을 베었다 집의 진입로에 씨를 뿌려 가꾸어온 코스모스도 베어넘겼다
꽃들은 어디에나 있었다 마음을 가꾼다며 이런저런 꽃들을 키워왔던 나날들, 그러나 가꾼 꽃들이 눈을 떠 나를 불러도 나는 꽃들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꽃으로 나를 치장할수록 마음은 더욱 일그러져왔다
고개 숙여 꽃밭을 가꾸던 시간에 고개 들어 집 주위의 꽃들을 바라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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