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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움이 고통인 것을 外
  글쓴이 : 김종배 어…     날짜 : 00-11-13 13:17     조회 : 5059    
노동운동가 故 김종배 어머니의 시

그리움이 고통인 것을


올해는 된서리가 안 와서
앞뜰 은행나무가 너무나도 곱네.
저 고운 색깔을 보여주지 못함이
못내 아쉽고 슬펐었는데.....
어제 내린 비는 어찌나 심술궂은지
은행나무 고운 잎에도
애써 가린 벼가리에도
흥부네 지붕에도
무심히 퍼부었더라.
고운 잎은 마당 가득 떨어지고,
흥부네 안방에는 큰 스덴대야 놓았지.
밤새 물방울 철썩철썩 떨어지는 소리에
흥부아낙은 잠 이룰 수 없어 뒤척대는데
별별 생각이 다 느느 중에도
막내 생각이 으뜸이더라.
세상사람들이여!
그리움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지
모르면 내게로 오시오.
그리움으로 상처난 나를 보고서
그리움이 고통인지 알려주겠소.





네가 오지 않는 것을 아는지


앞밭에는 당근을 심었다.
씨도 잘 뭇고 작황도 좋은데
품 사기가 어려워
아픈 다리를 이끌고 엄마가 김을 맨다.
올해는 네가 오지 않는 것을 아는지,
앵두가 다 떨어져 버리고
혹 더러 남은 것은
다람쥐 한 쌍이 다 따먹는다.
감자꽃이 벌써 피어 온밭이 하얗다.
목련은 아쉬운 듯 마지막 향기를 피우고,
백합은 꽃망울이 부풀고 있다.
이렇듯 모든 자연은
어김없이 계절을 따라 나고 자라고 열매 맺는데
인간만이 자연의 순리에서
멀리 있는 것 같다.
부디 다 잊고
언제나 자연만큼만 건강하거라.



◈ 詩풀 ─ 노동운동가 故 김종배님은 김종익 풀씨의 아우. 통합 공공연맹에서 정책국장으로 일하다 1999년 8월 교통사고로 사망했습니다. 위의 시는 그의 어머니가 고인이 감옥에 있을 때 쓴 시로서, 그의 1주기 때 '노동운동가 김종배 추모사업회'에서 엮은 <어머니, 겨울엔 먼길 떠나지 마세요>에 실린 시편입니다. 전태일 열사 30주년에 우리가 최근에 잃어버린 한 아름다운 젊은이를 다시금 떠올려 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가장 약한 사람들이 다시금 이 겨울에 한데로 쫓겨나고 있습니다.


◈ 수크렁 ─ 참으로 아름답고 가슴 뭉쿨한 시입니다. 어머님, 김종배의 어머니가 아닌 이 땅의 어머니, 어머님은 왜 이름석자를 밝히지 않으십니까.
◈ 詩풀 ─ 끝내 자식의 유고집에서도 성함을 밝히지 않은 어머니. <어머니>는 '이름'을 극도로 중요시한 남성문화나 그 남성중심주의에 대항하는 여성운동 그 너머에 계시기 때문이었을까요. 하지만 허리 굽고 호박꽃처럼 생긴 그 한에 어쩔 줄 몰라 하시는 어머니를 저는 두 해에 걸쳐 모란공원에서 눈물을 삼키며, 지켜보았습니다. 2주기 때 거친 특유의 욕설을 내뱉은 뒤 허탈해진 (늙은) 백기완선생님이 무명의 村老인 '어머니'에게 인사 드리는 것을 보았고, 백선생님의 위로인사에 공손하게 머리 숙이는 '어머니'를 다만, 지켜보았습니다.(200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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