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시스 잠
주님이시여 저의 아내를 검소하고 정다운 여인으로 맞게 하여 주시옵소서.
저의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자리잡을 벗으로 하여 주시옵소서.
우리들이 서로 손 잡고 잠들게 하여 주시옵고
아내의 목에는 그의 앞가슴 사이에
숨겨져 있을 은패(銀牌) 달린 긴 은줄의
네크리스를 지니게 하여 주시옵소서.
아내의 육신은 여름날 저녁 노을이
번져 나갈 무렵 나무 가지에 아직
잠들어 있을 살구보담도 더욱 매끄럽고, 빛나며 또 따뜻하게 하여 주시옵고
우리 둘만이 서로 포옹하며 웃음짓고 침묵할 그 귀한 청정함을 아내가 마음속에 지니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아내를 힘차게 하여 주시고 그리고
불면하는 저의 영혼 위에 마치 잠들은 한 떨기 꽃 위에 한 마리 꿀벌과 같이 하여 주시옵고
제가 임종할 그날에 아내는 저의 뜬 눈을 감기게 하옵고
저의 병상 위에
두 손을 모아 서로 손가락이 얽히게 하여 주시옵고
저의 임종에 가슴 막히고 부풀어 오른 괴로움으로
아내가 무릎 끓고 기도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 詩풀 ─ 자정이 넘은 시각, 바다풀님께서 보내오신 시입니다. 공교롭게도 프란시스 잠의 시가 이어졌군요. 하지만 이 시는 '검소한 남편을 맞기 위한 기도'로도 읽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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