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D/PW찾기 | 회원가입   남대천 1   글쓴이 : 심재상     날짜 : 01-06-04 21:55     조회 : 4032     심재상 그늘을 모르는 길이 있습니다 그 끝에 늦은 햇살로 녹아있는 집이 있습니다 다리 난간 쓸려나가는 큰 물 뒤끝에 시치미 떼고 서 있는 아카시아들 그 억센 뿌리 놓지 않는 큰 돌 작은 돌 그늘에 모여 있는 고운 모래들이 그 서늘한 허기로 뜨뜻한 돌 위에 앉아 쉬고 있는 아이가 있습니다 집은 아직 먼데 예감처럼 대관령을 곤두세우는 석양이 있습니다 금방 무슨 일이 일어날 듯 찢어져 더욱 펄럭이는 깃발이 있습니다 480호 사방공사가 아카시아를 지우고 꿈틀대던 돌길을 지우고 나무다리를 지우고 꽉찬 예감을 지우는 제방이 있습니다 일사천리의 길 위에서 일사천리의 바람 이길 길 없어 고개 숙인 채 자전거를 끌고 올라오는 중학생 고등학생이 있습니다 예감처럼 밀려오는 저녁어둠이 있습니다 금방 무슨 일이 일어날 듯 허공을 가로지르는 고압선이 있습니다 한여름 땡볕 속에서 버들개 대신 낚싯대를 타고 올라오는 큰 붕어 작은 붕어가 있습니다 글썽이는 눈물 닦아가며 둥글게 더욱 둥글게 검둥개를 그을리는 사내들이 저 멀리 TV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두어 바게쓰의 꾹저구를 쏟아붓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언 발에 오줌 누듯 콘크리트 다리 위를 타박타박 걸어오는 여덟살짜리 아들이 금방 무슨 일이 일어날 듯 그 아래 석양보다 진한 물빛이 있습니다. ◈ 詩풀 ─ 동해안에 남대천이 많습니다. 양양 남대천, 강릉 남대천. 위 시의 남대천은 강릉 시내를 가로질러 바다에 이르는 '강릉 남대천'입니다. 썩어 고여 있어, 그쪽 분들이 안타까워하고 있지요. 게시물 692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7    겨울나무 이원수 12-25 4086 76    여행 The Journey, 메리 올리버 Mary Oliver, 류시화 번역 모래야 03-13 4074 75 저녁 눈 박용래 02-10 4064 74 낙화(落花) 이형기 10-10 4057 73 기우제 이동주 06-11 4051 72 술과 밥 - 김소월 말북 07-14 4048 71 남대천 1 심재상 06-04 4033 70 밥 2 / 신 휘 다라다라꽃 08-08 4032 69 눈 오세영 01-07 4028 68 해바리기의 비명 함형수 01-07 4026 67 幻影 · 2 심재상 02-09 4024 66 대나무도 벼과(科)지 황동규 08-13 4008 65 연탄 한 장 안도현 11-15 4001 64 호박꽃 김은영 06-05 3998 63 벼보다 피가 많거든 이상국 06-12 3997    41  42  43  44  45  46  47   제목+내용 제목 내용 회원아이디 이름 and 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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