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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도사 땡감 하나
  글쓴이 : 최영철     날짜 : 06-11-20 21:14     조회 : 7075    
통도사 땡감 하나
 
노스님 한 분 석가와 같은 날로 입적을 잡아 놓고
그날 아침 저녁 공양 잘 하시고
절 마당도 두어 번 말끔하게 쓸어 놓으시고
서산 해 넘어가자 문턱 하나 넘어
이승에서 저승으로 자리를 옮기신다
 
고무줄 하나 당기고 있다가 탁 놓아버리듯
훌쩍 떨어져 내린 못난 땡감 하나
 
뭇 새들이 그냥 지나가도록 그 땡감 떫고 떫어
참 다행이었다고 나는 생각하고
헛물만 켜고 간 배고픈 새들에게
참 미안한 일이었다고 땡감은 생각하고
 
노스님들 떨구어낸 감나무
이제 좀 홀가분해 팔기지개 켜기 시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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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의 노래
 
 나는 비록 꽃이 아니어도 좋으니 나를 견딘 매화나
무 기다림이 욕되지 않게 해달라 빌었습니다 나는 비
록 새가 아니어도 좋으니 나를 잃고 먼 하늘을 헤맨
소쩍새의 소망이 헛되지 않게 해달라 빌었습니다 나는
비록 밥이 아니어도 좋으니 나를 찾아 온 눈발을 들쑤
신 살쾡이의 배고픔이 슬프지 않게 해달라 빌었습니다
나는 천근만근이어도 좋으니 내 안의 무게에 저것들이
떠메고온 짐 다 얹어달라 빌었습니다 내 안에 숨긴 고
운 꽃다발 풀어 저것들의 길 위에 뿌려달라 빌었습니
다 오래 더 오래 저것들의 등을 어루만질 수 있게 남
은 두 손 잘게잘게 부수어달라고 빌었습니다
 
 
 
최영철<호루라기>(문학과지성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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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이 나오면 반드시 챙겨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분들 중 한 분입니다.
선배라고 부르지만 3년에 얼굴 한번 볼까말까, 아니 한 10년에 두 번 보았나 싶은--++
그렇지만 선배라고 부르고 후배라고 생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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