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현동 686번지 부근
아현동 686번지 6층 빌딩에서 보면 어던 집 옥상 위에
개 두 마리가 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둘 다 중키에 갈색
얼룩무늬가 있다. 귀는 아래로 처져 있고, 까만 콧등들
도 보인다. 오누이 같다. 주인은 한 번도 본 적 없고 둘
은 하루 종일 옥상 위에서 산다. 아니다, 그냥 살지 않고
서로에게 장난감이 되어주면서 논다. 한 놈이 다른 놈의
귀를 깨물거나 얼굴을 앞발로 안아주면 또 한 놈이 까르
르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일 없이 뛰어 도망가면
그냥 잡으러 가기도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또, 아니다.
시간 속에서 즐거움을 가질 수 있도록 하여 주는 것이
그들이 사는 일의 전부이다.
창밖으로 그 집 옥상을 내려다보며 그 오누이 개가 절
대로 헤어지지 말고 오래오래 같이 살다가 같은 날 별이
되기를 빌었다.
김연신 <시인, 시인들>(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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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분의 시입니다. 어여삐 여기는 사람들끼리는 헤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참 싱거운 말이지요. 그런데 정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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