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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소식] ■ 하굿둑 답사(1-3)-시화만 우음도
  글쓴이 : 변산바람꽃     날짜 : 11-06-22 16:38     조회 : 9118    

 

 

조개들의 무덤 위엔 띠풀만 무성

 

시화만에는 형도와 우음도(음섬)라는 두 섬이 있습니다. 2001년 두 섬을 필자와 함께 둘러본 박영근 시인은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습니다.

 

게 한 마리 가고 있다

 

박영근

 

방조제에서 바라보면 큰가리섬은 벌써 거칠게 파도에 묻히고 있다

솟구치는 너울 속에 문득 저를 통째로 버리기도 하는

바위벽 너머 짙푸른 솔숲

방조제를 넘어온 바람은

간척지 갈대숲 속에 박혀있는 몇 척의 폐선을 흔들며

인기척을 묻고

나는 물때가 사라진 옛길을 더듬는다

죽은 조개들이 떠올라 물길을 찾아 밀려온다는 고정리 찾아가는 길

파도 위를 떠돌던 바다새 한 마리

수직으로 떨어져 먹이를 낚아채는데

왜 이리 눈물겨운가

비웃지 마라

내 여기서 찾고 있는 건

수천 도요새가 머물다 간 갯벌이 아니다

솟대 위에 걸려 있는 눈먼 노랑부리저어새가 아니다

나를 찾고 싶었을 뿐

나를 눕힐 갯고랑을 찾고 싶었을 뿐

더는 어디로 돌아갈 수조차 없는 기억이 끝내 치우지 못한

게 한마리

작은 바위 하나 짊어진 채 가고 있다

온 숨을 몰아 나를 피해서

 

출전 시집 <저꽃이 불편하다> 2002년 창작과비평사

시인은 자연과 나를 하나로 보는 생태주의의 관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001년 시화간척지에서 박영근 시인 

 

 

조산풀님과 저는 우음도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화성시 송산면 사강리, 1993년도 그곳을 갔을 때 놀라운 광경을 보았습니다. 조그만 농촌 마을에 어시장이 들어섰는데 그 규모가 너무 컸고 온갖 생선이 대량으로 거래되며 활기에 차 있었습니다. 시화만에서 나는 수산물의 집산지였던 것입니다.

송산면 사강리에서 우음도 들어가는 고정리 방향으로 접어들었습니다. 토사를 가득 실은 덤프트럭이 우음도 들어가는 도로를 들락거렸습니다. 제2경인고속도로 건설공사였습니다. 이 도로는 시흥 월곶에서 시화만을 가로질러 평택-아산-예산-홍성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로 2013년 완공 목표라고 합니다.

도요새, 저어새들의 삶의 터전이었던 드넓은 갯벌은 띠풀이 점령해버렸습니다. 육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인근 지층에서 공룡알화석이 대량으로 출토되었는데 경기도는 이 일대 360만평을 생태학습체험장으로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린이들을 동반한 많은 관광객들이 희안하게 변해버린 자연 경관을 신기한듯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방문자센터 앞마당에는 전세버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섰습니다.

방문자센터를 들어가보았습니다. 온갖 갯벌생물과 도요새들, 그리고 어민들을 밀어내고 들어앉은 사생아 띠풀을 공룡알 화석과 묶어 생태학습장이라며 경기도는 자랑스럽다는 듯 관광상품으로 선전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관광객이 ‘왕따나무’가 어떤 거냐고 물어왔습니다. 띠풀 발판 드문드문 서있는 나무들이 ‘왕따나무’로 불리우는 것 같았습니다.

조산풀님과 저는 약간 움푹 들어간 저지대의 띠풀들 사이에서 간신히 싹을 내미는 염생식물 퉁퉁마디를 발견하였습니다. 이들 퉁퉁마디가 갯고랑 가장자리의 스러지다 남은 조개껍질 무덤과 함께 이곳이 옛날에는 갯벌이었음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2003년 1월 ‘새만금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이 부안에서 서울까지 리어카에 짱뚱이 솟대를 싣고 도보 행진을 펼 때 이곳에서 음섬 주민들과 ‘간척사업으로 죽어간 서해 갯벌생명 위령제’를 지낸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영문도 모르게 죽어간 이들 주검 위로 도로가 뚫리고 관광객들은 바지락, 낙지, 칠게의 무덤 위에 펼쳐진 삘기꽃(띠풀)에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2003년 1월 28일 음섬 앞 갯벌에서 지낸 위령제. 왼쪽이 음섬어촌계장 윤영배씨

 

   

시화방조제로 물길이 막힐 무렵 음섬에는 60여가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맨손어업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양식이 아닌 자연산을 채취해도 다 못하는데 굳이 양식을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지요. 어업보상에 대해 당시 음섬어촌계장 윤영배씨의 말을 들어봅니다.

 

인천 앞에만 가도 고기가 참 많았었는데 차차 배들이 많아지고 고갈이 되니까 자꾸 멀리 나간단 말예요. 그러니까 배들 규모가 커져야 하니까 소형어선들이 멀리 못나가니까 그게 자동적으로 배에는 그렇게 신경을 안썼지요. 그리고 이쪽에는 상대적으로 갯벌이 발달돼 있어가지고 패류들이 많아서 굳이 뭐 배가 필요 없었던 거고....

88년도에 양식보상을 할 때 음도 같은 경우에는 양식이 별로 없었어요. 형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도는 좀 다르고. 왜냐면 양식이란 게 그게 자연산이 없을 때 만드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 뭐하러 양식을 합니까. 자연산이 지천이고 잡아도 잡아도 다 못잡는데. 그런데 통상적으로 개발이 이뤄졌을 때 보상기준은 양식이란 말예요. 그게 면허어업이다 해가지고... 그런데 자연산은 면허어업이 아니거든요. 인정만 하는 관행어업이지.

그래서 면허든 양식이든 보상을 딱 주고 나서는 인제 무슨 생계지원특별대책금이다 해가지고는 1인당 26만 5천원, 그것도 5인 기준 해가지고 130만원, 요거를 딱 타가라, 수령을 해가라. 개인 1인은 그러니까 1사람이 사는 집은 80만원인가 그렇고, 인제 2인은 뭐 90만원, 3인은 100만원, 5인 해서 뭐 130만원. 그 이상은 주지도 않아요. 상한선이 거기까지라. 그거로서 모든 보상은 이제 땡이다 이거예요.

 

공유수면이란 개인의 소유가 아닌 많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개념입니다. 서해안의 갯벌이 그런 곳입니다. 식량 부족국가인 일본은 한반도를 병탄한 이후 이곳 서해안갯벌에 주목하고 곳곳에서 간척사업을 벌였습니다.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러한 공유스면을 매립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1917년에 만든 공유수면매립법입니다. 이 법을 근거로 일제는 서해안 조간대 상부 대부분을 간척사업으로 매립했습니다.

박정희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고나서 이 법을 부활시켰습니다.그리하여 벌인 첫 토목공사가 1962년 착공한 전북 부안군 ‘계화도 간척사업’입니다.

계화도와 음섬은 닮은 점이 많습니다. 썰물 때면 걸어서 육지로 드나들 수 있습니다. 이들 섬 학생들에게는 매일 물때가 50분씩 늦어지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육지에 있는 중학교를 걸어서 다니는데 학교가 파하고 집에 오자면 서너시간씩 물이 빠지기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육지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에도 어민들에게는 ‘섬놈’, ‘뱃놈’이라며 ‘사농공상’에도 들어가지 않는 천대를 받아왔습니다. 이러한 섬 사람들에게 ‘낙지잡는 손으로 육지에서 쌀농사를 짓게 해주겠다’고 간척지 땅을 거저 불하해줄 듯 하며 찬성 도장을 받아갔습니다.

음섬 입구에 표지판이 하나 붙어있었습니다. 시화간척사업의 시행사인 수자원공사가 ‘송산그린시티사업’이라는 것을 벌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시화만 간척지 남측에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내용입니다. 이를 선전하는 신문기사를 들춰보았습니다.

 

화성시는 지난 1월 롯데, 포스코 등과 함께 ‘유니버설 스튜디오 기본 협약’을 체결했다. 화성시 신외동 송산그린시티 동측 152만평에 조성되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비즈니스와 엔터테인먼트, 레저 휴양이 결합되는 테마형 복합리조트로 세계적인 체류형 복합리조트 테마파크로 조성된다.

사업비만 2조9000억원이 들어가는 이 사업은 2016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된다. 기대 효과로는 조성 공사때 5조2000억원의 생산유발 및 4만9000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으며, 운영때도 연 1900억원의 세수 및 5만8000여명의 고용 유발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 콘텐츠, 영화, 디자인, 애니메이션, 엔터테인먼트, 마케팅 기술 등 전 분야에 걸친 파급 효과도 기대된다.유니버설 스튜디오가 본격 추진되면 화성시의 성장동력인 서해 개발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해 개발 프로젝트는 송산면 시화호 남측 간석지 1656만평에 조성되는 송산그린시티 사업이 있다. 유니버설 테마파크와 함께 수도권 관광수요를 흡수하는 세계적인 관광도시를 꿈꾸는 송산그린시티는 관광, 레저, 생태도시와 함께 전국 최초의 운하도시로 조성된다. 또한 경기 서해안권을 동북아 지역의 국제적 비즈니스 및 관광레저 공간으로 발전시키는 촉매제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6월 11일자>

 

개발·성장주의의 ‘삽질’은 끝을 모르고 자체진화하고 있습니다. 광기어린 폭주기관차가 어떤 결말로 파국을 맞을까요.

 

토지 수용문제를 두고 토지주들과 수자원공사간에 법적 싸움이 일고 있는데 음섬에도 주민대책위가 결성되어 마을 입구에 컨테이너박스를 두고 대책위 사무실이 있었습니다.

고정초등학교 우음도 분교에 가보았습니다. 폐허가 된 건물은 곳곳이 떨어져 나가고 교정에는 잡초가 수북했습니다. 한 노인이 민들레 뿌리를 채취하고 있었습니다. 다가가 이곳에 몇 가구나 사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 돌아다 보지도 않고 그는

“왔으면 조용히 둘러보고 갈 것이지 뭘 더 알려고 그러시오”

하면서 퉁명스럽게 대꾸했습니다. 원주민인듯 한데 정부를 상대로 한 지리한 싸움에 영혼이 지쳐 있는 사람으로 보였습니다. 마을을 둘러보고 나오는 길 곳곳에 폐가가 눈에 띄었습니다.<계속>

 

 

띠풀이 무성한 시화간척지

 

 

 

 

 

염생식물 퉁퉁마디

염생식물 통보리사초

갈대

 

조산풀님

 
공룡알화석산지 방문자센터
 
 
 
 
우음도
 
고정초등학교 우음도분교
 

우음도에서 바라본 간척지
 
제2서해안고속도로 공사

조산풀   11-06-23 21:14

정말 개념 없이 살아 온 세월 속에  이런 아픔을 갖고 삶을 빼앗긴 이웃과 이 시대를 같이 살아왔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이번 변산바람꽃님과 같이 하며 그런 현장 속에서 지난날을 그들과 함께 한 변산님의 삶에 존경심을 갖습니다.
아주 작지만 그런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살다 간 사람들에게 연민과 동정과 관심을 가질 때 자기 위안과 그들에게도 조금은 위로가 되리라 봅니다.
바로 우리 풀씨들의 마음이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 해 봅니다.

별풀   11-06-24 08:32

변산님..조산풀님..생태계의 현황..아픈마음으로 읽습니다 언제까지 바다와땅을 파헤치는 일이 계속 될런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부안근처에 오시면 함께 하고싶습니다 나마스테..

문형민   14-06-30 14:58

안녕하세요. 1997~2000년에 사진에 나온 우음도 분교에 살았던 사람입니다. 그땐 10살 조차 안된 아이였는데 어느덧 20대 중반이 되었네요. 저의 가족이 2000년 11월에 미국으로 이민을 오게되어서 저와 같이 뛰어놀던 친구들과 연락이 만 14년동안 끈어졌는데, 지난 14년 동안 계속 생각나는 친구가있어서 그 친구를 찾고싶은 마음에 댓글을 남김니다.
제 이름은 문형민, 우음도의 분교에서 살았었고, 우음도 밑에 (제가 살때 작동하던) 발전소 옆길에 살던 박한석 이라는 친구를 찾고싶은데, 그 친구가 1991~1993년 생이였을거에요. 한석이네 바로 옆집에 동갑내기 남자어아와 1990년생 누나가 있었는데, 모두 보고싶네요. 14년이 지난 지금 그 친구들도 도시로 이사갔을수도있고, 해외로 유학/이민갔을수도있는데...
혹시 그 친구들의 근황을 아시는분은 minimin0425@gmail.com로 연락 부탁드릴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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