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구름을 좋아하는 까닭은 /손계 차영섭

    구름은 기억력이 참 좋다
    곧 말라죽을 것만 같은 가뭄에도
    꼭 잊지 않고 찾아와 비를 내려주거든,

    비를 흠뻑 내려준 뒤에는
    산으로 내려와 감싸고 한참을 머무는
    어머니 같은 모정이 포근해서 좋아

    해돋이와 해넘이 때 노을빛을 잊지 못 하며
    여름에 목화송이 뭉게구름이며
    가느다란 새털구름 또한 예술이거든,

    광활한 푸른 하늘에 조각구름 한 점만 섬처럼
    떠있는 것은 웬일이며, 어디론가 하염없이 몰려갔다
    몰려오는 저 대행군은 무슨 작전인가

    경칩 날이면 천둥을 쳐서 대지의 동면을 깨우고
    봄이면 가는 비, 여름이면 굵은 비, 겨울에는 눈송이,
    느리고 빠른 비의 속도는 누구의 지혜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