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민들레
올해 우리집 마당엔 민들레 천지다. 작년에 여기저기 민들레 홀씨들을 묻어두었더니 거기서 모두 민들레가 나왔다. 그런데 흰민들레가 보이지 않았다. 흰민들레는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두 번을 옮겨 심었다. 하지만 재작년엔 아버지가, 작년엔 어머니가 오셨다가 호미로 잡초와 함께 캐버리셨다. 그래도 아쉬운 마음에 혹 살아 남은 게 있기를 은근히 바라고 기다렸다. 하지만 여름을 나고 가을이 가도 흰민들레는 보이지 않았다. 다만 겨울볕을 받으며 12월에도 1월에도 노란민들레가 끈질기게 피었다. 꽃핀 민들레가 개털 솜털 같은 홀씨뭉치를 뭉쳐둔 것을 보며 새삼 놀라기도 하였다. 그리고 올봄, 이렇게 밤하늘의 별처럼 마당에 노란민들레가 피었다. 이것으로 만족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 햇살이 좋아 마당에 서성이는데 댓돌 밑에 흰 민들레 머리가 보이지 않은가? 2,30분 있다가 다시 보니 흰민들레가 활짝 피었다. 정말 한 송이 흰민들레이다. 유심히 보니 역시 예사롭지 않다. 부디 예쁜 홀씨 많이 맺어주렴 마당 여기저기 묻어줄게. 내 마음은 벌써 내년 노란민들레와 흰민들레가 섞여 핀 마당으로 환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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