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만나면 반가운 풀

 


한여름 뙤약볕 길을 가다 만나면 반가운 풀이 있다. 까마중이다. 밭둑이나 고구마 밭 한가운데서 자라기도 한다. 50-60cm 남짓한 키의 풀 이곳저곳을 들추어 보면 어김없이 까맣게 잘 익은 열매 몇 개는 매달려 있기 마련이다. 한웅큼 따서 한 입에 털어넣었다. 쓰면서도 달고 서늘한 것이 토마토와 비슷하기도 하지만 토마토보다는 훨씬 고소했다.

심심할 때는 이놈을 가지고 공중부양 놀이를 하였다. 탈곡하고 쌓아둔 보릿대 중에서 튼실한 놈을 골라 파이프를 만든 다음 끝부분을 손톱으로 4갈래로 갈라놓고 그 위에 까마중 한 알을 조심스럽게 올려 놓는다. 하늘을 쳐다보고 보릿대 파이프 다른 끝을 입으로 가져가 살짝 불면 까만 흑진주 같은 열매가 파란 하늘에 떠서 논다. 까마중 열매는 훌륭한 장난감이었다.

가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 풀 까마중은 봄에 어린 잎을 따서 물에 우려 독 성분을 제거하고 나물로 먹기도 한다. 까마중은 온갖 잡균을 제거하고 염증을 없애며, 체내의 독을 풀어주며 기침을 멈추게 한다. 잎과 줄기를 달인 물은 궤양, 치질, 종기, 습진, 상처, 버짐, 뾰루지 등에 쓰인다.

또한 진통작용이 있어 류머티즘, 관절염, 두통, 통풍 등의 통증에 사용하며 항암작용도 탁월하다 한다. 말린 까마중 전초 160g에 물 1.8리터를 붓고 물이 진하게 달여 소량을 수시로 마신다. 타박상에는 전초와 열매를 으깨어 적당량의 소금을 섞은 후 붙이면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 도로변이나 들녘에서 자라는 것 보다 거름기 없는 산속에서 자란 것이 약효가 더 좋다고 한다.

약으로 사용할 때는 여름부터 가을에 전초를 채취하여 그늘에 말려 잘게 썰어 사용한다. 까마중의 덜 익은 열매에는 약간의 독이 있으나 큰 탈이 날 정도는 아니다. 까마중의 재배를 위해서는 늦은 10월에 씨앗을 받아두었다가 이듬해 이른 봄에 파종한다.

까마중은 온대, 열대에 걸쳐 온 세계에 분포하고 있다. 세상에 독하고 잘난 것만 살아남을 것 같지만 까마중 같은 순한 풀도 이 세상에서 잘 살아가고 있다. 어떤 철학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세상살이에 지치고 힘들 때, 높은 곳만 올려 보지 말고 발밑을 보자. 거기 자라는 소박하고 보잘것없는 풀들은 이미 세상을 이긴 풀들이다. 그래서 잡초를 보이면 희망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