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알풀님댁에 다녀왔습니다. 갑작스런 일정이었지만 즐겁고 알 확실히 찬(?) 여정이었습니다. 7월 7일, 열린울타리 회의 참석차 멀리 의성에서 별풀님이 오셨습니다. 그때 “얼떨 우리 알풀네 가자!”그러셨습니다. 안 그래도 장터에 알풀님의 ‘행복한 유정란’을 입점하자는 얘기가 있어왔다 하더군요. 당장이라도 떠날 듯 한 목소리. 선뜻 “네!”라고 대답했고 제주에서 오신 감귤이야기님도 동행하시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저런 이유로 다음날 아침(그러니까 일요일) 7시 경에 별풀님 차를 타고 알풀님댁으로 출발했습니다.
별풀님 전날의 숙취로 힘들지는 않으실까요? 그런데 감귤이야기님은 옆에서 쌔근쌔근 잠이 드셨고 저도 뒤에서 쌔근쌔근.. 운전을 바꿔줄 사람이 없네요. 게다가 내비게이션 아가씨는 길 안내에 소홀하기까지. 별풀님 운전하시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후 12시가 안 되어 알풀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반가운 얼굴. 홍성 풀꽃상 선정회의 때 뵈었으니 벌써 2년이 흘렀습니다. 별풀님과 감귤이야기님은 알풀님에게도 반가운 분이시겠죠? 인사하느라 정신이 없어 만나는 그 순간을 사진으로 담지 못해 안타깝고 죄송한 마음입니다.
아침에 닭들은 이미 알들을 낳았고 이제 닭장 안으로 들어가 알들을 모아 오면 된다고 했습니다. 경험이 있는 별풀님은 능숙 능란 하게 알들을 담고 감귤이야기님과 저는 모성이 극진한 어미닭들 쫓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얼떨은 소리 지르느라 입술을 깨무는 일까지 자행) 자기 알들을 가지고 가는 것을 보고 알들이 있는 쪽으로 날라 오는가 하면 알을 품고 지키는 어미들도 있습니다. 저는 닭도 으르렁거린다는 것을 알풀님 댁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양계라는 것이 닭들에게 매일 이별하는 일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계란 분류작업을 따로 하지 않고 닭장에서 계란을 가지고 나오는 즉시 하게 됩니다. 깨끗한 것과 무엇이 좀 묻은 것, 그리고 상품이 될 수 없는 것들을 선별합니다.
알풀님 댁 계란의 이름은 앞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행복한 유정란’이랍니다. 미나리랑 새만금 조개도 먹고, 일반 계사에 비해 넓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인위적 항생제나 부리 자름 없이(다른 곳의 닭들은 부리를 잘라 같이 사는 닭들을 공격하지 못하게 한다는군요.) 탁 트이고 시원한 곳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계란들도 행복해서 ‘행복한 유정란“인가 봅니다.
알풀님 옆지기님이신 동그라미 님은 지금 한마음 수련 중이시라 오랜 시간 출타 중이시라고 합니다. 그래서 알풀님은 요즘 주부생활 중이십니다. 아이들 밥을 해먹이고 씻기고 간식을 챙겨주고 예전 동그라미님이 하시던 일들을 척척 해내시고 계십니다. 그래서 여쭤봤습니다.
“몇개월 씩 옆지기님 수련원 보내시고 힘드시겠어요?”

“긴 시간 아니에요. 사람 사는 시간에 비하면 긴 시간 아니지요. 지금 이 시간 동안 내가 사랑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옆지기를 구속했는지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얼마나 고마운 것인지도요.”

부인 하루 없으면 짜증내고 힘들어하는 우리 남편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옆지기님을 기다리는 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계시다니 감동이었습니다.

식사시간. 알풀님은 양파 본연의 맛을 느끼고 싶으시다며(사실 양파가 많이 나는 철이라 파보다는 양파의 비율을 많이 해서 요리를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양파 된장국을 끓이셨습니다. 저는 새우젓으로 맛을 낸 계란찜, 각종 야채와 다시마 가루로 맛을 낸 계란말이를 해서 식탁이 올려놓았습니다. 감귤이야기님과 별풀님은 밭에서 깻잎과 콩잎 고추 등을 따 오셨습니다. 그리고 알풀님의 최고의 선물 더덕주.(분명히 더덕주라고 하셨는데 당귀주라고 써있었음). 각양각색의 잔에 담아 몸에 좋다는 약주도하고 계란을 넣고 쌈을 만들어 입 안 가득 담아 먹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후식으로 자두효소를 먹었습니다. 달짝지근 살짝시큼 맛난 효소였습니다.
알풀님댁 옆 개울가에 앉아서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었습니다. 풀꽃세상의 요즘 모습과 나아갈 방향등 마음속에서 내놓지 않았던 얘기들을 말씀하십니다. 서로들 오래되지 않았어도 늘 반가운 사람들이 있는 곳이 바로 풀꽃세상이란 얘기들이었습니다. 지금 풀꽃세상의 현실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답니다. 천둥이 치고 번개가 치고 큰 태풍이 몰아친 후 세상이 맑아지는 것은 자연의 이치랍니다. 풀꽃세상도 자연의 이치에 따라 길고 긴 변형과 태풍을 만나 맑아지는 시간을 맞이한 것 같다고 하십니다.
감귤이야기님은 냇물 좋다고 하십니다. 제주도에는 이런 곳이 흔치않다더군요. 그래서 육지사람들이 개울가에서 고기 구워먹듯이 제주 사람들은 바다에서 고기를 구워드신다고 합니다. 아이처럼 돌로 물길을 만들고 즐거운 모습이 역력합니다. 별풀님은 운전이 힘드셨는지 그냥 개울가 옆에 누워 잠이 드셨습니다.
다들 떠날 시간이 되어 개울가에서의 담소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얼떨은 4시반 용산행 기차를 예약했고, 감귤이야기 님은 군산에서 6시 반 비행기를 예약했기 때문입니다. 또 언젠가 우리 만나서 기쁘고 좋은 얘기 나눌 수 있겠죠? 떠나오면서 너무나 탐이 났던 깻잎과 콩잎, 케일을 따왔고, 알풀님께서 ‘알콩달콩’(콩을 뻥튀긴 것)과 계란 열 개 씩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알풀님. 그리고 ‘행복한 유계란’에 대한 얘기는 이번 주 내에 장터에서 자세하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