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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책! 『메이데이 ― 노동해방과 공유지 회복을 위한 진실하고 진정하며 경이로운 미완의 역사』 피터 라인보우 지음, 박지순 옮김
  글쓴이 : 갈무리     날짜 : 20-05-07 22:19     조회 : 54    











일일 8시간 노동 쟁취와 빨간색의 “미완의” 메이데이
한국의 권력자들은 5월 1일을 “근로자의 날”이라고 부른다. 오랜 아래로부터의 운동의 역사 속에서 5월 1일은 노동절, 메이데이, 노동자의 날로 불려 왔다. 붉은색의 메이데이는 8시간제 쟁취를 위해 노동자들이 치열하게 싸웠던 1886년의 헤이마켓 투쟁을 기리는 것이다. 1886년 메이데이에 “제조의 도시” 시카고에서 일일 8시간 노동을 위한 대규모 행진이 열렸다. 경찰은 일부 노동자를 살해했다. 그들의 살인에 항의하기 위해서 5월 4일 시카고의 헤이마켓에서 회합이 소집되었다. 이날 노동자들은 모두가 연대하여 자본주의 체제의 억압에 저항했다. 누구도 누구의 소행인지 알지 못하는 다이너마이트 막대가 던져졌고, “지옥이 펼쳐졌다.” 여덟 명이 유죄를 선고받았고, 이듬해 11월 11일 4명이 교수형을 당했다. 그로써 “미국 자본주의는 황금시대로 가는 길을 마련하고 메이데이는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 모든 곳에서 노동자 연대의 날이 되었다.”(238쪽)
이처럼 1886년 메이데이에 노동자들이 헌신적으로 투쟁하다 사망했다. 이 투쟁을 이어받아서 1890년에 제정된 것이 “국제 노동절”이다. 그러나 권력과 자본에게 “메이데이는 항상 골치 아픈 날”이었고, 이날의 의미를 숨기려는 시도는 계속 있었다. 메이데이는 1939년에는 “미국주의의 날”로 선언되었고, 1947년에는 “충절의 날”로 선언되었다. 1958년에는 “미국 법의 날”로 제정되기에 이른다. 오늘날까지 미국에서 노동절(Labor Day)는 9월의 첫째 월요일이다. 
한국에서도 물론 “골치 아픈 메이데이”를 침묵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 1958년 이후 3월 10일이 “노동절”이었고, 1963년 4월 17일에는 “근로자의 날”로 이름이 바뀌었다. 1994년부터 5월 1일이라는 날짜는 복원되었지만 여전히 “근로자의 날”로 불리고 있다. 이처럼 메이데이의 붉은색을 지우려는 오랜 억압의 역사는 지구 어디에나 있다. 따라서 저자에 따르면 붉은색의 메이데이도 아직 쟁취해야 할 것으로, 미완의 것으로 남아있다.

삼림헌장과 초록색의 메이데이
전작 『마그나카르타 선언』에서 피터 라인보우는 마그나카르타의 은폐된 역사와 숨은 헌장인 <삼림헌장>을 밝혀냈다. 마그나카르타는 1215년 존 왕이 귀족들에게 굴복을 하면서 서명한 것이다. 오늘날까지 마그나카르타는 정치헌장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저자에 따르면 마그나카르타에는 은폐된 역사가 있다. 그것은 당시에 분명히 존재했던 <삼림헌장>이다. 당시 평민들의 경제활동의 상당 부분은 공유지에 의존하였다. 그런데 권력자들은 공유지를 사유화하려고 했고 귀족과 평민의 반발로 왕이 물러나면서 공유지를 일정하게 계속 이전처럼 사용해도 좋다는 것을 명시한 양보문건이 바로 <삼림헌장>이었다. <삼림헌장>에는 공유지에서 장작을 팰 권리, 돼지를 방목할 권리와 같은 구체적인 경제, 생계의 권리들이 명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후 역사 속에서 <삼림헌장>은 삭제되었고, 마그나카르타 선언은 정치헌장으로만 남았다. 그래서 저자는 『마그나카르타 선언』에서, 숨어 있는 <삼림헌장>을 발견해 내고 그 뜻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은폐된 <삼림헌장>처럼 메이데이의 역사에도 은폐된 부분이 있다. 그것은 로마 시대에도, 중세에도 있었던 5월 1일의 역사다. 라인보우에 따르면 예로부터 5월은 인류에게 특별한 시간이었다. 5월 1일은 봄의 시작점으로,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이다. 새싹이 돋고, 사람들이 사랑을 나누는 축제의 날이었다. 영어에서 5월을 뜻하는 May라는 단어는 그리스 신화에서 신들의 어머니인 마이아 여신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5월에는 세계 곳곳에서 축제가 열렸다. 공유지에서 거둔 성과물을 나누고, 공유지에서 앞으로의 경작이 잘 되기를 기원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마그나카르타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흐르면서 공유지를 사유화하려는 흐름들이 나타났다. 그것의 결과로서 실제로 공유지가 빼앗겨온(저자는 이것을 수용이라고 부른다) 오랜 역사가 있다. 그리하여 이 공유지의 5월 전통은 <삼림헌장>과 마찬가지로 많은 부분 사라졌다.

메이데이와 무지개 연합
저자에 따르면 1627년 토마스 모튼과 메리 마운트(지명)의 메이데이가 녹색의 메이데이를 잘 보여준다. 모튼은 1625년 영국에서 출발하여 미국 퀸시만에 상륙한 이민자였다. 1627년 메이데이에 모튼과 그의 인디언 친구들은 북소리에 동요하여 메리 마운트에 약 24미터 길이의 “5월의 기둥(maypole)을 세우고 화환으로 치장하고 리본으로 감싼 뒤 가장 꼭대기에는 수사슴의 뿔을 못 박았다.”
모튼이 5월의 기둥을 세운 메리 마운트는 인디언, 불평분자, 동성애자, 탈주 노예 등 지배자들이 “나라의 모든 인간 쓰레기”라고 불렀던 자들의 은신처가 되었다. 말그대로 무지개 연합이었다. 노예들, 아메리카 원주민과 함께 어울려 친구처럼 살아가며 축제를 벌인 모튼은 원주민을 학살하는 청교도들에게 가시와 같은 존재였다. 모튼의 평등주의를 견딜 수 없던 청교도들은 모튼을 추방했고, 5월의 기둥은 잘려나갔다.
그래서 축제의 날이었던 5월 1일은 점점 공유지를 회복하기 위한 투쟁의 시간으로 되어갔고, 붉은색의 메이데이는 그것을 노동자가 이어받아서 계속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본다면 메이데이의 역사는 130년을 넘어서 수천 년이 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생각을 “X제곱”이라고도 표현하는데, 그것은 두 개의 X, 즉 X(expropriation, 수용) 곱하기 X(exploitation, 착취)를 의미한다. 수용의 메이데이와 착취의 메이데이가 있는 것이다. 녹색의 메이데이와 붉은 메이데이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흔히 “노동절”로 생각하곤 하는 메이데이의 통념을 넘어 빼앗긴 공유지의 회복, 축제로서의 메이데이 역시 되살려내야 한다고 이 책은 주장한다.

코로나 시대에 생각하는 메이데이 : 서로에게 보내는 조난신호
수천 년 전 카이사르의 시대 후반기에 행성 지구의 삼림은 너무나 울창해서 숲속을 꼬박 두 달 동안 쉬지 않고 걸어도 하늘을 한 번도 보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다르다. 과개발과 환경파괴로 인해 인류가 치료법을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가 유행하여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다.
메이데이라는 말은 조난신호이기도 하다. 프랑스어 M’aidez(도와주세요)에서 온 이 말은 항공사들이 조난신호로 보내는 것인데, 프랑스어로 “메데”라는 발음이 영어에서 메이데이로 변형되었다. 이 책의 뒷부분에서 저자는 녹색의 공유지 회복의 운동은 결국 사람들이 스스로를 도와서 빼앗긴 땅을 되찾고 공유지를 회복하는 문제라고 설명한다. 공유지 회복은 사람들이 스스로를, 또 서로를 도울 때만 가능하다. 그래서 조난신호로서의 메이데이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도 도움을 구해야 하는 위기의 우리 시대에 깊은 울림을 갖는다.

지은이 피터 라인보우 (Peter Linebaugh, 1942~)
저명한 영국 역사가 E.P. 톰슨의 학생이었던 미국의 역사가 라인보우는 영국과 미국, 독일, 파키스탄 등에서 공부했고, 1975년에 워릭 대학에서 영국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로체스터 대학, 뉴욕 대학, 매사추세츠-보스턴 대학, 하버드 대학, 터프츠 대학 등에서 강의, 1994년부터 2014년까지 톨레도 대학 역사학과 교수로 재직하였다. 또한 『제로워크』 편집자였으며 <미드나잇 노츠 컬렉티브>의 회원이었다.
영국사, 아일랜드사, 노동사, 식민지 대서양 역사 분야에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내며 공통장 commons을 연구하는 그는 E. P. 톰슨, 더그 헤이와 함께 18세기 영국의 범죄와 사회를 다룬 책 『대영제국의 치명적 나무』(Albion’s Fatal Tree, 1975)를 엮었다.
저서로 18세기 영국의 사형제도와 범죄의 역사 『런던 교수형』(The London Hanged, 1991), 다중의 반란과 저항의 숨겨진 역사 『히드라』(The Many-Headed Hydra, 공저, 2001; 갈무리, 2008), 마그나카르타 이외에 또 하나의 헌장인 <삼림헌장>을 밝혀낸 『마그나카르타 선언』 (The Magna Carta Manifesto, 2008; 갈무리, 2012), 공통장, 인클로저, 저항의 역사 『멈춰라, 도둑!』(Stop, Thief!, 2014; 갈무리, 근간), 메이데이의 녹색과 붉은색 기원을 추적한 『메이데이』(The Incomplete, True, Authentic, and Wonderful History of May Day, 2016; 갈무리, 2020), 공유지 사유화에 맞선 지하 활동가 네트워크의 역사를 복원한 『뜨겁게 불타는 붉은 심연』(Red Hot Globe Round Burning, 2019) 등이 있다. 매체 『카운터펀치』(CounterPunch), 『뉴레프트리뷰』(New Left Review), 『급진적 역사 리뷰』(Radical History Review) 등에 수십 편의 논문과 아티클을 발표했다.
 
옮긴이 박지순 (Park Ji Soon, 1983~)
대구대학교에서 재활심리학을 공부했으며 장애, 성별, 문화 등에 따른 차별 해소를 위한 연구와 글쓰기에 힘쓰고 있다. 현재 부산대학교 교육학과에서 연구교수로 일하며 교육 분야에서의 평등권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 번역서로는 『노예선』(갈무리)이 있다.

함께 보면 좋은 갈무리 도서
『마그나카르타 선언』(피터 라인보우 지음, 정남영 옮김, 갈무리, 2012)
『히드라』(마커스 레디커, 피터 라인보우 지음, 정남영, 손지태 옮김, 갈무리, 2008)
『노예선 : 인간의 역사』(마커스 레디커 지음, 박지순 옮김, 갈무리, 2018)
『캘리번과 마녀』(실비아 페데리치 지음, 황성원, 김민철 옮김, 갈무리,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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