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들의 글 4/

이런 생각, 저런 생각

구현정(잠티풀)

옆의 사진은 저희집 하우스에서 장미나무 손질할 때 찍은 겁니다. 저희집 밥줄이 장미농사거든요. 저도 퇴근후나 주말에는 꼼짝없이 농장일꾼으로… 거의 노닥거려서 탈이지만요.

요즘은, 꽃값은 물론이거니와 농산물 가격 대부분이 엉망진창이라서 하면 할수록 빚구덩이로 빠져드는 것 같아요. 늘상, 물가안정이나 전시행정의 희생양으로 전락해 온 데다, 소비심리조차 위축되어 있는 요즘에는, 줄줄이 엮여서 구덩이로 던져지는 것 같네요.

사진에서 보시는 하우스는 양액재배로 장미를 키우는 곳인데, 작물에 필요한 성분만을 희석해서, 땅이 아닌 각종 배지 위에서 키우는 방법이에요.
질산 몇 그램, 철 몇 그램, 마그네슘 몇 그램…하는 식이죠.

그렇게 작물의 뿌리를 골고루 적시고 나면, 쓰고 남은 양액을 쏟아내게 되는데, 그걸 영양제 삼아, 흙에서 키우는 작물에 뿌려주면 효과가 금새 나타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폐양액은 아무런 여과없이 그대로 하천에 버려지죠. 식물의 성장에 직접적인 도움을 준다고는 하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물의 성분이 폐해가 없을 리가 없겠죠.

종자회사조차도 남의 손에 다 팔아넘긴 나라 실정에서, 값싸고 간편한 재처리시설이 개발되길 바란다는 것은 어림도 없을 것 같구요, 영세한 농민들이 몇 백만원은 족히 넘을 제품을 설치할 리도 없겠죠.

기관에서도, 양액재배가 뛰어난 기술이라며 보급하고 선전하는 데만 급급해서, 폐양액에 대한 우려는 일단, 아예 젖혀두는 것 같아요.

저희는 토양재배 하는 장미하우스가 하나 더 있어서 그 쪽에 폐양액을 많이 뿌리는 편이지만, 바로 옆 개천으로 콸콸 쏟아지는 물줄기는… 언제 보아도 아찔하기만 하답니다.

◇ ◇ ◇

몇 개월만에 미용실에 들렀습니다. 들르는 곳곳마다 그러했지만, 이곳에서도 은근히 강요를 하더군요.
“염색하세요”, “머리카락이 검으니까 차가와 보이잖아요”, “아니면, 브릿지라도 넣으세요, 위쪽이 너무 무거워 보이잖아요”

전 염색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습니다.
오히려, 연녹색+금색으로 염색한 머리카락이 제일 멋진 색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색깔이 맘에 드는 건지, 아니면 그렇게 하고 다닐 수 있는 배짱이 부러운 건 지는 저도 좀 아리송하지만요… 2년여 전까지는 저도 나름대로 염색을 많이 하고 다녔구요. 하지만 이런 환경단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바로 염색이었거든요.

엷은 갈색머리에서, 푸른빛이 감도는 검은색으로 재염색하고 마악 헹구던 참이었죠. 수도꼭지를 틀어놓은 채, 그 밑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헹구는데…후우… 헹궈도, 헹궈도… 끊임없이 검은빛 물방울이 제 머리카락 밑으로 떨어지더군요.

‘너… 이 물 다시 마실래??’

정말 끔찍하던 순간이었습니다.

다시 내 입 속으로 순환되어져 온다는 당연한 이치를, 그 순간에서야 깨달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