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갯벌 소식 /

"새만금갯벌은 21세기의 성지입니다"

지난 2월 11일 정부는 시화호의 담수화 계획을 전면 포기한다는 공식발표를 하였습니다.

16년 동안 무려 1조원의 국민세금을 들여 생명의 땅 갯벌을 죽이고 썩은 담수로 만든 시화호.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인하여 결국 해수호로 전락하고 만 시화호를 경험하고서도 여전히 개발만능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새만금 사업을 추진하려는 정부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특히, 3월 말 정부의 새만금 사업 중단여부에 대한 최종결정 발표을 앞두고 환경/시민/사회단체 및 종교계가 반대운동에 더욱 힘을 쏟고 있으며, 정부내에서도 새만금 사업을 놓고 부처간에 이견이 팽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수질문제와 갯벌의 중요성을 놓고 환경부와 해양수산부가 간척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고 농림부와 전라북도가 적극적으로 찬성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환경/시민/사회단체 및 종교계는 새만금이 시화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며 새만금 갯벌을 살아있는 생명의 땅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새만금갯벌생명평화연대(상임대표 문규현 신부, 이하 새만금연대)를 결성하였으며, 이에 앞서 3월 14일 기독교, 불교, 원불교, 천주교 등 종교인 500여명이 조계사에 모여 새만금 간척사업 백지화를 위한 범종교계 공동선언과 기도회를 갖고 새만금 갯벌이 곧 그들의 교회이며, 성당이며, 법당이자 21세기의 성지임을 선포하였습니다. [새만금연대] 는 3월 19일 발족식을 갖고 3월말까지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릴레이 단식농성과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합니다. [새만금연대]의 상임집행위원회로 활동하고 있는 풀꽃세상은 3월 26일 릴레이 단식농성과 릴레이 1인 시위에 참여합니다.

"객지에 나간 자식들이 쥐어주는 10만원에 의지해 살기보단, 뻘에 나가 내가 일하는 게 훨씬 벌이도 좋고 맘도 편하지. 몸이 아프다가도 뻘에만 나가면 몸이 훨훨 날아가는 것 같다니까. 전에는 뻘에서 조금만 움직여도 용돈을 충분히 벌어 쓰고 남았는데, 간척한다고 방조제로 물길을 막은 뒤론 하루 3-4천원 벌기도 힘들어. 내가 요즘 너무도 속이 타고 화가 나. 대통령 만나 얘기 좀 했으면 좋겠어. 왜 저 멀쩡한 갯벌을 망쳐놔서 우리를 이렇게 힘들게 하냐고. -생명평화연대신문, 창간호에서-새만금 갯벌 여성어민들의 호소 중 70대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

"새만금은 교회이자 성당이고 법당"... 범종교인기도회

새만금 갯벌을 살리기 위해 종교인들이 한마음으로 뭉쳤다. 14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서는 쌀쌀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는 가운데 종교인 500여명의 기도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퍼졌다.

‘새만금갯벌 생명평화연대 준비위원회’ 주최로 기독교·천주교·불교·원불교 4대 종단의 종교인들이 참석한 기도회가 열린 것. 종교는 달랐지만 이들은 한결같이 “신이 주신 새만금 갯벌을 그대로 지키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주님, 자연을 사랑하는 신앙인들이 모였습니다. 힘을 주시어 새만금을 지키고 자연을 살리게 하여 주시옵소서”

“부처님, 새만금 갯벌의 생명들을 죽이려는 중생들에게 지혜의 빛을 내려 주시옵소서”

간절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회를 마친 종교인들은 새만금 갯벌을 ‘21세기의 성지’로 선포하는 내용이 담긴 ‘범종교계 공동선언문’을 발표했다.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 대표 수경 스님은 선언문을 통해 “새만금 갯벌은 우리들의 교회이고 성당이며 법당”이라며 “시화호를 교훈삼아 당장 간척사업을 중단하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보존할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수경 스님은 또 “간척을 강행하려는 총리실과 전북도의 모습은 세계 최대의 ‘반(反)경제, 반생명, 반평화’의 축제를 열려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비난했다. ........ 이 자리에 참석한 문규현 신부도 “정부는 더 늦기 전에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자연을 보존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행사가 끝난 후 이들은 새만금의 생명을 상징하는 물고기·게 모양의 나무 솟대들을 들고 명동성당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수녀들과 계룡산 동학사 비구니스님들은 딱딱한 구호 대신 ‘고향의 봄’ ‘퐁당퐁당’ 등의 노래를 부르며 행진해 종교인다운 평화적인 시위 모습을 보여줬다.

(3월 14일 이희정/동아닷컴 기자 huib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