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기는 먹되 간단히 먹읍시다

먹기는 먹되 간단히 먹읍시다

풀밭처음 / 2000-2호

신승근(시인)

오랜만에 들려보니 많이 변했습니다. 참석은 못했지만 제5회 <풀꽃상>은 잘 결정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1년에 두번로 결정된 <풀꽃상>은 두 손을 번쩍 들고 환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천천히 걸어가야 할 세상인데 숨가쁘게 상 드리기에 쫓기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거든요. 이 세상에 처음 있는 상이니 드릴 대상이 너무 많았다는 것도 이해는 갑니다만, 하여튼 1년에 두 번은 아주 잘 된 겁니다. 1박 2일 모임도 좋고요. 정상명 님과 최성각 님이 보고 싶어서라도 꼭 한 번 <풀꽃방>에 다녀와야겠는데 그게 생각처럼 잘 안됩니다. 안가도 모였던 분들의 그 치열함(?)은 상상이 됩니다.

제목을 '먹기는 먹되 간단히 먹읍시다'로 시작한 것은 새소식에 보니 '생활 속에서 풀씨들이 실천했으면 하는 일들'에 한 줄 더 넣었으면 해서지요. 얼마 전에 강원도와 충청도가 만나는 오지에서(찻길에서 1시간 정도 걸어올라야 만나는 외딴집) 하룻밤을 묵었습니다. 두 내외와 두 살된 아들 하나 단 세 식구가 전기는 없이 사는데요(전기는 텔레비전과 냉장고가 따라올까봐 거부함) 장작불을 때며 3∼40년 전의 옛모습으로 살아요. 이곳에 사는 게 힘들지 않느냐는 어리석은 질문에 아이 엄마가 그러는 겁니다. "먹는 게 간단하면 사는 게 편하다."구요. 김치 하나 와 밥 한 그릇, 그래도 얼마나 맛나는지. 이번 겨울에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
다시 한번 '먹기는 먹되, 간단히 먹읍시다.' 그러면 남길 것도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