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상명(풀꽃세상을위한모임 대표)
<풀꽃방> 창 앞에는 커다란 대추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작년 가을에는 긴 장대로
나무를 툭툭, 쳐서 대추 따는 즐거움을 누렸습니다. 그리고 이번 겨울 내내 나무가 선물한 달콤한 차를 마셨지요.
이 나무의 특성은 다른 과일나무가 꽃 피고 잎새 피워내도 난 몰라라, 꼼짝 않고 고집 피우며 서 있다가
아주 늦은 봄날, 한꺼번에 모든 잎새를 활짝 피워버린다는 것을 다 아실 거예요. 그리고 늦게 시작한 대신
열심히 꽃 피워 수많은 열매를 맺지요.
개인적으로 <풀꽃세상>은 꼭 저 창 밖의 대추나무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나이 50이 넘어서야 뒤늦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시작한 지 채 1년이 안 되었는데 이렇게 <풀꽃세상>이
커졌습니다 지금 이 <풀꽃세상>이라는 대추나무에는 1,050개의 싱그러운 열매가 달려 있습니다.
한 알 한 알 너무 소중한 열매들입니다. 이 열매들이 어느날, 땅에 심어지면 또다른 아름다운 대추나무를
지상 어디엔가에 내놓겠지요. 그런 마음으로 이 대추나무를 잘 자라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 작년 이맘 때 우리 모임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우리는 무엇보다도 존경심을 회복하자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에 대한 존경심은 물론 자연에 대한 존경심도 회복하자고 조용히 말했지요. 자연을 사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대해온 그릇된 자연관이 환경문제를 일으킨 핵심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달리 말하면,
우리네 살림살이가 너무나 무례한 것이 아닌가 한번 세상에 물어보았던 것입니다. 자연이 동의하지 않는 일을
우리는 서슴없이 묵살해왔고, 손 대면 안 되는 것(곳)에도 마음대로 손을 대어 상채기를 내왔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 한 방법으로 우리가 그동안 새나 돌이나 풀이나 골목길에 풀꽃상을 드린 일은 풀씨 여러분들께서도
다 아시는 일이지요. 여러 풀씨들의 협조에 힘입어 우리 <풀꽃세상>은 우리 사회에서 아주 내실있는
시민환경단체가 되었습니다. 2월 중순 현재, 1천여 분이 넘은 우리 회원의 거의 전부 자발적인 분들이시라는
점, 그리고 90%가 넘는 분들이 꾸준히 회비를 내고 계신다는 점에서 말할 수 없이 감사하고 자랑스럽습니다.
<> 올해는 새로운 얼굴로 풀씨 여러분과 만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그 계획 중의 하나가 [풀밭]이라는
이 소식지입니다. [풀밭]을 통해 이제 더 많은 이야기들을 풀씨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풀씨
여러분들, 언제 홍대 근처에 오시면 꼭 한번 들러서 인사나누기를 원합니다. 일은 해도해도 끝이 없고, 인원은
적어서 늘 쩔쩔매지만 풀씨들을 만나면 없던 힘도 생기고, 그 힘으로 열심히 이 일을 하게 될 것 같네요.
새해 멋진 시간들을 함께 만들어 나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