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들던 중, 우연히 황창연 신부님 소식을 접하게 된 것은 정말 반가운 일이었습니다. 천주교 수원교구환경센터의 소장신부님으로 일찍부터 환경문제를 몸으로 실천하고 계신 신부님께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지렁이와 함께 살기운동’을 활발히 펼치시는 분이었습니다. 지금 경기도내 스물다섯 가정에 지렁이를 입양했다고 합니다. 원고청탁을 위해 신부님께 처음 서신을 띄웠을 때 신부님께서는 풀꽃세상을 이전부터 익히 들어 잘 알고 계시다며, “자연에 상을 주는 사람들이 참 아름답다”라고 반가워하셨습니다. “국민들 모두 가정에서 지렁이와 함께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는 신부님, 하지만 이제 막 지렁이와 함께 살기 시작한 풀꽃세상에게 신부님의 그간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원고를 부탁드리자 아래의 글과 자료를 보내주셨습니다. 그러나 신부님은 ‘못 생겼다’는 이유로 끝내 사진은 보내주시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신부님께서 보내주신 지렁이 캐릭터를 올립니다. ‘지렁이 신부님’, 고맙습니다.--풀꽃세상 

흙을 떠난 인간

황창연 신부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명심하여라!”라는 성서 말씀이 있다. 제아무리 높은 벼슬을 했다 하더라도 죽으면 한 줌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의 근본은 흙에 있다. 인간은 흙에서 자란 양식을 먹고산다. 쌀, 채소, 과일, 소고기, 돼지고기 등 흙에서 얻은 양식이다. 소도 흙에서 난 풀이나 잡곡을 먹고 자라니 결국 흙에서 얻는 양식이다. 그러기에 인간은 흙을 떠나서는 살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대부분 흙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흙을 떠나서 살고 있다. 특히 도시에 사는 사람 중 한 주간에 흙을 한 번이라도 밟고 사는 사람은 반수에도 이르지 못할 것이다. 대부분은 아스팔트, 콘크리트, 시멘트, 보도블록을 밟고 다닌다. 가끔 머리가 무거우면 성당 마당에 나가 산책을 하는데 마당의 반은 주차공간을 위한 아스콘이고 반은 잔디밭이다. 주차장과 잔디밭을 번갈아가면서 발걸음을 떼어 본다. 어느 곳이 마음이 편안한가? 아스팔트 위를 걸을 때는 마음이 딱딱해지는 느낌을 받고 잔디밭을 걸을 때는 포근함과 편안함을 느낀다. 그런데 현대인들은 하루종일 딱딱한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위를 걸어 다닌다. 마음이 편안하고 포근할 일이 없다. 아주 딱딱하고 메마르고 거칠다. 
우리 386세대는 다 알 것이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나는 방안에 앉아 있는 성격이 못되었다. 구슬치기, 딱지치기, 술래잡기, 쥐불놀이, 개구리 잡기. 철따라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아주 성실히 놀이에 참가했다. 특히 겨울철에 구슬치기는 정말로 재미있는 놀이였다. 흙바닥에 구멍을 하나 파고 서너 발자국 떨어진 곳에 금을 긋고 구슬을 한 알씩 빼먹는 놀이는 그야말로 겨울추위를 잊게 했던 놀이였다. 구슬치기하느라고 흙에 더러워진 손은 새까만 때로 덮여 있었고 그 덕에 늘 손이 터서 피가 삐져나왔다. 물론 무릎팍도 늘 까져 있는 상태로 흙에서 뒹굴고 흙 속에서 살았다. 정말로 신나는 어린 추억이다.
그런데 요즘 겨울철에 어느 곳에서도 구슬치기하는 어린아이 모습을 찾아 볼 수가 없다. 구멍가게에 가보면 간간이 구슬이 보이기는 하지만 구슬을 구한다하더라도 구슬치기할 땅이 사라져버린 것이다. 구슬치기를 할 수 있는 구멍을 파야하는데 이제는 온 땅이 아스팔트로, 보도 블록으로 덮여 있어서 구멍을 팔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지금의 어린이들은 완전히 자연과 격리되어서 인공적인 공간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본심을 키워 준 흙, 인간의 어머니인 흙을 떠나버린 것이다.
정신심리학자들은 흙을 밟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 정신감정을 해보면 반 이상은 제정신이 아니라고 한다. 일주일에 흙을 한 번도 밟지 않는 사람의 정신(멘탈)상태는 미쳐 있는 상태라고 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 사람들 반 이상은 본정신을 잃어버린 채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미쳐 있나 예를 들어 보자! 몇 해 전인가 경기도 이천에서 자기 생일날 친구가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고 해서 생일날 축하해 주러온 친구를 때려죽인 사건이 있었다. 친구를 때려죽인 그 친구는 본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보험금을 타려고 아들의 손가락을 자른 사건도 있었다. 보험금을 타려고 자식의 손가락을 자른 아버지 역시 반은 미쳐 있는 상태였을 것이다. 그리고 슈퍼마켓 주인이 보험금을 타려고 친구에게 자신의 다리를 잘라달라고 부탁을 한 사람, 기차 레일에 자신을 묶어달라고 하여 기차 바퀴에 자신의 다리를 자르는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인간들이 하느님이 심어주신 본 정신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살아간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요즘은 인터넷를 통해서 자살할 사람들끼리 모여 자살을 어떻게 할까 토론하고 실제로 함께 모여서 자살을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도대체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아름답고 어떻게 살아가야 인간답게 살아가는지에 대해 길을 잃어버린 세상이 되어버렸다. 
흙 냄새를 맡고 사는 우리 농부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어 보면 정말이지 그들에게는 흙 냄새가 난다. 사람 냄새가 난다. 자연이 알려주는 순리대로 살아가는 그들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화가 있다. 
도시 사람들도 흙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우리의 부모님들은 적어도 자식들을 일주일에 한 번은 콘크리트 건물에서 해방시켜주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흙을 밟고 흙 냄새를 맡게 해주어야 한다. 그것이 부모의 도리이고 진정한 교육이다.
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 갈 것을 명심하라는 성서구절은 참으로 음미해 볼 만한 말씀이다. 결국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지 자연의 영원한 지배자가 아니라는 말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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