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세상 네 번째 작공방이 새만금 갯벌에서 열렸습니다

풀꽃세상 네 번째 ‘작은 공부방’이 지난 6월30일과 7월1일, 1박2일에 걸쳐 새만금 해창 갯벌에서 열렸습니다. 작공방의 네 번째 강사는 갯벌의 뭇 생명들과 ‘새만금사업을반대하는부안사람들’ 대표 신형록 풀씨님이었습니다. 지난 5월25일, 새만금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정부의 발표가 있었고, 그 사이 새만금을 위해 싸워오던 이들로부터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조금 더 가열차게 싸워야 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던 즈음이었습니다. 네 번째 작공방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고민하던 풀꽃세상 젊은 풀씨들은 새만금에 가야 하지 않겠는가 의견을 모을 수 있었습니다. 책을 통해 혹은 사람들의 말을 통해 읽고 들은 것들이 아닌, 새만금 갯벌을 직접 만나고 뒹굴며 그 안에 깃든 생명들의 호흡소리를 듣고자 하는 열망이 컸고, 어려운 시절 갯벌로 인해 보릿고개도 넘을 수 있었다던, 그러나 이제는 삶의 터전이 언제 사라져버릴지 모를 불안을 안고 사는 어민들이 있는 곳, 그곳에 터를 잡고 살면서 새만금 반대 운동을 열정적으로 펼쳐오고 계신 신형록 풀씨님도 뵙고 싶었던 것이지요.

풀꽃세상의 젊은 풀씨, 이호·오동현·이선영·천샘, 그리고 박인희 풀씨는 그렇게 부안으로 향했습니다. 해창 갯벌 들머리에 우뚝 선 제5회 풀꽃상 상패와 갯벌을 뒤로, 사람의 마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선 장승들, 그리고 농발게며, 말뚝망둥이, 고둥과 홍합, 칠면초와 미처 이름을 알 수 없었던 생명들, 그리고 발바닥의 미세한 촉감을 통해 온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올리던 개흙을 만났습니다. 무엇 하나 가슴 뛰게 하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갯벌 맞은 편, 벌써 3분의 2 이상이 파헤쳐져 붉은 속살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고통스러운 모습을 하고 앉은 해창 석산을 바라볼 때, 갯벌 저 멀리로 벌써 3분의 1 이상 둘러싸인 희미한 제방을 대할 때, 저 제방이 다 쌓여 바다로부터 갯벌이 완전히 차단된 후, 땅속에 묻혀 죽어갈 수만의 갯벌 생명체들을 생각할 때, 젊은 풀씨들은 그로 인한 아픔과 지극한 미안함으로 잦아드는 마음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각자 발 딛고 선 자리에서 저마다 한 곳에 시선을 둔 채 무연한 모습으로 오래도록 서 있을 뿐이었지요.

그 날 밤 신형록 풀씨와의 이야기는 밤이 늦도록 계속되었습니다. 작공방 네 번째 강사로 모신 신형록 풀씨는 “맞아죽을 각오로 시작한 새만금 반대 운동”이었으나, 새만금 갯벌로부터 받은 감동은 삶으로 넓혀져 “자연에 대한 존경심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왜 회복해야 하는가, 그것이 지금 이 시대에 왜 중요한 가치인가”를 온몸으로, 마음으로 느껴 깨달았다 했습니다. 또한 서서히 피폐해져가고 있는 어촌 공동체, 그 안에 몸담고 갯벌로부터 힘을 얻어 삶을 이어온 무식하고 못난 무지렁이들을 껴안고 가지 않으면 새만금 사업 반대운동은 아무 의미가 없다 하셨지요. 오랜 싸움 끝에 사업을 강행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듣고 난 후, 조금은 힘이 빠진 듯한 신형록 풀씨는 “살면서 가장 소중하게 지켜내야 할 것들”에 대해, “새만금 개발 반대 싸움을 통해 얻어내야 할 진정한 의미”들에 대해 진지하고 겸허한 마음으로 바닥부터 다시 생각해, 정리하고 계신 듯했습니다. 강의가 끝난 그 밤, 조금은 쓸쓸한 모습으로 돌아서는 신형록 풀씨의 뒷모습에는 그 진지함이 고스란히 묻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밤, 젊은 풀씨들은 새벽이 될 때까지 잠들지 못하고 생명에 대한 크고 작은 생각들, 그리고 실천에의 고민들을 나누었습니다.

많은 풀씨님들과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만큼 함께 느끼고 생각하고 나누고 싶은 마음이 많았던 거지요. 우선은 네 번째 작공방에 함께 한 풀씨들이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풀꽃세상 사이트 곳곳에 남기는 일로 그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서울에서 부안까지, 부안에서 또 서울까지 그 먼 거리를 줄곧 즐거운 콧노래를 불러가며 기분 좋게 운전해 준, 무엇보다 젊은 풀씨들의 생명을 무사히 지켜준 이호 풀씨의 ‘작공방 후기’를 여기에 그대로 옮깁니다.【박인희】

무정풀 이호

풀꽃세상에서 풀꽃세상 사이트(www.fulssi.or.kr)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하겠습니다. 풀꽃세상은 이 작은 가상공간을 통해 우리가 가진 ‘풀씨의 마음’이 더 넓고 깊게 퍼져 사람을 감동시키고 세상을 변화시켰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특히 풀씨 이름을 하나씩 가진 풀꽃세상 풀씨님들이 인터넷 풀꽃세상을 통해 활발하게 소통하고, 이 소통을 통해 풀씨의 마음이 나날이 자연과 닮아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풀꽃세상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풀꽃세상 홈페이지에 힘을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겠습니다.

풀꽃세상은 지난해 5월, 이전 판의 문을 닫고 새 판의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긴 고민 하나가 옛 판을 어떻게 간직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습니다. 새 판과 옛 판을 함께 두자면 서버가 각기 달라서 사용료를 따로 내야했기 때문에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지요. 늘 그래왔듯이 이번 경우에도, 이 고민은 풀꽃세상 풀씨들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홈페이지내 ‘알림판’을 통해 옛 판을 한글에 담아줄 풀씨가 필요하다고 공고하자, 곧바로 구현정 풀씨님과 이선영 풀씨님, 김종란 풀씨님께서 선뜻 옛 판의 글들을 한글로 디스켓에 담아주겠다 하셨지요. 젊은 세 풀씨님께서는 옛 판의 <새소식>과 <게시판>, <방명록>을 맡아, 일하고 공부하는 틈틈이 그 안에 담긴 글들을 디스켓으로 옮겨 지난 6월 풀꽃세상으로 보내오셨습니다.

그동안의 수고에 대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세 풀씨님은 하나같이 스스로의 게으름으로 인해 더 빨리 작업해 전달하지 못했음을 오히려 미안해 하셨습니다. 착한 풀씨님들, 이분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어찌 표현할까 궁리 끝에 풀꽃세상에서는 세 풀씨님께 감사의 편지와 함께 도서상품권을 보내드렸습니다.【박인희】

미국의 소년풀씨, 장재환 님께서 잔디 깎아 번 돈, 1천달러를 풀꽃세상에 후원했습니다

미국 휴스턴에 살고 있는 소년, 장재환 풀씨가 1년 동안 잔디를 깎아 모은 돈 1,000달러를 2001년 4월7일, 풀꽃세상에 후원금으로 보내왔습니다. 이런 감동적인 일과 맞닥뜨릴 때, 어른들은 우선 돈의 규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정말 이렇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천 달러는 소년에게 결코 적은 돈이 아닙니다. 소년이 아니라 어른에게도 그렇지요. 더욱이 미국돈 1,000달러는 우리 지폐로 환산한 ‘1백 몇 십만원’과는 돈의 가치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결코 적지 않은 돈의 규모도 그렇지만, 그것이 아버님과 한 계약에 의해 무려 1년여 동안 꾸준히 모은 돈이라는 점, 그리고 모자라는 돈 일부를 어머니께서 채워주신 일은 아름답고 흐뭇하고, 그래서 우리들에게 조용한 충격과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장재환 풀씨 같은 소년과 장재환 풀씨네 가족 같은 분들이 풀꽃세상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모릅니다. 그런 정성어린 후원금을 풀꽃세상은 의연하게 받아, 잘 쓰고 그 내역을 밝히는, 멋진 단체가 되도록 앞으로도 애쓰겠습니다.

장재환 풀씨는 일찍이 미국 《풀씨》 편집장으로 발령(?)을 낸 적이 있는 중학생으로서, 현재 THE NATURE TRAIL이라는 이름으로 영문 홈페이지를 스스로 제작,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가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풀꽃세상 영문 홈페이지 주소는 www.naturetrail.org입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그렇지만, 빡빡한 학과 때문에 홈페이지의 변화속도가 더디지만, 장재환 풀씨 홈페이지에 들르셔서 격려 말씀 남겨주십시오. 그의 E-메일 주소는 greatjang@hanmir.com입니다. 장재환 풀씨는 우리 말, 우리 글에도 아주 능숙한 소년입니다.

자주 연락을 나누지는 못하고 있습니다만, 이 행성의 다른 한쪽에 그런 소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풀꽃세상은 기쁨과 희망에 대해 맑은 마음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풀꽃세상은 장재환 풀씨의 후원금을 어디에 쓸까, 여러 날 고심하다가 이 특별한 후원금은 풀씨 여러분과 함께 나눠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마음과 물질에서 받기만 한 것 같은 부담감이 있었던 터라 궁리 끝에 풀꽃세상 로고와 ‘사람은 자연의 일부입니다'를 새겨 분홍, 연두, 노란빛 수건 500개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풀꽃방을 찾아주신 다른 시민·환경단체의 손님들, 시간을 쪼개 풀꽃방에 들러 이런저런 일들을 손수 도와주시는 풀씨님들, 그리고 단체의 이름으로 대외적으로 인사를 드려야 할 때‘재환이 수건’을 드리고 있습니다.

아래는 장재환 어머니 권순기 님께서 풀꽃방에 보내오신 편지입니다. 부모님의 계산법이 절로 미소를 자아냅니다. 지면을 빌어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 재환이 어머니로부터 온 편지

며칠 전에 작은 아이 학교에 다녀왔습니다. 아이들이 학예회 때 입을 옷에 단추를 다는 일을 돕기 위함이었습니다. 직업도 없이 지내면서도 바쁘다는 시늉을 하며 통 아이의 학교 생활을 돕지 못한 터라 이번에 마음 먹고 가서 앉았습니다.

얼마간 단추를 달다가 복도에 나가보았습니다. 한국에서처럼 이곳 학교의 복도도 근사한 전시장입니다. 갑자기 초등학교 이야기를 하는 것은 복도에 걸린 그림들 때문입니다. 유치원 아이들의 그림과 1,2학년 아이들의 그림이 걸려 있었습니다. 갑자기 정상명 선생님의 작품들이 떠올랐습니다. 정상명 선생님의 그림들이 모아져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의 마음으로 사시는 참으로 행복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마음 깊이 와닿았습니다.

오징어와 미역에 어떻게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운임도 무척 비싼데 풀씨의 검소한 살림에 누가 된 것이 죄송할 뿐입니다. 저희 가족은 정말 즐겁고 감사히 오징어를 즐겼습니다. “재환아 너 정말 열심히 잘 해야 한다”고 보답은 재환이에게 돌리면서요.미역은 며칠 있으면 재환이 생일이 돌아오기에 그때를 위해 아끼고 있습니다.

재환이는 아빠와 협상을 하는 재미난 시간을 가졌습니다. 재환이는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잔디를 깎았습니다. 이번에는 한꺼번에 지불하기로 하였습니다.

원래는 재환이가 만든 《풀씨》 책자를 프린트할 때 쓰려 하였으나 재환이가 만든 것이 아직 미숙한 점이 많아 샘이 누나께서 보충을 해주실 때 하기로 하고 나니, 어서 주인에게 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환이는 조금 더 받으려 애썼지만,

“아빠하고 싸워봤자 네가 신중하지 못했으니까 깨끗이 인정해라. 그대신 엄마가 쬐끔 더 줄께”

이렇게 해서 아들에게 인기도 조금 얻은 비용을 보태어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적지만 풀꽃세상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은행 주소를 몰라 그저 추측하여 서교동 국민은행으로 보냈는데 잘 들어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풀꽃세상 덕분에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2001년 4월7일 재환 엄마, 권순기 드림

독립운동가의 후손 김선현 풀씨, 풀꽃세상에 특별후원금을 보내셨습니다

풀꽃세상 초창기 회원이신 김선현 풀씨께서 할머니, 수당(修堂) 정정화(鄭靖和 1900∼1991) 님께서 보훈처로부터 ‘8월의 독립운동가’로 제정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7월23일, 가족회의를 거쳐 풀꽃세상에 금1백만원의 특별후원금을 내셨습니다.

해방 56년째를 맞이한 2001년 8월, 특히 국가보훈처에서는 올해를 ‘보훈문화 확산의 해’로 정하고 미명에 숨져간 애국선열들의 나라 사랑하는 마음을 후대에 알리고 그 공적을 집중 조명하는‘이 달의 독립운동가’선정사업을 꾸준히 전개해온 바, 수당 정정화 님을 ‘8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습니다. 정정화 님은 일찍이 백범 김구선생님으로부터 ‘한국의 잔다르크’라는 명예로운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정정화 할머니의 목숨을 건 독립활동과 조국에의 헌신이 뒤늦게나마 평가받게 된 것은 여간 반갑고 다행스런 일이 아니라 하겠습니다. 더욱이 국가보훈처의 ‘이 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은 1999년 3월 유관순열사가 선정된 이후 2년 4개월만에 여성으로는 처음이어서 스무살 꽃다운 나이에 상해 임시정부 밀사로서 여섯 차례나 조국을 드나들며 임정의 밀령을 수행한 할머니의 생애가 더욱 돋보입니다.

정정화 님의 손녀이신 김선현 풀씨는 전(前) 웨스트팩은행 노조위원장으로서 한국노동운동사의 기념비적인 활동으로 노동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여성노동운동가이기도 합니다. 1987년 8월부터 1993년 11월까지 6년에 걸쳐, 조합원수가 많을 때는 20여명, 적을 때는 단 3명의 힘으로 37일에 걸친 1차파업, 222일에 걸친 2차 파업 등, 민족적 자부심을 짓밟는 외국자본의 교묘한 횡포와 유색인종에 대한 멸시와 폭행에 초인적인 의지로 꿋꿋이 맞서 마침내는 호주에서 건너온 웨스트팩은행을 우리나라에서 영구 철수시킨 일은 노동운동계에 널리 알려진 쾌사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그 6년의 시간은 초미니 노조 웨스트팩노동조합의 감동적인 투쟁을 지켜보던 이들 모두로 하여금 할머니 정정화 님의 ‘맑은 피’가 손녀에게도 그대로 흐르고 있음을 뜨겁게 확인하던 시간들이기도 했습니다.

김선현 풀씨는 “할머니가 8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되시자 이를 기념하기 위해 뭔가 뜻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가족회의를 하는데, 제일 처음 떠오른 것이 풀꽃세상에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었답니다. 작은 단체이지만 풀꽃세상의 옹골찬 정신과 진지한 운동방식과 진정성은 마치 제가 웨스트팩은행 노조일을 할 때의 생각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가족들도 풀꽃세상이 하고 있는 활동을 지켜보시며, 깊은 호감을 갖고 있었던 터라 많지 않은 액수이지만, 저희 가족의 소박한 정성이니 뜻을 받아들여주시기 바랍니다.”

풀꽃세상은 갑작스러운 김선현 풀씨의 그 말씀이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오히려 선뜻 그 뜻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할머니에게 일어난 반갑고 좋은 일을 진심으로 축하해 드렸습니다.

“할머니가 살아계셨더라면 풀꽃세상을 참 좋아하셨을 거예요.”김선현 풀씨의 말씀.

특별후원금을 풀꽃세상은 소중하게 쓰겠습니다. 다시금 여성으로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국가로부터 독립운동가로 인사를 받은 ‘할머니의 8월’을 축하드립니다.　

‘8월의 독립운동가’ 정정화 님은 어떤 분이신가

보훈처에 의해 발표된 ‘이 달의 독립운동가’ 선정이유는 ‘3·1운동 직후 중국 상해로 망명하여 여러 번 국내를 오가며 독립운동자금 모금활동을 하고, 한국부인회를 재건, 훈련부 주임으로 활동하는 등 광복때까지 임시정부 지원활동을 하신 공적을 기리어’라고 되어 있습니다.

역시 보훈처에 의해 정리된 정정화 님의 생애를 살펴봅니다.　

정정화(鄭靖和) 선생(1900. 8. 3∼1991. 11. 2)

국가보훈처에서는 광복회·독립기념관과 공동으로 조국독립을 위해 헌신하신 정정화 선생을 8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하였다.

1900년 서울에서 태어난 선생은 유복한 가문에서 성장하면서 어깨 너머로 한학을 수학하였다. 11살 때 한말 개화파 대신 김가진의 아들인 김의한과 혼인한 뒤, 그의 영향으로 근대적 사회의식과 민족의식에 눈뜨게 되었다.

특히 3·1운동과 그 과정에서 결성된 독립운동 비밀결사 대동단 총재였던 시아버지 김가진과 남편 김의한의 상해 망명은 생애의 한 전기를 이루었다. 이를 계기로 상해 망명과 독립운동 참여를 결심했기 때문이다.

1920년 1월 상해로 망명한 이후 1931년까지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6차례나 국내로 잠입하여 활동하였다. 주된 활동은 공식·비공식적인 독립운동 자금 조달 임무였고, 이 와중에서 일경에 체포되어 고초를 당하기도 하였다.

1931년 초 일곱 번째 상해로 망명한 이후 일제의 패망으로 1946년 환국할 때까지 주로 임시정부의 안주인 노릇을 하였다. 임시정부 요인들 가운데 선생의 밥을 먹지 않은 분이 없고, 임시정부의 가재도구 가운데 선생의 손때가 묻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뒷바라지에 정성을 다하였다. 그런 가운데서도 독립운동 단체인 한국국민당·한국독립당 등에 가입하여 활동하면서 임시정부 사수와 지지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였다. 특히 1943년에는 임시정부의 좌우통합 활동에 부응하여 여성차원의 민족통일전선인 한국애국부인회를 다시 세웠다.

나아가 한국애국부인회 훈련부 주임으로 활약하면서 중경에 있던 여러 독립운동 단체와 합동으로 자유한인대회를 개최하였다. 그리하여 종전 이후 한국에 대한 국제공동관리설에 대항하여 한국 민족의 완전 독립과 자주적 통일 민족국가 수립을 주장하였다.

1946년 5월 환국 이후에는 일체의 정치 활동에 관여하지 않았지만, 김구와 한국독립당의 신국가 건설 노선을 지지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남한 단독 정부 수립 이후 감찰위원회 감찰위원으로 추천되었지만 사양하였다.

정부에서는 선생의 공훈을 기리어 1982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수여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독립기념관에서는 선생의 뜻과 공적을 기리기 위하여 별도의 전시실을 마련하여 관련자료와 사진을 8월 한 달간 전시할 예정이다. 또한 극단 독립극장에서는 국가보훈처, 서울시 등의 후원으로 선생의 일대기를 그린 <치마>를 8월29일부터 9월6일까지 공연할 계획이다.

할머니의 생애, 독립운동가 선정 당월에 연극 <치마>로 올려져

항일독립운동의 꽃이며 상해임시정부와 고락을 같이 한 여장부, 일찍이 백범 김구선생으로부터‘당신은 한국의 잔다르크요.’라는 칭함을 받았던 정정화 님의 파란만장한 일생이 정정화 님의 원작 일대기 <장강일기>(학민사刊)를 토대로, ‘독립극단’에 의해 극화되어 연극무대에 올려집니다. 연출은 최근 한국 연극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연출가 윤우영 님이 맡았고, 정정화 님으로 분한 배우는 김선현 풀씨를 친언니처럼 따르는 연극배우 원영애 님이라고 합니다.

연극을 알리는 보도자료에 의하면, ‘이 작품은 실제 있었던 역사를 소재로 하지만 단순히 임시정부를 알리거나 역사를 가르치는데 치중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정화와 형사 김태식의 갈등과 쫓고 쫓기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긴장감 있고 스펙터클한 내러티브와 현장감있는 무대, 그리고 살아있는 캐릭터간의 손에 잡힐 듯한 갈등 등을 통해 극적 재미를 최대한 부각할 것이다. 특히 최첨단 컴퓨터를 이용한 대형 프로젝터에서 뿜어져나오는 세트개념의 각종 영상, 그리고 상해와 중경의 암울함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무대, 장강(양자강)을 건너는 배의 재현 등은 현장감 있고 스케일 큰 무대를 선보일 것이다’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독립극단은 백범 김구를 비롯한 이시영, 이동녕, 윤봉길, 안창호 등 남성중심의 한국근대 독립사를 연극언어로 다시 쓰겠다는 의지를 표하고 있습니다.

장소 문예회관 대극장, 일시 2001년 8월29일(수)∼9월6일(목). 평일 7시 30분 / 금요일, 토요일 4시 30분, 7시 30분 / 일요일 3시, 6시.

풀씨 여러분, 선선해지는 초가을 저녁, 할머니의 생애를 극장에서 연극으로 만나는 좋은 시간을 가져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