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 가면 
하고 싶은 일이 선명하게 보인다
윗쪽에 식당도, 노래방도 없는 곳,
산자락 밑에 몇 집이 도란도란 모여 살고
옛사람 살았던 묶은 옛집이 풍상에 스러져
담 옆의 감나무가 외로운 집터…

오르락 내리락 좁은 골목길에 
해질녘 떨리는 햇빛이 스며들어
돌담으로 얹혀진 담벽이 지나간 세월의 평화를 말해주는 곳,
돌담 틈새에 자라난 가죽나무가
이쁘지는 않지만 초록의 신선함을 너울거리는 곳

마을 앞 오래된 작은 연못에 자란 말풀이 
개구리 몇 놈하고 정겨운 하루를 보내는 작은 마을
지대가 높아 하늘 가까운 곳 조용한 산골마을에 가고 싶다

이런 곳에 오면
나는 작은 집터를 사고 싶다

그곳에서
가을에 붉은 홍시 떨어져 감나무 잎에 싸이는 그곳에서

여름날 콩밭을 매고
적막한 저녁 어둠 속에서 글을 읽으며
말없이 살고 싶구나
........
........

흘러가는 구름처럼 여유가 있는 곳
아이들 자라 노인이 되어 
사라진 세월을 이야기하는 서산에 해지는 조용한 마을
그곳의 세월은 참으로 평화롭지 않을까

이제 나도 세상을 알만큼 알았으니
내가 얼마의 세월이 흐른 후 조용한 시간을 보낼 곳
그곳으로 가고 싶다.

◈ 그려유풀 ─ 나도 그려유. 그런데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밤엔 나뭇잎이 바람에 서걱이는 소리가 너무 쓸쓸할 것 같아요. 
◈ 갈풀 ─ 저도 그려유. 하지만 누군가 옆에 있지 않을까요? 님 같은 분이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동구 밖 걸어오심을 돌담 너머로 넘어다보고 반길 수 있다면… 
◈ 포근풀 ─ 작년 이맘때쯤 쓰셨군요. 언제나 바라던 그 곳에서 이 글을 읽으며 뿌듯해할 수 있을까요.
◈ 왕풀 ─ 갈풀님, 드디어 이렇듯 따스한 시 한편으로 이 판에 첫인사를 하셨군요. 서울은 날씨가 눅눅한데 거기는 어떤지요. 좋은 하루 되시길 빕니다.
◈ 갈풀 ─ 포근풀님. 바쁜 세월이 끝나는 그 날이 언젠가 있기를 오랜 세월 동안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금은 두려운 마음으로 말입니다. 왕풀님. 이것저것 참견하실 일이 너무나 많을 텐데. 일일이 챙겨주셔서 기분이 좋습니다. 여기도 무척 더운데. 건강 조심하세요.

* 이 사진은 갈풀님께서 <토론방> 실명제를 제창하며 올려주셨던 사진입니다. ― 풀꽃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