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글라스 사나이  작은풀 원유일 오늘도 그를 보았습니다. 항상 출근길에 버스를 함께 탑니다. 이 친구를 본지 벌써 6개월이 되었습니다. 항상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도시락 가방을 멘 사람, 처음에는 무심코 지나쳤는데 언젠가부터 이 친구에 대한 궁금증으로 유심히 살피게 되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에도 항상 선글라스를 쓰고, 버스 맨 앞좌석에 앉아 목적지까지 차창 밖 풍경만 바라보고 가는 친구. 오늘은 한번 웃어 볼까. 눈인사라도 한번 해보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한데. 오늘도 먼저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랬습니다. 내가 말하려는 이 사람은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다운증후군의 정신지체 장애인입니다.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변형으로 생기는 장애입니다. 옛날에는 몽골리즘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다운증후군의 장애인들은 모습이 비슷비슷합니다. 도톰한 손과 발, 동그란 얼굴 모습, 대체적으로 체구가 크지 않아서 다운증후군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매일 버스에서 만나는 이 친구에 대해 참 궁금했습니다. 한껏 멋을 부린 모습, 창 밖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그리도 골똘히 하는지 요즘 들어서 옷차림에 무척 신경 쓰는 이 친구에게 혹시 "좋아하는 여자친구가 생긴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내 추측에 불과하겠지요. 몇 달을 유심히 지켜보다 보니 차안에서 조는 습관이 없어졌습니다. 참 신기한 일이지요. 꾸벅꾸벅 졸다가 창문에 부딪히곤 했는데 이 친구 덕분에 졸음에서 해방되었습니다. 어제 아침 드디어 이 친구에 대해 한 가지 알아냈습니다. 그것은 시장 근처에 있는 재활원에 다닌다는 사실입니다. 며칠 전 차에서 내렸을 때 예전부터 알고있던 뇌성마비 장애인 친구와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형! 점심때 나하고 밥 먹자” 도시락 가방 속에 어떤 반찬이 들어있는지 궁금합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도시락을 싸주는 어머니의 마음까지 담겨져 있기에 도시락이 참 맛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출근길에 만나는 사람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친구 한 명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좋은 직장은 아니지만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긴 도시락을 가방에 넣고, 멋있는 선글라스를 쓰고, 일터로 나가는 한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선글라스를 쓴 사나이, 그는 내일도 만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매일 아침 내가 만나는 소중한 사람입니다. *궁금하신 분은 아침 8시 태장동 주공아파트에서 출발하는 17번 버스를 타보세요. 선글라스를 쓴 사나이를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 소박한 모습으로 어여쁘게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작은풀 마음을 전합니다. ◈ 그래풀 ─ 아아 작은풀님. 작은풀님과 함께 아침 8시 태장동 주공아파트 17번 버스, 저도 타고 싶습니다. 그 버스에서 혹 버스 기사님이 급브레이크라도 밟아서 선글라스 사내의 도시락에서 김치 국물이라도 흘러내릴라치면, 작은풀님과 함께 코를 막고 킥킥거리는데, 제 코에서는 앞자리 모서리에 부딪쳐 코피가 납니다. 그런데도 선글라스 사내 바라보느라, 김치 국물 내에 취해 코피가 흐르는 것도 한참 있다가 알게 됩니다. 그래요, 꼭 원주 작은풀님 있는 곳에 가겠습니다. 그리고 17번 버스 함께 탑시다. 훈훈한 선글라스 사내 이야기, 감사드립니다.  ◈ 작은풀 ─ 살아야 한다는 말이 가슴 저미게 다가옵니다. 그래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