맴소골 감자밭 이야기  맴소풀 김민숙 일요일 아침에 부시시 늦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어머니께서 아래 텃밭에서 벌써부터 감자를 캐고 계셨나봐요. 날씨가 서늘하다고 비 오기 전에 다 캐셔야 된다나요. 남편은 방학도 했는데 모처럼 노동의 참맛을 느끼겠다며 감자밭으로 서둘러 나갔습니다. 저는 그저 2층에서, 훤히 내려다보이는 감자밭에서 모자가 열심히 감자 캐는 모습을 보면서 집안 정리를 하는데, 문득 문득 내려다보이는 감자밭 누런 흙더미 위에 너무도 탐스럽고 커다란 감자들이 뭉터기 뭉터기 올라오는데 저도 모르게 감자밭으로 나가보게 되더라구요.  어머니가 밭에 들어오지 말라고 땀과 흙으로 범벅된 얼굴로 손을 내저으십니다. 저는 행여 며느리가 힘든 일 할까봐 그러시는 걸 알고, 마음이 탐스럽게 올라온 감자알을 보는 것 같이 뭉클해집니다. 어머니께서는 감자가 올해처럼 탐스럽게 많이 달린 적이 없다고 하시면서 연신 누구도 주고 누구도 주고… 아마 캐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많을 지도 모릅니다.  그때 남편이 커다란 지렁이들을 높이 주워 올리더니  “여기 감자가 크게 잘되는 이유가 뭔지 알아? 바로 이 잘생긴 지렁이 덕분이야. 여기 좀 봐라! 이 많은 지렁이. 지금은 이런 것 구경도 못하지.” 하면서 계속 감자 더미 옆으로 밀어줍니다.  사실 생긴 것은 징그러웠지만 감자 옆에 꿈틀거리는 모습들을 보니 “아차 이번에 감투 쓴 위대한 녀석들이지! 그래서 풀꽃세상에서 지렁이에게 많은 감사를 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의 작은 미물에도 소홀히 하지 않는 풀씨님들에게 갑자기 저희 텃밭 감자를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러면 지렁이가 보내드리는 보답의 선물이 아닐까 하는 아이들 같은 마음이 듭니다.  저희 동네가 맴소(매미가 허물 벗는 형국에서 나온 지명)마을이라 맴소풀이라 지어봤어요. 참으로 오랜만에 본 지렁이 때문에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 개미밥풀 ─ 맴소골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매미가 허물 벗는 것을 보면서, 맴소풀님의 ‘아! 따끈 따끈하고 뭉클한 감자’, 너무너무 먹고 싶군요. 맴소풀님! 약도도 올려 주세요!! 저는 아직 매미가 허물 벗는 것을 보지 못했거든요. 굼벵이에서 매미가 기어 나오나요? 처음 허물 벗은 매미는 어떤 모양인가요? 그 모습도 너무 너무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