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렁이 오종식＊ 俗說(속설)에 지렁이가 운다고 하는데 그 우는 소리가 귀뚜라미와 近似(근사)하다는 觀念(관념)이 언제 뉘에게서 들었는지 내 머릿속에 희미하게나마 박혀 있다. 지렁이가 정말 운다면 재미스런 일이 聯想(연상)되어서 그 與否(여부)를 알고 싶어 百科辭典(백과사전)을 뒤져보니 嗅覺(후각), 觸覺(촉각), 味覺(미각)에는 銳敏(예민)하지만 視覺(시각), 聽覺(청각) 器官(기관)이 缺如(결여)하고 發音裝置(발음장치)가 없고 보니 지렁이가 운다는 것은 俗說(속설)에 不過(불과)하다는 것인데 지렁이의 大小(대소)를 설명하는 조(條)에 쟈바産(산) 주락구구(奏樂□□) 운운(云云)한데는 역시 지렁이가 우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가시지 않는다. 傳說(전설)과 空想(공상)이 科學的(과학적) 發明(발명)의 母胎(모태)란 말이 있거니와 聽音機官(청음기관) 없는 지렁이의 限定詞(한정사)로 붙인다는 것이 殊常(수상)스럽지가 않은가. 그것은 그렇다 치고 다시 읽고 보노라니 지렁이는 흙 속에서 極(극)히 少量(소량)인 有機性營養物(유기성 영양물)을 攝取(섭취)하는 관계로 짐짓 多量(다량)의 土壤(토양)을 必要(필요)하게 되나니, 지렁이 한 마리가 그 창자 속을 通過(통과)시키는 흙의 分量(분량)은 一尺平方計算(일척평방계산)으로 一日平均(일일평균) 6그람, 一坪(일평)에 2백 십육 그람, 田一町步(전일정보)에 棲息(서식)하는 지렁이 數(수)는 약 10萬(만) 마리로 推算(추산)할 수 있은즉 지렁이로 말미암아 田一步(전일보)에서 一個年半平均(일개년반평균) 2백 십 가량의 乾燥土(건조토)가 地下(지하)에서 地上(지상)으로 運搬(운반)되는 폭이요, 이 때문에 地上(지상)의 부식토(腐植土)는 지렁이가 排泄(배설)한 乾燥土(건조토)의 밑바탕이 되어 점차(漸次) 土壤(토양)은 비옥토(肥沃土)로 化한다고 하였다.  所謂(소위) 益충(익충)인 것이다.  소나 염소는 인간이 먹지 못할, 또는 인간에게는 何等(하등)의 營養價値(영양가치) 없는 풀을 먹고도 인간에게 다시 없는 營養價品(영양가품)을 搾取(착취) 當(당)하고도 養仔(양자), 번식(繁殖)에 不足(부족)이 없다. 그런데 사람은 好衣好食(호의호식)을 하고도 소나 염소 이상의 奉仕(봉사)를 제마다 다하는 것일까. 인간이란 一種(일종)의 奢侈(사치)한 소비동물(消費動物)인지도 모른다. 허기야 文化(문화)니 開明(개명)이니 해서 뽐내기는 하지만, ‘그대는 果然(과연) 幸福(행복)한가' 물어서 그렇다 할 작자가 누구인가. 또는 인간의 排泄物(배설물)이 □□(저충)이나 餘外(여외)의 下等動物(하등동물)에 營養(영양)이 된다는 것은 인간의 意識的(의식적)인 奉仕(봉사)가 아닌 것과 같이 소나 염소의 奉仕(봉사) 역시 意識的(의식적)이 아니라고 해서 無價値(무가치)하다는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고보면 意識的(의식적)으로 故意(고의)로 하는 奉仕(봉사)가 오히려 無價値(무가치)하다고 할 수 없을까. 宣傳(선전), 壯談(장담)이 앞서는 事業(사업)치고 奉仕値(봉사치)가 있는 것을 잘 모르겠다.  지렁이는 穴中(혈중)에서 成育(성육)하고 穴中(혈중)에서 宣傳(선전) 없는 한 일생을 보내면서도 그러한 大事業(대사업)을 남기고 끝내 穴中(혈중)에서 終命(종명)하는 것이다.  * 수필가(1905∼ ? ). 언론인. 이 글의 출전은 <한국문학전집20권-수필선집①>(어문각, 1976년)이며, 한자 일부를 편집프로그램 서체가 지원하지 못해 부득불, □□로 처리해 놓았습니다. 하지만 글의 뜻이 전달되는 데에는 지장이 없을 듯합니다. ― 풀꽃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