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풀꽃상을 받으신 세 스님의 수상소감

"제 자리는 깊은 산중이 아니라 세상의 환경싸움판입니다"

수경 스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평생 상을 안 받아봐서 교장선생님과 같은 엄한 분한테 상을 받아볼 줄로 알았는데, 이렇게 아리따운 아가씨(정상명 대표)한테, 몇 살이나 된 아가씨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큰 웃음), 아가씨한테 상을 받게 되니깐 묘한, 그런 기분입니다. 풀꽃세상의 모든 회원님들께 지리산에 대해서 깊은 애정을 가지고 이런 상을 내려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동안 제가 한 6∼7개월 정도 지리산 문제에 접근해 가면서 느낀 부분들에 대해 조금 말씀 드립니다. 저는 절집에서 30년 동안 공밥을 얻어먹고 살아왔는데…, 그나저나 제가 멋있게 말하고 싶었는데 아까 전에 도법스님이 다 하고 가시는 바람에 제가 할 말이 별로 없게 됐습니다. 다만, 스님의 길이라고 하는 것이 아까 도법스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삼라만상 두두물물(森羅萬象 頭頭物物)이 비로 화장세계(毘盧 化藏世界)라, 온 우주가 한 생명이고 한몸이라고 하는 그런 입장에서 출발해야 부처님이 말씀하신 인생의 근원적인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저는 30여 년 동안 깊이 그 문제에 대해서 고뇌하면서 그렇게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지리산 문제를 접근하면서 기실은 제가 관념적으로 생활하면서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많이 하게 됐습니다.

제가 댐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댈 수 있습니다만, 댐을 만들게 되면 수없는 생명이 죽어야 되는데, 우리가 한몸이라고 느끼는 생명체들이 파괴되어 가는 그런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런 생각의 기초에서 접근해 가면서도 끊임없이 제 자신이 그 부분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기 힘들었기 때문에 이론과 실제 사이의 괴리감을 느끼면서 또한 자신을 깊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풀꽃상을 받은 뒤에 도보순례를 떠나려고 마음 먹은 것도 도보순례를 통해서 제 자신을 좀 깊이 성찰하고 깊은 확신 속에서 이 문제가 곧 내 문제고, 나의 수행이라는, 그런 신념을 확고하게 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풀꽃세상 회원들께서 세속의 어려운 삶을 살면서도 제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 대해 내적으로 깊이 통찰하시고, 진작부터 이 문제에 접근해 가는 모습을 보고서 내심 상당히 놀랐습니다.

저는 지리산 댐문제가 해결되면 본래의 제 자리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일을 하다 보니, 이 일 자체가 곧 ‘제가 돌아가야 할 곳’이라는, 그런 생각이 깊어졌던 것입니다. 저는 이번 기회에 시민환경단체들과 불교계가 서로 보완을 해서 온 국토가 파괴되어 가고 상처 입는 현장들을 함께 근본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는 조그마한 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힘이 든 일이겠지만, 풀꽃세상이나 저나 원력과 지혜를 함께 모아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조금씩이라도 맑혀 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10월 15일 실상사에서 풀꽃상을 받으신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