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세상 소식

환경부에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하다

2000년 12월8일, 환경부로부터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증이 나왔습니다. 이로써 종종 들꽃사랑회로 오인받기도 했던 ‘풀꽃세상’이 몇 뜻 맞는 사람들로 구성된 임의단체가 아니라 새로이 정부가 마련한 비영리민간단체법에 의거한, 우리 시대의 공식적인 환경단체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단체등록을 마침으로써 풀꽃세상은 가시적, 비가시적 여러 형태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이 수반되리라 생각됩니다. 당장의 변화는 우편발송비 감면혜택(25∼50%)을 받게 된 점과 회원들에게 연말 결산시 기부금(회비 및 후원금) 영수증을 발급함으로써 그 영수증이 회원들의 연말정산 때 실질적인 공제혜택을 받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오랜 시간 동안 어떤 형태의 법인체를 선택할 것인가, 하는 고민에서부터 마침내 비영리민간단체법이 발효되자, 그렇게 가기로 결정한 이후, 정관을 비롯해 단체등록을 위한 제반 서류 준비 및 이의 검토를 위해 관심을 기울여주신 모든 풀씨들께 감사 드립니다. 환경부에 제출한 풀꽃세상의 정관은 이 책의 뒷부분에 실려 있습니다.

특히 풀꽃세상이 전국단위의 환경단체이니만치 환경부가 지방의 구체적 활동을 조사하기 위해 한 지역으로 확인출장을 갔던 바, 울산에 계신 풀씨들께서 지회 장소제공(김정숙 님의 가게 : 울산시 남구 신정1동 1409-15 ‘로마’ ☎052)227-1005)은 물론, ‘울산지회’ 현판을 새로이 준비하고 관련 파일을 정리하는 등 여러 가지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풀꽃세상은 단체등록증을 발급하던 주무관청이던 환경부의 담당관으로부터도 ‘성격이 분명하고 확실한 단체’라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환경부 사이트를 통해서도 풀꽃세상 사이트로 연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환경단체가 없어도 되는 세상을 위해 풀꽃세상은 계속 애쓸 것입니다.

제3회 풀꽃상을 받으신 정선군 남면 사람들, 소박한 환경상을 제정

1999년 가을 세 번째 풀꽃상은 본상에 ‘가을 억새’, 부상은 ‘민둥산억새잔치를 여는 정선군 남면사람들’에게 드렸습니다. 당시의 메시지는 ‘우리는 억새 한 포기보다 중요하지 않습니다’였습니다.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반성, 풀 한 포기의 존재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확대를 겨냥했던 것입니다. 처음 풀꽃상을 받으실 때 남면 사람들은 어리둥절해 했습니다. 억새(풀)에 환경상을 드리기 위해 나타난 풀꽃세상 사람들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방식으로 풀꽃상이 전달된 뒤, 그곳 남면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금년 10월14∼15일 다섯 번째 ‘민둥산억새풀축제’ 때 남면 사람들이 새로운 환경상을 제정한 것이었습니다. 풀꽃상을 받은 이후 마을에 없던 환경의식이 싹트게 된 것입니다. 듣기로 축제 기간 동안 민둥산의 쓰레기 수거를 제일 성실하게 한 이에게 환경상이 돌아간 모양이었습니다. 민둥산을 가득 덮은 억새 말고는 자원이라곤 없는 오지의 벽촌에서 그들은 이 나라의 다른 향토축제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축제를 개최함으로써 관광객도 불러들이고 그로써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기를 희망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풀꽃상을 받은 뒤, 이상하게도 전년의 두 배 이상의 사람들이 억새 만발한 가을 민둥산을 찾았고, 찾아온 사람들도 어떤 삶이 친환경적인 삶인가를 느끼고 돌아가는 눈치였다는 것입니다. 찾아온 사람들보다 더 큰 변화는 축제를 준비하는 ‘억새풀축제준비위원회’ 분들을 비롯한 남면 사람들이었습니다. 드넓은 억새밭이 단순한 관광가치만이 아니라 공존하는 삶의 가치가 배어 있는 보다 원초적인 가치가 담겨 있음을 자각하게 된 것입니다. 풀꽃세상에서 드린 풀꽃상 상패는 처음에는 마을 분들이 지정한 국도변의 무릉공원에 있었으나, 금년 가을 민둥산 정상에 옮겨져 민둥산을 찾은 수만 명의 사람들이 우리 상패 내용을 읽고 돌아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남면 사람들이 새로이 제정해 드린 ‘환경상패’내용에도 풀꽃세상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제5회 민둥산억새풀 축제를 맞이하여 우리는 억새 한 포기보다 더 중요하지 않음을 이 상패에 담아 드립니다. 2000년 10월 15일 민둥산억새축제추진위원회/풀꽃세상을위한모임”

풀꽃세상은 이보다 더 소박하고 아름다운 상패내용을 본 적이 없습니다. 시상식 때에는 남면 분들의 요청에 의해 정선에 계시는 김찬일 풀씨께서 단체를 대표해서 환경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이 기회를 빌어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김찬일 풀씨께 감사드립니다.

SBS 8시 뉴스에 풀꽃세상 다뤄졌습니다.

7월24일 SBS 8시 뉴스 맨 끝자락에 풀꽃세상 기사가 다뤄졌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동안 우리가 드린 풀꽃상들이 소개되었고, 풀꽃상을 드리는 까닭이 소개되었습니다. SBS가 전격적으로 뉴스 시간대에 풀꽃세상을 다루게 된 데에는 SBS문화부에서 우연히 〈풀씨〉편집장 최성각 풀씨가 〈현대문학〉 「생태문학 특집」(2000년7월호)에 기고한 ‘풀꽃상 이야기’를 읽은 뒤 우리 단체를 소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후문이 있습니다. 방영된 이후, 많은 새로운 풀씨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역시 우리 홈페이지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VJ View Art에 의해 지리산 시상식이 동영상으로 담겨

VJ (Video Journalist)란 90년대 전후 미국, 일본, 한국 등에 등장한 1인 방송물 제작자를 뜻하는 말. 어느날 자연스럽게 풀꽃세상과 만나게 된 VJ View Art의 임덕재 님을 알게 되어 그곳 사이트(www.vj.or.kr) NGO판에 15분짜리 동영상 ‘풀꽃세상을위한모임’이 소개되었습니다. "NGO가 있는 곳에는 VJ View Art가 있습니다"라는 게 VJ 임덕재 님의 신념인 듯합니다. 이후, 실상사에서 가진 제6회 풀꽃상 시상식 과정 역시 VJ View Art에서 25분짜리 동영상으로 제작, 그분들 사이트에 담았습니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그 내용은 풀꽃세상 홈페이지(www.fulssi.or.kr)의 동영상편을 통해서도 볼 수 있습니다. 임선생님을 비롯한 VJ View Art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KBS 1TV ‘피플! 세상속으로’에 풀꽃세상 정상명 대표 다뤄져

실상사 시상식을 마치고 올라오자 곧바로 ‘피플 세상속으로’팀과 만나게 되어 나흘에 걸쳐 촬영되어 11월16일에 방영된 이번 프로그램은 사회의 좋은 변화를 위해 애쓰고 있는 개인에게 포커스를 맞춘 휴먼드라마 성격의 다큐멘터리였습니다. 한 회 방영시 3편이 담겨 있었는데, 정상명 대표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프로명은 ‘네가 꿈꾸던 세상을 위하여’였습니다.

시상식 이후 정리하고 시작해야 할 뒷일이 산적해 있었음에도 새만금/지리산 살리기 조계사 33일 농성장과 정선군 남면, 그리고 풀꽃이 쉬고 있는 곳까지, 나흘에 걸친 취재협조를 풀꽃세상은 아끼지 않았습니다. 약속된 방영일이 방송사 사정에 의해 순연되는 등, 그래서 왜 제날에 방영되지 않았느냐는 항의(?) 질문에 이르기까지 다소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16일 작품이 방영되자 많은 분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고 합니다. 방영 이후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지만, ‘이상한 전화’도 많이 왔고 거기 일일이 대응하면서 전파매체의 위력(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단체 태동의 이야기보다는 풀꽃세상의 정신과 했던 일, 방금 한 일, 그리고 앞으로 할 일에 포커스를 맞추기를 원한 정상명 대표의 강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분위기는 단체태동에 치우친 느낌이 있었습니다. 이후 정대표는 어떤 매체든 ‘풀꽃세상의 시작’보다는 ‘풀꽃세상이 한 일’과 ‘할 일’에 대한 알림에 더욱 분명하게 신경을 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12월 초순 한 여성지의 인터뷰 요청을 부드럽게 사양한 것도 그런 까닭이었습니다. 소득이라면 소득이라 할 것입니다.

춘천 CBS라디오에 '풀꽃통신' 방송되고 있습니다

춘천 CBS PD로 일하고 있는 김희정 님에 의해, 지난 7월부터 환경에세이 ‘풀꽃통신’이 방송되고 있습니다. 정상명 풀씨와 최성각 풀씨가 격주로 방송하고 있습니다. 행여 한 회라도 거르게 되면 항의질문이 온다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애청하시는 분이 적잖은 듯했는데, 최근에 방송사 직원들의 파업으로 잠시 중단되고 있습니다. 파업요구가 합리적으로 수용되어 ‘풀꽃통신’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파업 덕분에 김희정 풀씨는 많은 시간을 얻게 되어 새만금 백합잔치에도, 풀꽃2주기에도 참석하는 등, 풀꽃세상과 자주 만나고 있어 반갑긴 합니다만.

제1회 풀꽃교실 열렸습니다

혹자는 풀꽃세상을 연성(軟性)의 환경단체라고 오해하기도 합니다. 환경운동이 강성(强性)이어야 하는 시기가 있었고, 분명 강성의 환경운동은 온갖 세계모순이 집약되어 용광로처럼 들끓는 한국사회에서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환경문제의 궁극적 해결은 제도의 개선만큼이나 산업사회에 속해 있는 개개인의 심성의 변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자각과 실천에 이르기 위해서는 마음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뜻에 다름아닙니다. 그런 측면에서 ‘자연에 대한 존경심 회복’을 기치로 내건 풀꽃세상의 풀꽃운동은 현실에 대응하되, 그 만큼이나 ‘마음의 생태계운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젊은 풀씨들은 풀꽃세상의 운동방식에 깊이 동의하면서도 환경문제에 핵심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싶은 열망을 늘 품어왔던 모양입니다. 그런 오래된 갈증이 마침내 12월 16일, ‘제1회 풀꽃교실’이라는 형태로 작은 열매를 거두었습니다. 첫 번째 강사로 풀꽃세상 사이트에 꾸준히 귀중한 환경칼럼을 올리고 계신 박병상 풀씨를 모셨습니다. 풀꽃방 일꾼은 그런 젊은 풀씨들의 욕구를 이해하고 풀꽃방 서재공간에 대형 백보드와 함께 장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권용철 풀씨는 풀씨들이 앉을 의자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유전자조작 시대에 우리가 할 일’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3시간에 걸친 박병상 님의 열강에 ‘풀꽃교실’에 참석한 많은 풀씨들이 깊이 감동했습니다. 한 과학도로서 비판적 이성에 기반한 현실에 대한 분노와 실천을 촉구하는 박병상 님의 강의 속에는 가공할 만한 유전자조작 시대의 성격과 위험성, 그리고 개인은 이 도저한 현상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근원적 시각에서 살피고 있었습니다.

배우고 토론하고, 다음 풀꽃교실이 열릴 때까지 젊은 풀씨들은 자신의 주변을 살피는 생활을 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김종란 풀씨, 천 샘 풀씨를 비롯해 첫 번째 ‘풀꽃교실’을 준비하고 정리한 젊은 풀씨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비록 젊은 풀씨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지만 ‘풀꽃교실’은 모든 풀씨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허락되는 많은 풀씨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랍니다.

풀꽃세상, 여기저기 강연회에 초청받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풀꽃세상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풀꽃세상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강연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순서없이 적어 놓음으로써 이 일 또한 한 기록으로 삼겠습니다.

광주청년글방, 동이학교, 가톨릭신학대학, 국제여성연맹, 이화여자대학 대학원, 성공회대학, 한국민간환경단체진흥회가 개최한 양평 KBS남한강 연수원…등이었습니다.

지리산 살리기와 새만금사업 백지화운동에 풀꽃세상, 힘을 기울였습니다

2000년 한 해 동안에도 우리 사회에는 수많은 환경문제가 돌출되었습니다. 미군에 의한 한강 독극물 유출, 매향리 폭격장, 북한강 상류에서 불법소각되는 산업폐기물, 난지도 골프장건설 강행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문제들이 쉴새없이 터졌습니다. 풀꽃세상은 그 문제들이 모두 한 뿌리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릇된 자연관, 경제만능주의, 생명의 경시, 천민자본주의 등의 남루한 우리네 삶이 바로 그것입니다.

풀꽃세상은 『풀씨』5집 발행(6월) 이후, 특히 우리가 풀꽃상을 드린 두 가지 현안, 새만금 갯벌을 살리는 일과 댐위협에 직면한 지리산을 살리는 일에 다른 환경단체들과 함께 미력이나마 보태고자 했습니다.

아래는 풀꽃세상이 참여단체로서 참가한 회의나 집회 등만을 정리한 것입니다.

지리산 살리기

6월30일 지리산댐 백지화 관련단체 회의

7월 5일 지리산댐살리기 연대회의형성회의

7월14∼15일 (가칭)지리산댐백지화국민행동준비위원회 모임(지리산)

7월22일 제4차 지리산댐반대 실무회의

8월11일 지리산살리기댐백지화를 위한 지리산문화제(함양)에 참가

8월30일 지리산살리기국민행동 창립식

10월 9일 지리산살리기 토론회(토론자 최성각 풀씨)

10월23일 낙동강지리산살리기 도보순례 출정식

10월30일 낙동강 도보순례단 위로방문(안동)

11월18일 낙동강 도보순례단 환영식(부산)

새만금 살리기

8월 9일 새만금사업 촉구 각계 인사 기자회견(수경스님, 신형록, 최성각 참여)

9월 4일 새만금사업강행음모 정부규탄대회(정부종합청사 근처 광화문)

9월 6일 새만금사업 중단을 위한 국민행동결성을 위한 제안서 작성회의 참가

10월16일 새만금사업 전면중단을 위한 조계사 농성 선포식(최성각 참여)

11월 4일 새만금사업 백합조개잔치(20여 명의 풀씨들 참여)

11월14일 새만금사업 백지화촉구 종교인 2000인 생명·평화선언(최성각 선언문 작성)

12월20∼21일 새만금예산 중단 촉구를 위한 단식 농성장 위문

풀꽃세상은 『풀씨』 편집 중,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님이 단식중이라는 소식을 신형록 풀씨로부터 듣고 12월21일 자정께야 종무사 2층 단식농성장으로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두 분은 방금 누우신 듯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나이 드신 이 땅의 존경받는 성직자 두 분이 창문으로 겨울바람이 펄럭이는 널찍한 사무실 한켠 구석 바닥에 드러누워 단식농성을 하시다가 입고 계신 옷 그대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갯벌을 살리기 위해, 그곳의 생명체들을 살리기 위해, 공사를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누구도 확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한 상태에서 권력이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규모의 국민혈세를 더 이상 낭비하지 못하도록 지키기 위해 우리 시대의 아름다운 성직자, 두 분이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주무시는 얼굴은 말할 수 없이 평화로웠습니다. 한분은 모든 생명체와의 일체감을 느끼며, 다른 분은 하느님이 지시하신 신념에 따라 지상에서 가장 평화롭고 아름다운 얼굴로 잠들어 계셨습니다. 위 사진의 벽쪽 붉은 침낭을 덮고 계신 분이 수경스님, 푸른색 침낭을 풀어헤쳐 덮고 계신 분이 문규현 신부님이십니다.

6회 풀꽃상을 받으신 수경스님은 풀꽃상 수상소감에서 “내가 있을 곳은 심산 깊은 곳이 아니라 저자거리 한복판의 환경싸움판이다”라고 밝히셨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곧바로 낙동강1300리 도보순례로 나섰지요.

‘임수경'과 함께 북에 갔다가 민간인으로서는 휴전 이후 최초로 걸어서 판문점을 내려오셨고 그 길로 바로 오랜 시간 옥살이를 하셨던 문규현 신부님은 냉전의 종식과 생명파괴의 중단을 위한 노력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그의 실형이신 문정현 신부님과 함께 치열한 실천으로서 우리에게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계신 분이십니다.

비장하고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밤이었습니다.

방금 시작한 단식, 잠이라도 깊이 주무시게 하기 위해 우리는 조용히 물러나려고 했으나 못나고 어수선한 사람 최성각 풀씨가 신발을 밟는 바람에 작은 소리를 냈고, 그 소리에 문 옆에 누워 계시던 문규현신부님께서 깨어나셨습니다. 신부님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신 뒤 심야의 방문자가 풀꽃세상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자 말할 수 없이 밝고 환한 얼굴로 정상명 대표의 손을 잡으셨습니다.

두 분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서로를 위로했습니다. 두 분이 목소리를 극도로 낮춘 까닭은 행여 방금 잠이 드셨을 게 틀림없을 수경스님이 깨실까, 염려되어서였습니다.

참, 아름다운 밤시간이었습니다.

스님과 신부님을 위해 식수 1상자를 농성장에 보내주신 권영준 풀씨께 감사드립니다.

12월20일 현재, 국회 예결위 위원 50인 중 30인의 새만금예산 중단 서명을 받았으나 전라북도와 농업기반공사, 그리고 관련 공사업체까지 가세한 로비와 압력에 몇 명의 국회의원이 서명을 취소한 상태입니다. 현재 전라북도 등의 새만금 사업 강행측의 로비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주간지 ‘시사저널이 뽑은 2000년 올해의 인물’ 정치인에 뽑힌(12월28일 583호) 정동영 위원이 어이없게도 새만금사업 강행측에 서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로부터 긍정적인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젊은 정치인 ‘정동영’이 그러나 자신의 표밭에서는 예의 이성적 태도를 견지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를 우리는 불 수 있었습니다. 

이에 곧바로 두 분 성직자와 녹색연합 임삼진 사무처장과, 부안사람대표이신 신형록 풀씨와의 협의 아래, 12월22일 오전 ‘새만금 강행·혈세낭비 정치인’ 규탄 기자회견을 가졌고, 이때 "정동영 의원(민주당) 등 새만금 사업 강행하려는 정치인들을 향후 선거와 관련된 낙서 및 지지운동에서 중요한 근거로 삼을 것”이라는 강력한 항의를 단식농성단의 이름으로 밝혔습니다. 단식농성과 정동영을 비롯한 정치인 규탄 기자회견 직후, 새만금간척사업 추진여부가 2001년 1월 중순께 열릴 물관리정책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으로 미루어졌습니다. 새만금간척사업의 추이와 관련하여 풀씨 여러분의 깊은 관심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