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상>은 누가 어떻게 정하는가

‘시각의 전환을 통해 오늘 우리들의 사람살이를 되돌아보기’로 요약할 수 있는 <풀꽃세상>은 그런 생각의 실천으로서 <풀꽃상>을 제정하였습니다. 그래서 <풀꽃상>을 받은 대상은 사람이 아니라 자연물이거나 비생물이기 일쑤였습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얼추 유용하게 보이는 것만을 가치 있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풀꽃상> 제정은 매체 <풀씨> 발행과 함께 우리 <풀꽃세상>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풀꽃상> 제정은 우리들의 생각이 여물어져가는 과정에서 모임을 결성한 몇 풀씨들에 의해 진행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1999년12월25일 현재 832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우리 <풀꽃세상>은 그 소박함과 비조직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모임체가 되었습니다. 이에 더 이상 모임 초기에 고생하신 몇 풀씨들만의 결정으로 <풀꽃상>을 제정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몇 사람의 생각보다는 여럿이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0월27일 <풀씨>들께 <가을풀꽃통신>을 보내, <풀씨>들 중에 <풀꽃상> 선정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을 모시고자 했습니다. 그러한 자발적 참여나 추천과정을 거쳐 마침내 11월 20일, 열두 분의 <풀씨>들을 <풀꽃상> 선정위원(가칭)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한 마디 덧붙일 말은, 선정위 참여에 풀씨들께서 생각보다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무반응(?)을 무관심이 아니라 맩풀꽃세상맪에서 ‘모두 알아서 잘 하리라’는 신뢰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이 신뢰가 허방을 짚은 신뢰이거나 자가당착이 아니리라 믿고 싶습니다.

<풀꽃상> 선정위는 언제 어떤 경로로든 풀씨 여러분들께서 올리신 대상부터 우선적으로 숙의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현재까지 <풀꽃세상>에 <풀씨>들께서 제안해주신 후보들은 총 35개 대상, 그동안 <풀씨>들께서 제안해주신 <풀꽃상> 후보들은 여전히 다른 시기의 논의를 위해 유효하게 작용할 것이며, 앞으로도 적절한 시기에 재거론될 것입니다. 따라서 <풀씨>들께서는 앞으로도 깊은 관심과 함께 <풀꽃상> 후보를 전화나 우편, 혹은 통신을 통해 꾸준히 제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현재까지 올리신 대상들은 그것들이 다른 기회(계절)에 재거론될 것들이므로, <풀꽃상> 발표 당시의 신선도를 위하여 미리 외부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이번 제4회 <풀꽃상> 후보를 제안한 <풀씨>는 이두엽 님이었습니다.

아래는 선정위로 같이 일하게 된 열 두분에 대한 간략한 소개입니다. 모두들 <풀꽃세상>의 일에 지극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 분들이며, 하고 계시는 일들이나 취향, 생각을 전개하는 방식들이 독특하고 다양하십니다. 바로 그런 점들이 이번 선정위 구성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논의가 벌어지는 장소가 서울이라는 어쩔 수 없는 특성으로 인해, 지방에 계신 풀씨들께서 이번에는 많은 참여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 점, 앞으로 천천히 보완해나갈 작정입니다.

<풀꽃상>을 정하는 <풀씨>들(가나다순)

김기정 : 예술학과 대학생. 스스로 자신을 ‘아티스트 매니저’라 부르며, 실제 그쪽 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풀씨1000번 천초영에 대해 누구보다 깊은 이해를 갖고 있는 젊은이입니다.

김영순 : 방송작가. 대학에서는 문학을 전공했으나, 10여 년간 방송과 관계된 일을 하고 계시는 주부. 늘 아이디어가 넘치며,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눈치입니다. 잘 울고, 잘 웃는 게 특징이십니다.

박영숙 : 이대 심리학과 교수. 여러 봉사활동과 학교 일로 바쁘신 데도, <풀꽃세상>에 오시면 우리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진행방식 등, 배울 게 적잖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십니다. 최근 조기유학생들의 문제점과 관련한 상담활동을 벌이고 계십니다.

유정길 : 환경활동가. 세계적 보편성이라는 시각으로 한 개인이 하루(한달)에 사용해야 할 에너지의 총량에 대해 늘 생각하고 계신, 그리고 그 생각을 생활에서 실천하고 계시는 <풀씨>입니다. 현재 한국불교환경교육원 사무국장이십니다.

이근후 : 이대 정신과 교수. 오래 전부터 보육원생 돕기, 네팔 의료지원 등의 봉사활동을 남모르게 해오신 분으로서 우리 <풀꽃세상>의 정신적 어른이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래 <가족아카데미아>를 통해 네팔 사람들에게 비타민을 보내는 운동을 하고 계십니다.

이김정희 : 여성신문 기자. <풀꽃세상>에 취재왔다가 풀씨가 되신 많은 기자들 중의 한 분이십니다. 현장감각과 함께 풀꽃 같은 마음을 가진 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두엽 : 문화기획가. 방송국 PD출신, 국회의원 1회 출마(곧바로 낙선), 인사동의 마당발(별명 인사동 밤안개), 너무나 두꺼운 인명수첩, 자신의 일과 타인의 일에 대한 구분이 잘 안 되는 이타적인 <풀씨>. 현재 (주)문화전략21의 부사장, 2000년 봄부터는 잠시 놓고 있던 문화전략연구소 일에 전념할 작정이랍니다.

정명희 : 환경활동가. 언젠가는 북인도 라다크를 다시 여행하기 위해 30만원 월급(현재는 수당포함 52만원) 때부터 그중 일부를 열심히 쪼개서 저축하고 있다고 하는 씩씩한 처녀 환경파수꾼. 얼마 전에는 내복차림으로 명동에서 ‘내복입기운동’ 시위를 했다고 합니다.

정상명 : <풀꽃세상>의 어머니. <풀꽃>이 우리 곁을 떠난 뒤, <풀꽃세상>을 발족, 많은 분들의 속 깊은 곳에 있는 풀꽃같은 마음을 건드리고 북돋고, 마침내 주변의 삶을 다시 성찰하게 하고 계십니다. <풀꽃세상> 발족과 함께 이제 세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으므로 스스로의 나이를 <한 살>이라고 종종 말하고 계십니다.

진상현 : 환경대학원 학생. 얼마 전 오랜 고민과 현장탐색 끝에 <동강에 대한 가치분석>을 내용으로 하는 석사논문을 제출하여 통과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새해 정월부터는 ‘동강합동조사단’(사회영향평가)의 일원(연구원)으로 먼저 일하고 계시는 문순홍 <풀씨>와 함께 동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으리라 합니다. 그의 젊음이 <풀꽃세상>이 추구하는 것과 같은 내용으로 채워지리라 믿습니다.

최성각 : 소설가. <풀꽃세상>이 펴내는 매체 <풀씨>편집장. <풀꽃세상> 홈페이지의 서툰 운영자. 순후(?)하게 생겼으나 환경문제와 관련된 글쓰기와 함께 환경활동가들과 ‘현장’에 자주 나가서 사람들이 <쌈쟁이 작가>라고도 부릅니다.

최승호 : 시인. 백지를 언어로 정복하려는 욕망 외에는 다른 욕망을 품을 짬이 없는, 시인. <풀꽃세상>은 같은 시대에 최승호 풀씨와 같은 시인이 있다는 데 대해 늘 기쁨을 느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