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이야기 6

가끔 눈이 내립니다. 겨울인가 봅니다.

가게 안쪽 작은 창문 밖의 담쟁이 넝쿨도 잎을 모두 버린 채 조용히 있습니다.

얼마 후 연두빛의 작은잎이 보이면 봄입니다. 제법 무성해진 잎들을 소나기와 함께 바라보는 여름, 그리고 하나 둘 떨어집니다. 그 작은 창으로 모든 것이 조용히 흐릅니다. 가게에 오는 손님과 친구들은 가끔 그 창문의 안부를 묻습니다. 잘 있는지……. 가게에서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은 문을 열면 풍경소리와 함께 십년을 넘게 저와 함께한 자그마한 화분들의 좁은 길을 지나 촛대, 연필꽂이, 작은 화병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과 함께 창문 밖 잎새를 바라보며 차를 마십니다.

고운 꽃과 잎사귀를 책갈피에 넣어 갖다주시는 할머니. 봄이면 냉이꽃, 민들레꽃, 개구리밥을 떠다주시는 분, 햇차가 나왔다고 기뻐하시며 같이 차를 마시는 아주머니. 산길에 버려진 새집과 예쁜 열매를 가져다주시는 분. 블란서 여행길에 고호무덤가에서 가져다준 옥수수와 도토리. 원주에 사는 소녀가 만들어준 고양이. 도심지 작은밭에서 키워 담아온 깻잎반찬. 고비사막에서 떠다준 모래 한웅큼…….

늘 마음 한 켠이 훈훈합니다.

아침에 나와 찻물을 끓이고 화분에 물을 주고 유리창을 닦으며 그들을 맞을 준비를 합니다. 그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작은창의 담쟁이넝쿨과 함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싶습니다.

조용히, 조용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