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고 싶은 글 2

『식물의 신비생활』 ─머리말

 

 

이 글은 피터 톰킨스와 크리스토퍼 버드가 같이 지었고, 황금용·황정민씨가 같이 번역한 좬식물의 신비생활-식물도 생각한다 The Secret of Plants좭(정신세계사,1992)의 머리말입니다. 고대 인도 및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언급되어 온 식물의 정신적 능력에 대한 모든 논의와 쟁점을 정리하고 전세계에서 행해졌던 실험의 결과와 방대한 문헌에 의거하여 식물의 사고력, 감각과 정서, 초감각적 지각 능력의 세계를 파헤친 이 분야 최고의 고전입니다. 머리말을 통해서도 우리는 식물에 대한 지은이의 독특한 통찰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가을 억새>에게 풀꽃상을 드리면서 이번 기회에 식물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기 위해, ‘정신세계사’의 게재허락을 받아 싣습니다.--풀꽃세상

아프로디테말고는, 이 세상에서 꽃만큼 사랑스러운 것도, 식물만큼 소중한 것도 없을 것이다. 인류 삶의 진정한 모체는 이 대지를 뒤덮고 있는 녹색 식물이다. 녹색 식물이 없다면 우리는 숨쉬지도 먹지도 못할 것이다. 식물의 잎사귀들 이면(裏面)마다에는 약 100만 개의 공기구멍이 있는데, 식물은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내뿜는다. 모두 합한다면 약6,475만 평방킬로미터에 달하는 잎사귀들이 매일같이 이 놀라운 광합성 작용으로 인간과 동물들에게 산소와 먹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우리가 연간 소비하는 3,750억 톤에 달하는 식량의 대부분은 바로 이 식물이 햇빛의 도움을 받아 공기와 토양으로부터 만들어낸 것이다. 그 나머지 동물성의 먹거리라 하더라도 근원을 따지자면 결국 식물로부터 얻어진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것들, 즉 제대로만 사용된다면 우리에게 활기찬 생활을 안겨다 줄 음식과 음료 각성제나 마취제, 의약품 같은 것들이 모두 광합성을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광합성의 산물인 당류에서 우리는 녹말, 기름, 왁슥 섬유소 같은 것들을 만들어낸다. 인간은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이 섬유소에 의존하고 있다. 즉, 집이나 의류, 섬유, 바구니, 밧줄, 악기, 심지어 자기의 생각을 적을 종이까지도. 인간에게 유용하게 쓰이는 이러한 식물들은 업흡Uphop의 좬실용식물사전좭에 거의 600페이지에 걸쳐 기술되어 있다. 경제학자들도 동의하듯이 농업은 바로 국가경제의 원천인 것이다.

인간은 식물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하고 편안한 기분을 느낀다. 그것은 영적인 충만감에 젖어 있는 식물들의 심미적 진동을 인간이 본능적으로 느끼기 때문이다. 꽃은 식탁을 꾸밀 때나 잔치 때뿐만 아니라 출생이나 결혼, 장례 등의 의식에 꼭 필요한 소품이다. 우리는 사랑이나 우정, 존경, 그리고 환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꽃이나 나무를 선물한다. 우리들의 집은 정원으로, 도시는 공원으로 국가는 국립공원으로 꾸며 놓는다. 만일 어떤 여인이 방을 아름답게 꾸미고자 한다면, 먼저 관상식물을 들여다 놓거나 꽃을 꺾어다 화병에 꽃아 두거나 할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낙원을 묘사할 때, 한두 명의 요정들이 노니는 아름답고 푸른 정원을 그린다. 그것이 하늘에 있건 땅에 있건 간에 말이다. 주관적인 감각이 없다 뿐이지 식물에게도 영혼이 있다고 한 아리스토텔레스의 교설은, 중세를 거쳐 18세기까지도 이어져 내려왔으며, 근대 식물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칼 폰 린네는 식물이 동물이나 인간과 다른 점은 다만 움직임이 없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교설은 19세기의 위대한 식물학자 찰스 다윈이, 모든 덩굴손들은 독자적인 운동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증명함으로써 무너지고 말았다. 그의 말에 의하면 식물은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에게 이로을 경우에 그러한 능력을 나타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던 차에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라을 프랑세Raoul Francc라는 프랑스풍의 이름을 가진 빈Vien의 재능 있는 생물학자가 당대의 자연철학자들에게는 충격적인 이론을 발표했다. 그것은 식물도 자신의 몸을 고도로 진화된 동물이나 인간처럼 자유롭고도 쉽게, 그리고 우아하게 움직이는데, 우리가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그 움직임이 우리 인간에 비해 너무도 느리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프랑세에 의하면, 식물의 뿌리는 대지 속을 탐색하듯 파들어 가며, 싹이나 잔가지들은 일정한 동그라미 형태로 움직이고, 잎사귀나 꽃들은 다양한 변화를 보이면서 구부리거나 떨고, 덩굴손들은 주변 환경을 살피려고 더듬기라도 하듯 유령처럼 팔을 뻗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들은 그러한 것들을 관찰해 보지도 않은 채, 그저 식물은 움직임도, 감정도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괴테나 슈타이너같이 식물을 유심히 관찰해 본 시인이나 철학자들은, 식물이 서로 반대인 두 방향을 향해 성장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마치 한쪽은 중력에 끌리듯 땅속으로 파고 들며, 다른 한쪽은 반중력이나 부상력 같은 것에 떠밀리듯 허공으로 치뻗는 형상을 이루고 있다.

다윈이 두뇌에 비유한 지렁이 모양의 잔뿌리들은 가늘고 횐 실뿌리들을 앞세운 채 토양을 맛보아 가며 끊임없이 땅 속으로 파고 든다. 이때 뿌리끝이 중력이 끄는 방향을 제대로 찾아 가고 있는지는 뿌리 속의 작은 공간 속에 든 녹말 알갱이들이 아래로 떨어지는 움직임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토양이 건조해지면, 뿌리는 방향을 바꿔 수맥을 찾게 된다. 알팔파의 경우엔 12미터까지도 뿌리를 뻗는데, 매우 건조할 때면 콘크리트같이 단단한 땅까지도 뚫을 수 있을 만큼 강해진다. 한 그루의 나무에 뿌리가 몇 개의 뿌리를 가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한 연구에 의하면, 호밀 한 포기에 약 1,300여 개의 잔뿌리가 있는데, 그 총연장은 약 600킬로미터나 된다고 한다. 또 이 한 포기의 호밀에는 140억 개의 실뿌리가 달려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것의 총연장은 무려 1만 6천 킬로미터로서 거의 남극에서 북극에 이를 만한 길이가 된다.

땅을 파고 드는 이 특수한 뿌리 세포들은 바위나 자갈, 혹은 굵은 모래알갱이 등에 의해 닳아 버리는데, 그렇게 되면 곧 새로운 세포가 그 자리를 메운다. 그러나 일단 뿌리가 비옥한 지대에 이르게 되면, 이 두더지 같은 세포는 사라지고 대신 토양 속의 무기염을 분해해서 그 원소들을 빨아들일 새로운 세포가 생겨난다. 이렇게 해서 빨아들인 기초 영양소는 세포와 세포를 통해 식물의 위쪽으로 올려 보내져 액체나 아교질 상태의 물질인 원형질 단위를 이루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물질적 생명의 기초가 되는 것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따라서 뿌리는 물 펌프인 셈이다. 즉, 보편적인 용매인 물을 이용하여 영양소들을 뿌리에서 잎사귀로 옮기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잎사귀로 옮겨진 물은 증발하여 하늘로 올라갔다가 다시 비가 되어 땅으로 내려와, 이 생명의 순환에 매개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해바라기 한그루가 하루에 잎사귀들을 통해 증발시키는 수분의 양은 한 사람이 흘리는 땀의 양과 맞먹는다.

한 그루의 자작나무가 무더운 날에 서늘한 상태를 유지하려면 부지런히 잎사귀를 통해 수분을 증발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약 380리터나 되는 물을 빨아들여야 한다.

프랑세는 움직임이 없는 식물이란 없다고 했다. 즉 식물의 성장 자체가 일련의 움직임으로서, 식물은 부단히 굽히곤 방향을 바꾸곤 흔들리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한 여름날이면, 낙원 같은 나무 그늘로부터 뻗어나온 수천 개의 작은 가지들이 자기들을 받혀 줄 든든한 줄기가 자기들 밑에서 빨리 자라나기를 기다리는 열망으로 몸을 떤다고 묘사했다. 약 27분 만에 완전한 한 바퀴의 원을 그리는 포도나무 덩굴손의 경우, 어떤 버팀대를 발견하면 20초 안에 그것을 감싸기 시작하여 1시간 내로 떼어내기 힘들 정도로 자신을 그것에 단단히 붙들어 맬 수 있다. 그리고는 용수철처럼 나선형으로 감기는데, 그 감김에 따라 나무의 본체도 그 위치까지 따라오게 된다.

버팀대를 필요로 하는 식물들은 근처에서 버팀이 될 만한 것을 찾아 한사코 기어오르려 한다. 버팀대를 옮기면 포도나무는 수시간 내에 새로운 방향으로 진로를 바꿀 것이다. 그렇다면 식물은 과연 버팀대를 볼 수 있기라도 하단 말인가? 아니면 알려지지 않은 그 어떤 방법을 통해 그것을 알아내는 것일까? 만일 식물이 마땅한 버팀대를 찾을 수 없는 환경 속에 놓여 있다면, 그 식물은 아무것도 없는 지역을 피해 숨겨진 버팀대가 있는 쪽을 향해 정확히 뻗어갈 것이다.

프랑세는 식물에게도 어떤 의지나 의사 같은 것이 있다고 주장했다. 식물들은 기막힌 공상소설에나 나을 법한 신비스러운 방법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내거나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고대 희랍인들이 보탄botane이라고 일컬었던 식물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대단히 예민하게 감지하고 이에 반응을 보인다. 그것도 인간을 능가할 정도의 정교한 수준으로 끈끈이주걱은 먹이가 있음직한 곳으로 정확히 움직여 백발백중의 실력으로 파리를 붙잡는다. 또 어떤 기생식물은 아무리 미약하게 풍기는 냄새라도 재빨리 알아채고는 정확히 그 먹이가 있는 쪽을 향해 모든 장애물을 헤치고 나아간다.

또 식물들은 어떤 개미가 자신의 꿀을 훔쳐 먹는지 알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개미들이 근처에 있으면 접근을 못하도록 꽃잎을 오므리고 있다가, 개미들이 기어오르지 못할 만큼 줄기에 이슬이 충분히 맺혔을 때라야 꽃잎을 벌린다. 보다 절묘한 것은 아카시아의 방법으로서, 어떤 종류의 개미에게 다른 벌레나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지키게 해주는 대가로 꿀을 제공해 주는 공생관계를 맺는 것이다.

식물이 꽃가루받이를 하게 해주는 곤충의 특징에 맞게-화려한 색깔이나 향기로 유혹을 한다거나 그들이 좋아하는 꿀을 선사한다거나, 아니면 꽃가루받이가 끝나야만 벌이 벗어날 수 있도록 특별한 함정을 만든다거나, 어떤 장치를 하는 등-자라는 것은 우연한 일일까?

예를 들자면, Tricboceros parviflorus라는 난초과의 한 식물은 어떤 종류의 수파리를 꾀기 위해 그런 종류의 암파리의 모습과 꼭 닮은 모양의 꽃잎을 피우고 실제로 그런 식으로 해서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진다면, 이것은 우연한 일일까? 달맞이꽃이 밤나방과 밤나비들을 보다 잘 꾀기 위해 하얗게 피어나 황혼 무렵에 더욱 강렬한 향기를 풍기고, 캐리온carrion 백합이 파리들만 우글거리는 곳에서 고기 썩는 냄새를 피우고, 바람에 의해 꽃가루받이를 하는 꽃들은 굳이 벌레들을 끌어들이는 데 필요한 아름다움이나 향기나 독특한 형태를 띠지 않고 그저 수수한 형태로 있는 것, 이런 것들이 모두 다만 우연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식물들은 가시라든가 지독한 맛, 또는 달갑지 않은 벌레들을 잡거나 죽일 수 있는 끈적끈적한 분비물 따위로 자신을 지킨다. 수줍음 잘 타는 미모사는 풍뎅이나 개미, 송충이 같은 벌레들이 잎사귀를 향해 줄기를 타고 기어오르면 재빨리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즉 침입자가 자신을 건드리면 즉시 줄기를 들어 올리면서 잎사귀들을 접어 갑작스런 그 움직임에 놀라 가지에서 굴러 떨어지거나 혼비백산하여 나동그라지는 것이다.

늪 지대에 사는 어떤 식물들은 질소 성분을 충분히 구하지 못해, 살아 있는 벌레를 잡아먹음으로써 이를 보충한다. 육식성 식물에는 작은 벌레를 먹는 것에서부터 쇠고기를 먹는 것에 이르기까지 500여 종이 넘는다. 또한 이들이 먹이를 잡아들이는 방법도 가지가지여서 촉수나 끈끈이털, 혹은 깔때기 모양의 함정을 갖고 있는 것 등 매우 다양하다. 육식 식물의 촉수는 입뿐만 아니라 위의 역할도 하는데, 그 촉수로 먹이를 잡아 통째로 먹고는 뼈다귀만 남겨 놓는다. 곤충을 잡아먹는 끈끈이주걱은 잎사귀에 돌이나 쇳조각 같은 다른 물질을 올려놓으면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어떤 고깃덩이에서 느껴지는 감촉에는 즉각 반응을 나타낸다. 다윈은 이 끈끈이주걱이 자신의 먹이에 대해서는 0.00000083그램의 무게까지도 감지해 냄을 발견했다. 식물에 있어서 실뿌리 다음으로 예민한 부분인 덩굴손은 0.00025그램에 불과한 비단실 한 오라기만 있어도 그것을 발견하고 든든히 매달릴 수 있다.

식물들이 어떤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작업의 정교함은 인간의 건축 기술로는 도저히 따를 수 없을 정도이다. 인간이 만든 그 어떤 건축물도, 엄청난 무게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폭풍우에 맞서 자신을 지켜내는 식물들을 따를 수는 없을 것이다. 외부의 힘에 의해 찢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새끼줄처럼 나선형으로 꼬인 식물의 섬유 구조는 인간의 기술로써는 아직도 따를 수 없는 것으로서, 소시지나 리본처럼 길게 늘어난 세포들이 서로 맞물려 얽혀 있기 때문에 좀처럼 찢어지지 않는다. 또한 키가 자라면서 늘어나는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나무의 줄기는 아주 과학적으로 두터워진다.

호주산 유칼리나무는 키가 쿠푸Fhufu 대피라미드만큼, 즉 지면으로부터 146미터 이상이나 자라지만 그 줄기는 매우 가늘다. 또 어떤 종류의 호두나무는 약 10만 개의 호두알이 열릴 만큼 크게 자라난다. 그런가 하면 버지니아 너트위드Virginia knotweed라는 식물은 스스로 닻줄 매듭을 팽팽하게 매고 있다가 건조해지면 탁 하고 부러져서 씨앗을 가능한 한 어미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내 그곳에서 싹이 트게 한다.

식물에게는 또한 방향이나 미래에 대한 지각 능력도 있다. 미시시피의 대초원 지대를 누비던 개척자들과 사냥꾼들은 Silphium laciniatum이라는 해바라기를 발견했는데, 그 잎사귀들은 정확하게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위를 가리키고 있었다. Arbrus precatorius 혹은 인디언 감초라고 불리는 풀은 모든 형태의 전기나 자기에 대단히 민감하여 날씨를 예상하는 데 이용된다. 런던의 큐 식물원에서 이 식물에 대해 처음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식물학자들은 이를 이용하여 태풍이나 지진, 화산 등을 예측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고산지대의 꽃들은 계절을 정확하게 알아내는 능력이 있다. 이 꽃들은 봄이 언제 오는가를 알고 있어서 아직 남아 있는 눈더미들을 스스로 열을 내어 녹이면서 뚫고 나와 싹을 틔운다.

프랑세는 외부 세계에 대해 그처럼 확실하고도 다양하며, 신속하게 대응하는 식물들은 바깥세계와 교신할 수 있는 어떤 수단을 가졌음에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것도 우리 인간과 비슷한 감각을 지녔거나 혹은 보다 뛰어나게 말이다. 그뿐 아니라 이 식물들은, 오감을 통해 자신에게 주관적으로 보여진 세계만 보는 인간 중심적 관점에 사로잡힌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사건과 현상들을 끊임없이 관찰,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식물이란 감각이 없는 단순한 자동기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긴 하지만, 이제 식물은,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소리,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적외선이나 자외선 같은 색깔의 파장까지도 구별해 내며 특히 엑스레이나 텔레비전의 고주파 같은 것에 민감하다는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졌다.

프랑세는, 모든 식물의 세계는 지구와 달, 그리고 태양계의 다른 행성들의 운행에 반응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식물이 항성들이나 다른 천체들의 영향도 받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리라고 예견했다. 또한 그는 식물의 외형이 일정하게 유지되고, 어쩌다 일부가 손상되더라도 다시 복원된다는 점에서, 식물의 외형을 감독하고 지도하는 어떤 의식 같은 것이 그 내부에건 외부에건 존재할 거라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반세기도 휠씬 전에, 프랑세는 식물도 ‘학대에 대한 격렬한 반발과 친절에 대한 진지한 경의’를 포함한 모든 생물 공통의 속성을 지녔다고 믿었기 때문에 이 책의 제목과 똑같은 <식물의 신비생활 Secret Life of plants>이라는 책을 쓸 수 있었으리라. 하지만 그가 발표한 내용은 기성 권위자들로부터 무시를 당했거나 이단적인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들에게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그러한 식물의 지각 능력은 예수 탄생 훨씬 이전에 힌두교의 현인들이 ‘데바deva’라고 일컬은 우주적 존재로부터 비롯되었거나, 켈트족 중의 투시능력자나 다른 영적으로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직접 볼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요정이나 불의 정령, 땅의 정령, 공기의 정령 등과 같은 초물질적 세계에서 유래한 것일 수도 있다는 그의 시사였다. 하지만 그의 그러한 생각은 당시의 식물학자들에겐 재미는 있지만 쓸데없는 공상으로 간주되고 말았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들어, 식물의 세계 쪽으로 세간의 관심을 끌게 하는 일이 일어났다. 몇 사람의 과학적 정신을 가진 탐구자들에 의해 놀랍고도 실험적인 발견들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이 마침내 자연학과 초자연학physics and metaphysics 사이의 결혼식에 신부 들러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못 믿겠다는 회의론자들도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이제 식물이 단순히 살아 숨쉴 뿐만 아니라, 상호 교감도 나눌 수 있는 존재, 즉 혼과 개성을 부여받은 창조물이라는 시인과 철학자들의 직관을 받쳐 줄 증거들이 속속 제시되고 있다. 식물이 단지 단순한 자동기계와 같은 존재일 뿐이라고 우겨대는 것은 바로 무지몽매한 우리들 자신이다. 영국의 선구적인 생태학자 월리엄 코벳William Cobbet이라면 ‘종기’라고 표현했을 법한 이 행성을 오염과 부패로부터 구출하여 다시금 푸르른 본래의 낙원으로 환원시키려는 헤라클레스적 대역사(大役事)를 벌이는 데 있어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식물이 인간과 협력할 뜻과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또한 그런 능력도 지닌 듯이 보인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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