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세상 사람들은 일부러 때를 만들어 서로 인사를 주고 받습니다. 우리는 KBS가 1년여 동안 동강에서 작업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 비오리 부분에서는 말할 수 없는 감동에 젖었습니다. 비오리 당신들이 본래 시베리아에서 우리 땅을 드나드는 나그네새였으나 이 땅 동강의 텃새가 되었다는 대목에서 특히 그랬습니다. 풀꽃상 1회 본상 을 비오리 당신들에게 주게 된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

비오리 반갑고 기뻐요. 상이 뭔지도 잘 모르고, 우리 의사와는 관계없이 주는 상이라 사실 그거 받아봐야 아무짝에도 못 쓰긴 하지만, 뭔가 풀꽃세상 당신들의 따뜻한 기운이 느껴져 서 기분이 좋네요.(혼잣말 : 어차피 사람들끼리 놀고 있는 짓이긴 하지만, 사실대로 말할 순 없겠지). KBS자연다큐팀이라면 우리들도 알지요. 작년 5월 우리 아기들 부화할 때 법석을 떨던 사람들이니깐요. 알고 보니 착한 사람들이었지만.

풀꽃세상 착한 사람들이라니?

비오리알을 낳았으니 품어야 될 거 아니겠어요. 근데 둥우리에 돌아와보니 몰래카메라가 설치돼 있고, 둥우리 바깥에 생전 처음 보는 전선들이 엉켜 있는 거예요. 불안해 죽을 뻔했 다니깐요. 그래서 에라, 포기하고 말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데, 이 사람들이 카메라랑 전선 줄을 거둬 가는 거예요. 그래서 알을 품었죠, 뭐. 우린 불안하면 알을 못 품거던요. 사람들은 어떤지 모르지만 말예요. 그때 알아봤다니깐요. 이 사람들은 래프팅 하며 소리 꽥꽥 지르는 사람들관 어딘가 다르다는 걸요.

풀꽃세상 저 아래 어라연 쪽에 댐을 쌓아 여기가 수몰된다는 소릴 들어봤겠죠?

비오리들어봤죠. 그래서 여기 우리 친구들 모두 얼마나 불안해하는지 몰라요.

풀꽃세상 친구들이라니?

비오리우리 친구들 많죠. 흰목물떼새, 까막딱따구리, 원앙, 황조롱이, 소쩍새, 검독수리, 무산흰족제비, 그뿐인가요! 수달, 하늘다람쥐, 담비, 사향노루, 붉은박쥐, 오소리, 너구리, 고라니, 북방토끼…, 강에도 많이 살죠. 어름치, 쉬리, 묵납자루, 다묵장어, 무지개송어, 갈겨니, 새코미꾸리, 납자리, 퉁가리, 꾸구리…, 층층둥글레, 연잎꿩의다리 등등, 정말 많 죠.

풀꽃세상 정말 친구들이 많네요. 처음 들어보는 친구들도 많고요.

비오리딴 곳은 안 가봐서 모르지만, 여긴 생태계의 원형이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고 그러더 라고요. 유식하게 말해서, 자연의 법칙이 아주 자연스레 작용하는 곳이라고나 할까요. 근데 왜 우릴 사그리 물 속에 파묻으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물론 댐이 만들어지기 전에 우리 들이 다 떠나겠지만. 우리도 한번 모여서 회의를 했거덜랑요. 댐 지어지면 몽땅 떠나자 고………떠나면 다신 돌아오지 말자고…. 그나저나 떠난다 해도 큰일이에요. 이젠 시베리아 로 가는 길도 다 잊어버렸는데.

풀꽃세상 여러 사람들이 동강을 흐르게 하기 위해, 당신들이 떠나지 않고 세세만년 이곳에 살게 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고생들 하고 있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풀꽃상 부상을 받은 KBS자연다큐팀 덕분에 동강의 아름다움이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졌으니, 댐 같은 거 안 지 어질 거예요. 그러니 너무 걱정마세요.

비오리그것 참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댐 지어지면 보상 받을 줄 알고 빚내서 나무 심은 사 람들이 걱정이예요. 투기꾼들이야 이번 기회에 쫄딱 망해서 정신차려야 하지만, 덩달아 나무 심은 사람들이 참 안 됐어요. 투기식목도 않고, 그 꼴난 영농자금도 한 푼 못 받은 선량한 사람들은 댐계획이 백지화되고 나서 어떤 식으로든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풀꽃세상주제넘게 사람동네 걱정 그만 하시고, 수리부엉이한테 갓난 비오리나 잃지 않도록 조심하시지요.

비오리우리가 조심한다고 뭐 수리부엉이가 우릴 안 잡아먹을 줄로 아세요! 그게 자연의 법 칙인 걸 어떡해요. 우리도 다른 벌레 가족들을 맨날 잡아먹고 살잖아요. 인터뷰인지 풀꽃상 인지 뭔지 이제 그만 얘기해요. 먹이 찾으러 가야 되거덜랑요. 하루 종일 날개에 불이 나도 록 날아다니고 물속을 샅샅이 헤집어야 겨우 새끼들 입에 먹을거리를 집어넣어 준답니다. 풀꽃세상, 이제 그만 안녕!